'마이데몬', B급 감성마저 구원하는 송강-김유정의 비주얼 판타지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2023. 12. 6. 11: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사진=SBS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같은 얼굴로 존재하는 남자가 있다. 불로장생의 꿈을 품고 공들여 시술이라도 받는 건가 상상했는데, 잘못 짚었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지옥에서 일할 누군가가 필요했던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일꾼이라는 그는 데몬(Demon) 정구원(송강)이다. 데몬은 인간의 곁에 머물며 인간을 지켜주던 인간의 수호신이었다는데, 어쩐 일인지 정구원은 자신을 '마귀'라고 소개한다. 사실, 누군가의 간절함을 빌미 삼아 계약서에 피 묻은 지장을 받고, 이를 대가로 자신은 영생을 누리는 걸 보면 악마 혹은 마귀가 맞는 듯하다. 지난 200년을 외모부터 뭐하나 부족함 없이 살아온 정구원은 앞으로도 자신이 포식자의 위치에서 영생을 누릴 것이라 기대한다. 그의 유일한 소원은 "이 평화로움이 영원하길 바라"는 것뿐이다.

하지만 도도희(김유정)가 끼어들면서, 정구원의 일상은 균열이 생긴다. 정구원은 새로운 계약을 성사시킨 이후 홀로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며 계약에 대해 자축하는 자신만의 루틴이 있는데, 그런 그의 앞에 도도희가 맞선을 보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어쩔 수 없이 맞선 자리에 떠밀려 나온 도도희는 종이 신문에 빠져 제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상대 때문에 더욱 기분이 상해 "요즘도 종이 신문을 보는 사람이 있냐. 저는 일이랑 결혼했다"며 쏘아붙인다. 황당하다는 듯 얼굴을 드러낸 정구원에게 도도희는 각자 알아서 이 자리를 정리하자고 제안한다.

사진=SBS

오해로 시작된 만남은 늦은 밤 다시 한번 이어진다. 도도희가 괴한에게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 처하고, 마침 새로운 계약 상대를 찾던 정구원에게 도도희의 구조 요청이 들려오는 것. 도도희의 앞에 나타난 정구원은 제 정체를 밝히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과 함께 계약을 제안한다. 하지만 둘은 괴한에 의해 바다에 빠지고, 먼저 정신을 차린 도도희가 정구원을 구하려 손을 뻗는다. 지금껏 누군가의 구원이 됐던 정구원이 도도희로부터 구원을 받는 반전 상황은 정구원의 손목에 문신처럼 새겨있던 데몬의 표식이 도도희의 손목으로 넘어가는 사건(?)이 되고 만다.

마귀 혹은 악마,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인간, 영혼을 담보로 한 피의 계약 등등 판타지 설정이 가득한 이 이야기는 방영 4회차를 넘긴 SBS 금토드라마 '마이 데몬'(극본 최아일, 연출 김장한)이다. 앞선 설명만으로도 짐작 가능하듯 데몬 정구원은 한순간 자신의 능력을 잃어버려 망연자실하지만, 결국 제 능력을 가져간(?) 도도희의 손을 잡으면 전과 다름없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악마 같은 재벌 상속녀 도도희는 제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데몬의 능력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자 마찬가지로 데몬의 손을 잡는다. 결국 둘은 상생을 위해 운명공동체가 되기로 결심한다.

사진=SBS

드라마는 악마 같은 재벌 상속녀 도도희와 한순간 능력을 잃어버린 악마 정구원이 계약 결혼을 하며 벌어지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를 그린다. 유한한 행복을 주고 지옥으로 이끄는 악마와의 계약은 '구원' 서사로 펼쳐진다. 구원에 대해 국어사전에서는 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줌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구원은 이야기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인어공주' 속 왕자는 바다에 빠져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저를 구해준 인어공주에게 사랑을 느끼고, 독사과를 먹고 깊은 잠에 빠졌던 '백설공주' 또한 저를 깨워준 왕자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 외에도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도와주었을 뿐인데,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건, 마치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듯. 구원은 수많은 이야기에서 어느 것보다 확실한 사랑의 이유로 등장한다. 정구원과 도도희 역시 첫 이야기부터 서로를 구하고 또 구하며 관계를 쌓았다. 모든 인간에게 구원이 됐던 정구원은 처음으로 도도희에게 빚을 지고, 그전에도 그 후에도 여러 차례 도도희의 목숨을 구했던 정구원 역시 도도희의 구원이 된다. 그리고 그런 둘의 이야기는 매회 아름다운 영상으로 판타지 로맨스의 정점을 찍는다.

대학생 때 회사를 차리고 7년 만에 업계 1위를 차지한 워커홀릭 CEO 도도희는 김유정이 연기한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홍천기', 영화 '20세기 소녀' 등에서 풋풋한 첫사랑의 감성을 소화하며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유정은 이번 작품을 통해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까칠하고 도도한 캐릭터로 눈길을 끈다. 송강은 절박한 인간에게 영혼을 담보로 한 위험하고도 달콤한 거래를 하며 영생을 누려온 악마 정구원을 맡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 이어 다시 한번 사람이 아닌 존재를 연기하게 된 송강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며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캐릭터를 시각화한다. 훤칠한 키와 다부진 골격, 선과 악이 공존하는 듯한 매혹적인 얼굴로 데몬이란 존재를 이해시킨다. 섬세한 연기력은 기대치 말자. 송강의 얼굴이 설득력이고 개연성이니. 다행히 송강의 부족한 면을 '베테랑' 김유정이 충분히 메워준다.   

사진=SBS

16회가 예정된 이 드라마는 이중 4회가 방송됐다. 앞으로 도도희와 정구원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 앞에 계약 결혼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 짐작 가능하다. 데몬이라는 존재를 비롯해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된 데몬과 인간 사이에 싹트는 감정, 둘 사이를 오고 가는 데몬의 능력 등 판타지 드라마에는 기필코 넘어야 하는 장벽이 존재한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 '항마력'의 역치를 시험해볼 수 있다. 누군가에겐 'B급 감성'으로 느껴질지 모를 그 두터운 장벽을 넘어서고 나면 비로소 '비주얼 판타지 맛집'의 안구 정화 코스가 당신을 기다린다. 영화 '여인의 향기' 속 아름다운 탱고를 위협하는 '탱고 액션'이 말이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