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제주도’는 옛말···기후변화가 바꾼 ‘작물 지도’

김창효 기자 2023. 12. 4. 14: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종시에서 온 김도연군(7)이 전북 익산시 목천동의 한 감귤체험농장에서 주렁주렁 열린 귤을 따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지난달 29일 전북 익산시 목천동 감귤 따기 체험농장인 ‘귤탱이농장’. 비닐하우스 농장을 찾은 아이들은 감귤나무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며 “귤을 직접 따서 더 재미있고 맛있어요”라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남매를 데리고 온 구서현씨(38)는 “제주에 가지 않고도 아이들이 직접 감귤나무를 관찰할 수 있어 체험 학습을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7년 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귀농해 4000㎡ 규모의 귤 농사를 짓고 있다는 국주연씨(44)는 “익산은 일조량이 많고 토질도 양분이 풍부해 감귤 품질이 우수하다”라고 말했다.

4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에서만 현재 174곳의 농가가 귤을 재배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재배지가 점차 북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6~8월 평균기온은 최근 10년 동안(2013년~2022년) 24.3도로 과거보다 0.6도 올랐다. 이로인해 ‘귤=제주도’라는 기존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전북뿐 아니라 전국의 작물 지도까지 바꾸고 있다.

전북의 경우 아열대 작목으로 과수 10종을 재배하고 있다. 한라봉·천혜향 등 만감류를 비롯해 백향과·구아바·망고·바나나·커피 등이 있다.

과수재배가 많은 경북 지역은 2015년부터 아열대 작물 재배 시범사업을 추진해 현재 한라봉·애플망고·바나나·백향과 등을 재배하고 있다.

추운 날씨로 열대식물 재배를 엄두도 못 냈던 강원 지역에서도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현재 70~80여 농가가 양구에서 10여 년 전부터 멜론 농사를 짓고 있다. 고랭지배추 주산지로 유명한 태백에서는 알로에 재배가 시작됐다.

전북 익산시 목천동의 한 감귤체험농장에서 김다연양(4)이 귤을 따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농촌진흥청의 ‘아열대작물 재배현황’(2022년 말 기준)에 따르면 전국 재배면적 4126ha 중 전남이 2453ha(59%)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어 경남 1091ha, 제주 399ha, 전북 84ha, 울산 22ha, 경기 20ha 등의 순이다.

전남의 경우 2020년 4월 전국 최초로 ‘아열대농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만들어 관련 작물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또 국립기관인 ‘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해남·2025년 완공 예정)와 ‘아열대작물 실증센터’(장성·2024년 완공 예정)를 유치한 상태다.

경북은 대표 농산물인 사과가 2030년 이후 영양·봉화를 제외한 모든 시·군에서 재배가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2021년부터 ‘경북도 아열대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전문단지 조성 등 아열대 농업에 투자하고 있다.

전북에서도 ‘전라북도 기후변화 대비 작물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또 관련 수확물은 공공기관에서 우선 구매하는 등 신소득작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부 차원에서 아열대 농업을 육성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문호 전북농업기술원 연구관은 “지자체마다 아열대 과수 육성 시범 사업에 뛰어들면서 과수 품종과 재배 면적이 늘고 있지만 해결할 문제점도 있다”면서 “유통구조 개선과 생산 관련 연구개발 지원 등에 대해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