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걸릴 장면, 5분만에 완성 … "웹툰 그리기 참 쉽죠?"

강봉진 기자(bong@mk.co.kr) 2023. 12. 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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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창작 AI 전성시대

'순백의 패딩을 입은 교황.'

지난 3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순백의 패딩을 걸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이 등장했다. 미국의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프로그램 '미드저니'로 만들어진 가짜로 밝혀지며 AI의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지만 역설적으로 이미지 생성 AI에 대한 관심도는 커졌다.

지난 8월 발간된 '미드저니'로 만들어진 그래픽노블 'WIST'는 아마존 공포 분야에서 신작 부문 인기 1위를 기록하며 AI 아트의 진화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한국 대표 만화가 이현세의 작품을 AI 기술을 활용해 현재 그림체의 웹툰으로 전환하는 'AI 이현세' 구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AI가 그의 작품 4000여 권을 학습한 후 화풍을 익혀 사후에도 그의 작품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AI가 침범하기 어려운 분야로 여겨졌던 콘텐츠 창작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기존 텍스트 중심 대규모언어모델(LLM) 형태의 AI가 음성,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생성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 AI로 진화하며 업무·제작·창작자·플랫폼 환경 등 콘텐츠 산업 전반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권구민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보팀 선임연구원은 "생성형 AI는 창작 능력을 갖춘 기술"이라면서 "스스로 예측해 결과를 도출해내는 기술이 등장하며 획기적으로 성능이 향상됐고, 콘텐츠 산업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웹툰, 캐릭터 등 이미지 생성 관련 분야의 AI 활용도가 높다. 간단한 키워드와 텍스트 입력만으로 이미지(Text to Image) 제작이 가능하고,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상업적 이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만화 시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여서 진입장벽이 낮고 단기간 내 다양한 콘텐츠 생산이 가능한 이들 분야에 대한 활용도는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 얼라이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웹툰 시장 규모는 2021년 37억달러(약 4조7800억원)에서 연평균 36.8% 성장해 2030년에는 561억달러(약 73조53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외 웹툰, AI 업체들은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AI 기반 자동채색 서비스인 '웹툰 AI페인터'를 활용해 채색을 한 작품 수는 11월 말 기준 누적 140만장에 달한다. 2021년 10월 베타 서비스가 출시된 '웹툰 AI페인터'는 웹툰 작가들의 작업을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다. 창작자가 색을 선택하고 원하는 곳에 터치하면 AI가 필요한 영역을 구분해 자동으로 색을 입혀준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기존의 작업 방식과 달리 몇 번의 터치만으로 색칠하기가 가능해지면서 채색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을 줄여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흑백으로 웹툰을 그리는 '칼부림'의 고일권 작가는 "기존 방식으로 작업하면 한 컷당 족히 1시간은 걸렸는데 AI 채색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5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이동건 작가는 "종이 만화 시절 박스 선 긋기나 말풍선 작업이 이제는 간단한 공정이 된 것처럼 채색도 간단한 작업 과정들 중 하나로 축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두나!'의 민송아 작가는 "표현하기 어려운 채색법을 AI페인터가 단 몇 초 만에 작업해줬다"며 "채색을 몇 번의 클릭으로 끝낼 수 있다는 건 제작자에게 매우 감사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웹툰 작가의 그림체를 학습해 AI를 작가 본인의 도구로 쓸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웹툰 AI 업체 리얼드로우 관계자는 "작가 자신의 그림을 학습시켜 작가가 본인의 도구로 활용하는 AI를 개발한다"며 "작가들이 AI를 활용해 고된 노동시간을 줄이고 창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웹툰 제작의 기획 단계부터 시놉시스, 스토리보드 생성 단계 등의 전 작업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국내 AI 스타트업 오노마AI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웹툰 제작 엔진 '투툰'은 시나리오 과정에서부터 스토리보드 이미지 생성까지 그림체와 문체 학습을 통해 웹툰 작가의 작품 활동을 돕는다. 명령어에 따라 웹툰 캐릭터, 옷, 배경 이미지, 스토리보드 이미지 등을 만들어준다.

오노마AI는 '투툰'에 챗GPT를 결합한 서비스인 '투툰GPT'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용자가 챗GPT를 활용해 스토리를 완성하면 투툰이 웹툰 스토리보드에 최적화되도록 스토리 문장을 변환시킨 후 투툰 엔진에서 콘티 형식의 이미지를 생성해 최종적으로 1분30초 내외의 비디오 형태 결과물을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송민 오노마AI 대표(연세대 교수)는 "작가가 자신의 그림체로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로 후속 작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웹툰 창작 과정에서 스토리보드 이미지 생성을 펜터치 수준으로 생성하고 마지막 공정인 채색은 각자 작가가 하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막바지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직 작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능으로는 '스테이블디퓨전'의 '오픈포즈' 기능이 꼽힌다. 오픈포즈는 포즈를 지정하면 이에 기반해서 해당 포즈의 캐릭터를 그림으로 그려주는 기능이다. 웹툰 '프리드로우'의 전선욱 작가는 한 방송에 출연해 작업 현장에서 만화에 사용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은 후 이를 기반으로 스케치를 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웹툰 소비자를 위해 AI가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네이버웹툰은 사진이나 영상을 웹툰처럼 변환하는 서비스 '툰필터'를 지난 5월 시작했는데 네이버웹툰 한국어 앱 일간 신규 이용자 수가 전주 대비 480% 이상 증가했다. 또한 네이버웹툰은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얼굴을 알맞은 웹툰 그림체로 변환하는 '웹툰미'를 올해 선보였다. 카카오브레인 역시 지난 7월 기존에 출시했던 이미지 생성 AI '칼로'를 업그레이드한 '칼로 2.0'을 출시했다.

이미지 생성 영역에 전 세계 기업들이 뛰어들며 기술 발전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이미지 생성 AI로는 오픈AI의 '달리(DALL-E)'와 미드저니의 '미드저니', 스태빌리티AI에서 만든 '스테이블디퓨전'이 있다. 지난 9월 공개된 달리3는 챗GPT로 프롬프트(AI에 내려야 하는 명령)를 생성한 후 바로 그림 그리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메신저 프로그램인 디스코드를 통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미드저니는 지난 3월 버전5 출시를 통해 이미지 품질 수준을 크게 높였다. 이런 영향으로 미드저니의 디스코드 채널 가입자 수가 1500만명, 일일 이용자 수가 10만명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구글과 오픈AI 등 빅테크가 멀티모달 AI 경쟁에 가세하며 이미지 생성 분야에서 AI 활용도는 보다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프롬프터에 문장을 입력했을 때 문장만 생성하는 LLM과 달리 멀티모달 AI는 텍스트 외에도 이미지, 동영상, 음성 등을 제한 없이 모두 생성한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11월 28일(현지시간) 자체 개발 LLM '타이탄'의 멀티모달 버전을 발표했다. 구글은 지난해 말 3D 이미지 생성 AI 드림퓨전을 발표한 바 있다.

윤예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D 이미지를 생성하는 AI는 이미 99% 완성됐으며, 내년에는 3D 이미지 생성 서비스도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2D 이미지는 일러스트레이터, 웹툰 작가 등의 작품 생산 속도를 높여주며, 3D 이미지 생성 서비스는 향후 3D 게임 개발로 이어져 게임 제작 속도를 높여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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