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자동차·스낵 천국 美 소비 입맛 변화가 재편할 美 경제

토드 부크홀츠 경제학자 겸 법률가 2023. 12. 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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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비 둔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11월 15일(이하 현지시각) 10월 소매 판매가 7050억달러(약 912조원)로 전달 대비 0.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3월 이후 7개월 만에 첫 감소세다. 특히 자동차를 비롯해 가구 등 내구재 판매가 줄었고, 고유가로 차량 운행이 줄면서 휘발유 판매도 감소했다. 실제 미국 대형 유통 체인인 타깃은 8~10월 3개월간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는 여전히 지출하고 있지만, 고금리와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등 여러 경제 압박을 느끼면서 의류 등 (생활에 지장이 없는) 재량재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11월 16일 실적을 발표한 미국 최대 유통 업체 월마트의 3분기 매출은 1608억달러(약 208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지만, 미국 소비 둔화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가 10월 하순부터 식료품과 생필품 영역에서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수요 둔화에) 식료품과 일반 소비재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하락세로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반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 기업들은 성장세를 보였다. 넷플릭스는 10월 18일 실적 발표를 통해 3분기 가입자 수가 전 분기 대비 876만 명 증가한 2억4715만 명이라고 밝혔다. 분기 가입자 증가 폭은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이던 2020년 2분기(1010만 명) 이후 최대 규모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역시 3분기 OTT 디즈니플러스 구독자가 1억5020만 명으로, 전 분기 대비 2.8%(410만 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사진 셔터스톡

1996년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스포츠 에이전트인 제리 맥과이어는 할리우드 최고 명대사인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를 외쳤다. 그러나 이보다 더 대단한 대사는 제리 맥과이어를 믿어주는 유일한 스포츠 선수, 로드 티드웰의 부인이 한 말이다. 영화 속에서 로드 티드웰의 부인은 제리 맥과이어를 찾아가 왜 자신의 남편이 물침대 광고밖에 계약하지 못 했냐고 따지며 “그(티드웰)는 신발, 자동차, 의류, 탄산음료 등 유명인이 찍는 광고 빅 4를 찍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토드 부크홀츠 경제학자 겸 법률가하버드대 로스쿨,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석사, 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전 백악관 경제정책 보좌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저자

최근 미국 대표 소비 상품인 이 네 가지 중 두 가지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를 재편할 것이다. 유럽인에게 미국인을 설명해달라고 하면 아마 ‘큰 사람과 큰 자동차’라고 답할 것이다. 물론 고정관념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미국인은 다른 대서양 연안 국가들보다 몸무게가 20% 더 나가고 32% 더 큰 차를 운전한다. 이는 단순히 파운드와 인치의 문제가 아니다. 식품(탄산음료를 포함)과 자동차는 각각 1600만 명과 44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미국 경제의 핵심 동력이다. 그러나 조만간 이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트윙키’와 ‘V8 엔진’에 길든 미국 소비자의 입맛이 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답은 아이들과 화학자에게서 찾을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자동차에 별로 관심이 없다. 1980년대 미국 고등학생의 80%가 운전면허를 땄지만, 그 수치는 이후 40%로 떨어졌다. 오케스트라 청중처럼 미국 운전자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20세보다 70세가 운전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1960년대 당시 자동차는 전투기를 모티브로 한 꼬리지느러미(테일 핀)와 투톤 도색으로 더 스타일리시했다.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디트로이트 뒷골목에서 시제품을 쫓아다니는 자동차 잡지 파파라치들로부터 새로운 디자인을 숨겨야 했고, CEO들은 TV를 통해 자동차 신모델 공개 행사를 열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 빌 포드 포드자동차 회장은 탄성을 듣지 못하는 반면, 애플의 팀 쿡은 듣는다.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하면 우버나 리프트, 집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이 줄어든 것은 자율주행차가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들이받는 경미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머지않아 자동차 보험 회사들은 인간 운전자를 보장하는 보험에서 손을 떼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가솔린 자동차보다 부품 수는 90% 더 적고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작업자 수는 30% 덜 필요한 전기자동차(EV)도 있다. 탄산음료 소비가 감소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취향이 변해서가 아니라 과체중인 사람들의 입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1억3500만 명이 넘는 미국 성인의 절반이 당뇨병 또는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난 6개월 동안 허쉬(Hush), 몬델레즈(Mondelez) 같은 스낵 회사 주가는 약 30% 하락했다. 식품업 투자자들과 경영자들은 ① ‘오젬픽(Ozempic)’이나 ‘위고비(Wegovy)’ 같은 식욕 억제 약물 사용이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21년 한 연구 결과 이런 약을 1년 동안 복용한 사람들은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고 체중의 약 15%를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65%가 설탕이 든 탄산음료를 덜 마셨다. 실제로 월마트의 미국 부문 CEO 존 퍼너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비만 치료제 때문에) 장바구니 수요가 약간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구매) 단위가 작고 (구매 식품당) 칼로리도 낮다”고 밝혔다. 식욕이 억제되면서 스낵, 탄산음료 등 고칼로리 식품 구매가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신약들도 장애물은 있다. 장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식욕 억제 효과가 사라질 수도 있다. 또 이 약들을 먹으면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나 마운틴듀를 먹지 못하게 되면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 한편, 어떤 약을 누구를 위해 보장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보험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만약 (보험사) 고객의 살이 빠진다면, 심장마비에 걸릴 가능성이 작아지고, 값비싼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거나 전기 스쿠터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도 작아진다.

미국인이 자동차와 음식에 대한 지출을 줄인다면 그 돈은 어디로 갈까. 이런 추세는 스트리밍 구독, 콘서트 투어, 비디오 게임, 가족 휴가 등 엔터테인먼트 경험에 더 많은 돈을 쓰게 할 것이다.

디즈니 테마파크에는 더 많은 팬이 방문하지만 미니의 빵집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줄어들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옛 페이스북)나 구글의 스타라인은 잠재적 이용자에게 더 저렴해 보일 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콘서트 가격을 더 높이거나 전 세계 스타디움에서 동시에 그녀의 노래를 공연할 도플갱어 아바타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크루즈선에서는 선상 뷔페의 음식을 줄여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가 개봉할 당시에는 아이폰도, 스트리밍 플랫폼도, 전기차도 없었다. 5세대(5G)라는 단어는 주차장의 한 자리처럼 들렸고, ‘클라우드(cloud)’는 하늘에만 존재했다. 자동차와 설탕이 든 음료는 미국인 삶의 영원한 필수품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곧 잊힌 과거가 될 수 있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① 오젬픽과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 회사 노보노디스크가 각각 2017년, 2021년 출시한 비만 치료 주사제다. 오젬픽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나왔는데, 체중 감량 효과가 있자 주성분 용량만 다르게 해 위고비라는 이름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 출시했다. 한 달 주삿값은 약 900~1300달러대(약 117만~16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는 현재 비만 치료제 중 효과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오젬픽이나 위고비 등 비만약을 복용하면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 염분이나 당분, 지방이 많은 음식에 대한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위고비로 체중 13㎏을 감량했다고 언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젬픽, 위고비 인기와 함께 노보노디스크는 급성장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보다 30% 증가한 156억달러(약 20조원)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2% 증가한 71억달러(약 9조원)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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