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성 탐사’ 미국 추월 노린다…8년 뒤 흙·암석 회수 목표

곽노필 기자 2023. 12. 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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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1년 화성 표본 회수 추진중…미국보다 2년 앞서
성공땐 미국 제치고 ‘세계 첫 화성 표본 회수 국가’로
화성의 북극 상공을 날고 있는 중국의 톈원 1호 궤도선. 우주선에서 소형 카메라를 방출해 촬영한 사진이다. 중국국가항천국(CNSA) 제공

2045년 우주 최강국 목표를 향한 중국의 보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9년 미국도 못한 달 뒷면 무인 착륙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달 암석과 흙을 지구로 가져온 데 이어, 2021년엔 착륙선과 궤도선, 탐사 로버를 동시에 화성에 안착시켰고, 2022년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까지 건설했다.

다른 한편에선 전통의 우주강국 러시아와 손잡고 2030년대 달 연구기지(ILRS) 건설을 목표로 국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아랍에미리트가 참여를 약속했다. 이는 미국이 새로운 유인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국제협력 방식으로 추진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맺고 있는 아르테미스 협정에 맞대응하는 성격도 있다. 현재 아르테미스 협정 서명국은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32개국이다.

중국이 우주 탐사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첫 프로젝트로 삼고 있는 것이 화성의 암석과 흙을 가져오는 것이다. 화성 탐사선 착륙은 미국보다 약 반세기가 늦었지만 화성 표본 회수는 미국보다 빨리 성공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달 표본을 수집해 가져온 경험, 화성 탐사 사상 최초로 착륙선과 궤도선, 탐사차를 한꺼번에 보내는 데 성공한 경험 등을 통해 축적한 기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때마침 미국의 화성 표본 회수는 예산 문제 등으로 계속 일정이 늦춰지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의 목표대로라면 중국은 미국보다 약 2년 앞서 화성의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게 된다. 성공 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처음으로 화성에서 표본을 가져온 국가가 된다.

2028년 2개의 우주선을 화성으로 보내 화성 표본을 채취해 담은 뒤 2031년 7월 지구로 돌아온다는 구상이다. 성공할 경우 인류 최초의 화성 표본 회수라는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현재 화성에서 탐사선을 통해 표본을 수집 중인 미국은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는 시점을 2033년으로 잡고 있다.

중국 최초의 화성 로봇탐사차 주롱과 톈원 1호 착륙선. 무선 카메라를 떨어뜨린 뒤 10미터 이동해 찍은 셀카다. 중국국가항천국(CNSA) 제공

표본 수집 기간 3~6개월…속전속결 전략

화성 표본을 수집해 가져올 중국의 톈원3호는 두개의 우주선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표본 수집을 위한 착륙선이고, 다른 하나는 표본을 갖고 돌아올 귀환용 궤도선이다.

궤도선의 경우 2028년 11월에 발사해 2029년 8월 또는 9월 중 화성 궤도에 안착시킬 예정이다.

착륙선 발사 일정은 두 가지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는 2028년 12월에 지구를 출발해 2029년 7월 화성에 착륙한 뒤 6개월 동안 표본을 수집하는 일정이다. 다른 하나는 2028년 5월 출발해 2030년 8월에 화성에 착륙하는 일정이다. 착륙시기를 늦추면 화성 북반구의 겨울을 피할 수 있는 대신 2030년 10월 지구 귀환을 시작할 때까지 표본 수집 기간이 약 3개월로 줄어든다. 미국이 표본 수집 기간을 2년 이상 잡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짧은 기간이다.

중국은 화성 표본 수집에 앞서 톈원 2호를 통해 2024년 또는 2025년에 소행성 표본 수집을 시도한다. 대상은 지름 40미터의 카모오알레와((2016 HO3) 소행성이다.

중국의 화성 표본 수집 전략은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다. 화성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표본을 수집하고 있는 미국 탐사선 퍼시비런스와 달리, 중국은 한 곳에서만 표본을 수집한다. 수집 활동을 돕기 위해 나사의 인지뉴이티와 비슷한 소형 헬리콥터와 4족 로봇도 보낼 예정이다.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를 한 번에 성공시키기 위해 중국은 화성의 대기환경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새로운 수치 모델을 개발해 중국학술지 ‘과학통보’(China Science Bulletin)에 발표했다. 중국 주롱과 미국 바이킹 1, 2호 등 착륙선의 현지 측정 자료를 토대로 표면 온도, 바람, 먼지폭풍 등 기후 모델 고마스(GoMars)를 완성했다. 중국은 이 모델을 이용해 화성의 극한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탐사선을 제작할 계획이다,

중국 과학자들은 또 화성 운석을 이용한 실험에서, 인공지능 로봇으로 화성 원소들을 조합해 산소 생성 촉매로 사용할 수 있는 촉매제를 만드는 데 성공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세시스’(Nature Synthesis)에 발표했다. 이는 향후 유인 탐사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우주국의 화성 표본 회수 임무에 동원될 각종 장비들. 로봇탐차사 퍼시비런스와 수거용 착륙선과 헬리콥터, 상승선, 귀환용 궤도선이 보인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갈수록 늦어지는 미국의 표본 회수 일정

현재 진척 상황으로만 보면 미국이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이미 2021년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를 화성에 보내 표본을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23개의 표본을 채취해 용기에 담았다. 목표치인 38개의 60%를 채웠다.

문제는 표본을 수집한 이후다. 나사는 수집한 표본을 유럽우주국과 공동으로 우주선을 보내 가져올 계획이다. 원래 계획은 나사의 표본 수거용 착륙선과 유럽우주국의 지구 귀환선을 모두 2026년에 발사해 2031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나사와 유럽우주국은 탐사 임무의 위험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착륙선을 수거용과 운반용 2개로 나누고, 발사 시기도 2028년으로 늦추기로 합의했다. 귀환용 궤도선의 발사 시기도 2028년으로 늦췄다. 이에 따라 화성 표본이 지구로 돌아오는 시점도 2033년으로 늦춰졌다.

비용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나사의 독립적인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화성 표본 회수에 들어가는 예산은 40억달러에서 80억~110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화성 탐사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은 나사로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액수다.

검토위원회(IRB)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화성 표본 회수는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예상과 일정을 토대로 시작됐다”며 “기술적 문제, 위험의 정도, 지금까지 보여준 것을 보면 임무가 제때 시작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화성 표본 회수와 관련한 예산이 내년에 더 줄어들면서 2028년 발사도 불투명해졌다. 우주매체 스페이스뉴스는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나사는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3월까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가 수집한 화성 암석과 흙을 담은 용기들. 미 항공우주국 제공

미-중 화성 표본 회수 경쟁이 갖는 지정학적 의미

다만 보고서는 “중국의 화성 표본 회수 프로그램은 과학적 엄밀성이 부족하고, 나사의 계획은 과학자들이 가장 가치 있다고 간주하는 표본을 엄선해 가져올 것”이라며 질적인 차이는 부각시켰다.

나사와 유럽우주국의 화성 표본 회수 계획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과 러시아의 우주 협력 중단으로 화성 탐사선 엑소마스 발사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착륙선과 로봇탐사차, 궤도선으로 구성된 엑소마스 프로그램에서 러시아는 착륙선과 발사 로켓을 책임지고 있었다. 유럽우주국은 2028년 이전에는 엑소마스를 발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성 탐사 임무를 책임지는 나사 제트추진연구소는 캘리포니아공대(칼텍)가 운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의회 대표단 6명이 11월21일 빌 넬슨 나사 국장에게 보낸 서한은 미-중의 화성 표본 회수 경쟁이 갖는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서한에서 “화성 표본 회수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중국과의 더 광범위한 지정학적 경쟁의 하나”라며 “화성 표본 회수는 미국이 전략적 우주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중국이 제기하는 국가 안보 도전에 대응하며, 현재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2030년대 초반으로 예상되는 인류 최초의 화성 표본 회수라는 명예는 어느 나라가 가져갈까?

국가 주도의 총력전 태세로 임하고 있는 중국과 이해 충돌을 조정하며 위험 최소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서로 다른 전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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