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카카오 경영총괄 “이제 외부 소통 못해”…내부 비리 폭로는 셀프 징계 요청

안상희 기자 2023. 12. 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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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괄, 내부 비리 의혹 폭로로 ‘100대0′ 원칙 어겨
카카오는 최근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를 CA협의체(옛 CAC·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 경영지원 총괄로 임명했다./김정호 대표 페이스북

공정거래법 위반, 독과점 논란, 시세조종·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수사·금융당국의 압박을 받는 데 이어 내부 비리 의혹 폭로에 내홍을 겪고 있는 카카오가 내부 단속에 나섰다. 내부 비리 의혹 폭로를 이어간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4일 “이제 외부 소통을 못 한다”고 밝혔다.

김 총괄은 4일 오전 카카오 본사인 판교 아지트에서 열린 6차 공동체 비상경영회의에 참석하며 ‘지난주 내부비리 의혹 폭로에 대한 김범수 창업자의 반응은 어땠는지’를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밤 9시쯤엔 사내게시글을 통해 “저는 스스로 ‘100대0 원칙’을 위반해 윤리 위원회에 저에 대한 징계 여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100대0′ 원칙은 ‘카카오 내부에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100%) 외부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보안을 유지하자(0%)’는 뜻의 회사 내부 원칙이다. 김 총괄이 내부 비리 폭로를 전체 공개로 알린 것이 회사의 100대0 원칙을 어겼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김 총괄은 셀프 징계 요청에 대해 “저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공식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결과에 따르겠다”면서 “많은 크루들에게 걱정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 총괄은 “언론사의 (욕설 발언) 기사를 통해 저는 완벽하게 인격살인 당했다”며 “당시에는 저를 적극 방어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도 올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적극적으로 해명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움츠러들거나 위축되지 않고 계속 (쇄신을) 추진해서 발본색원하고 회사를 리뉴얼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총괄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카카오 쇄신을 위해 지난 9월 영입한 인물이다. 하지만, 김 총괄은 카카오 임원 7명이 모인 사내 회의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라며 욕설을 한 게 논란이 된 후 지난달 28~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페이스북에 5차례에 걸쳐 내부 폭로 글을 올리며 논란이 됐다. 김 총괄은 카카오의 편중된 보상 체계, 과도한 골프, 직원 간 복지 격차, 데이터센터 건립업체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 등을 폭로하는 글을 올리며 회의 중 욕설이 나온 상황에 대해 “700억~800억원이나 드는 공사 업체를 그냥 담당 임원이 결재, 합의도 없이 정했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임원들이 아무 말도 없는 데서 분노가 폭발했고, 이후 3차례 사과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총괄의 내부폭로는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며 내부 갈등을 확신시켰다. 지난달 29일 카카오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자산개발실 소속 오지훈 부사장과 직원 11명이 내부 전산망에 장문의 공동 입장문을 올리며 “데이터센터 시공사 선정은 입찰과 공정한 심사를 거쳤다”며 반박했다. 카카오 노조인 카카오 크루유니언 역시 김 총괄의 폭로에 대해 외부 독립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에 조사와 동시에 노조의 경영쇄신 참여를 요구했다.

결국 문제가 커지자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30일 사내공지를 통해 “김 총괄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공동체 준법경영실과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서 감사에 착수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시기 당부드리며 그동안 감사나 조사 결과를 예단해서 얘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 주재로 6차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었다. 회사 측은 이날 회의는 모빌리티 업계 간담회 및 제도 개편 내용을 점검하는 등 경영쇄신방안 진행상황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노조 또한 이날 인적 쇄신과 직원의 경영쇄신 활동 참여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요구한 사안에 대해 (사측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오지 않았다”며 “오늘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비상 경영 회의에서 이 내용이 논의될 수 있도록 피케팅(손팻말 시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 지회장은 “노조 활동을 하면서 5년간 한 번도 김범수 (쇄신)위원장을 만난 적이 없는데, 이렇게 노사 간에 대화를 안 하는 곳이 있나”라며 “경영 방식을 주도했던 현 경영진에 대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김범수 위원장이 신상필벌 이야기를 했는데 신상필벌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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