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94〉아이콘의 기억

2023. 12. 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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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훗날 찰스 퍼스(Charles Peirce)는 기호(sign)를 아이콘(icon), 인덱스(index), 심볼(symbol)이라는 세 가지 범주로 구분했고, 그의 분류법을 따르자면 아이콘은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을 닮은 기호를 말한다.

그런 면에서 혁신은 우리가 아이콘이라 부르는 것과 닮아 있다.

우리는 이런 아이콘을 원래 그렇게 존재했고 불변할 것처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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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특정한 사상이나 생활 방식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리스어에서 사람이나 사물의 이미지를 뜻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비잔틴 시대에 종교적이거나 신성한 이미지를 뜻하는 이콘(icon)으로 불린다. 훗날 찰스 퍼스(Charles Peirce)는 기호(sign)를 아이콘(icon), 인덱스(index), 심볼(symbol)이라는 세 가지 범주로 구분했고, 그의 분류법을 따르자면 아이콘은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을 닮은 기호를 말한다.

혁신은 변화를 지칭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작은 종종걸음보다 큰 한발자국을 이것에서 떠올리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혁신은 우리가 아이콘이라 부르는 것과 닮아 있다. 어떤 것들의 일부이지만 구분되는 무엇, 바로 나이키, 애플, 코카콜라, 할리데이비슨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는 이런 아이콘을 원래 그렇게 존재했고 불변할 것처럼 여긴다. 과연 그럴까.

Creative idea and innovation

마운틴 듀(Mountain Dew)를 보자. 브랜드 초창기에 대해선 별반 알려진 것이 없을만큼 태생은 험블(humble)했다고 하겠다. 제조법은 테네시주에서 병입업을 하던 바니(Barney)와 앨리 하트만(Ally Hartman) 부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후 제조법이 바뀌다가 1964년 즈음 펩시가 인수한다.

이렇게 판매가 시작되지만 초창기 아이콘은 고사하고 촌스럽기조차 했다. 애당초 마운틴 듀라는 브랜드는 오래된 민요에서 따온 것이었다. 거기다 캐릭터는 엉덩이에 술주전자를 찬 맨발의 윌리란 코믹한 이미지였다.

펩시는 브랜드를 인수하고 촌스러운 이미지를 버리지 않는다. 이즈음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첫 광고에는 시골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마운틴 듀는 시골사람들을 바꿔놓은 듯 “야후 마운틴 듀(Yahoo, Mountain Dew!)”를 외쳐댄다. 이렇게 마운틴 듀는 알려진 브랜드가 된다.

그렇다고 이렇게 여정이 끝난 건 아니었다. 이런 마운틴 듀가 상징하는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잃어간다. 판매는 감소했고 브랜드도 잊혀져가는 듯 보였다. 마치 이즈음 비벌리 힐벌리즈(The Beverly Hillbillies)란 시트콤이 막을 내린 것처럼 말이다.

1981년 마운틴 듀는 자신의 이미지를 배신하기로 한다. 로프 스윙(Rope Swing)이란 광고에 반바지에 운동화 신은 친구들이 나온다. 애팔래치아 시골이란 배경은 이제 타잔처럼 줄을 타는 청년들의 놀이터가 된다. 마운틴 듀는 자신을 단지 따분하게 사는 데 반항하는 젊은이들을 대변하려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익스트림 스포츠라는 것이 시선을 자극할 즈음 마운틴 듀는 자신을 다시 한번 재해석해 낸다. 여기서 시골이란 원래의 배경은 절벽과 협곡으로 바뀌고 쿵쾅거리는 배경 음악에 마운틴 바이크를 탄 채 수천 피트를 자유낙하 하다가 막바지에 낙하산을 펼친다. 마치 촌놈에서 남성다움이나 젊은이다움으로 그리고 이젠 이 주인공들이 상징하는 어떤 이미지로 재구성하려는 듯 말이다.

누군가는 아이콘이 어떤 DNA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 아이콘은 자신이 그런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대신 기존의 관념과 신화가 지워져가더라도 여전히 자신의 문화를 대변할 것이라는 지자자들의 기대에 답해낸다고 한다.

물론 더 나은 품질, 어느 곳에서 누릴 수 없는 서비스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정작 우리가 아이콘이라 부르는 것은 다른 것으로 자신을 구분해 낸다. 종종 문화와 정체성 같은 가장 모호한 표현만으로 묘사되는 뭔가로 말이다.

그러니 정작 아이콘이 다른 것은 이들은 다른 성공의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인 셈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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