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베꼈나"… 코웨이 vs 청호-SK매직 vs 쿠쿠 '소송전'

연희진 기자 2023. 12. 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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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정수기 전쟁] ③'기술 싸움' 바람 잘 날 없는 정수기업계

[편집자주]국내 정수기 시장 규모가 3조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업체들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코웨이가 시장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SK매직, 쿠쿠홈시스, 청호나이스 등 중견기업에 이어 LG전자 등 대기업까지 가세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정수기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을 명분으로 렌털비 인상에 나서고 있으나 한편에선 고액의 모델료를 써가며 톱스타를 동원한 홍보에 열중하고 있고 여전히 높은 수준의 대주주 배당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간 기술 개발 경쟁으로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지만 소위 '베끼기' 논란도 여전하다. 파이가 커지는 만큼 잡음도 들리는 렌털업계의 현 주소를 들여다 봤다.

정수기업계가 특허전으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돈 되는 물장사… 후발 LG, 1위 코웨이 잡을 수 있을까
②렌털료 올린 정수기 업체들, 수익성 향상 앞세워 대주주 배당도 늘릴까
③"누가 베꼈나"… 코웨이 vs 청호-SK매직 vs 쿠쿠 '소송전'

정수기업계의 '기술 베끼기' 공방이 장기 소송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수기 렌탈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코웨이와 청호나이스는 얼음정수기와 살균정수기 특허 소송으로 10년 동안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얼음정수기 기술을 코웨이가 베꼈다고 주장한다. 코웨이는 살균정수기 기술을 청호나이스가 따라 했다는 입장이다. SK매직과 쿠쿠홈시스도 기술의 차별성을 두고 논쟁하고 있다.



코웨이 vs 청호나이스, 10년간 특허 전쟁



살균 특허 관련 기술이 탑재된 코웨이 마이한뼘 정수기. /사진=코웨이
얼음정수기 특허를 둘러싼 코웨이와 청호나이스의 소송전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호나이스는 정수기 렌털업계에서 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세계 최초로 얼음정수기를 선보이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2003년 정수기와 제빙기가 결합한 얼음정수기 '아이스콤보'를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2006년 대표 브랜드 '이과수 얼음정수기'가 세상에 나오며 본격적으로 얼음정수기 시대를 열었다. 청호나이스는 이와 관련한 특허(특허 제 10-0729962호)를 보유하고 있다. 이 특허는 하나의 증발기로 제빙과 동시에 냉수를 얻을 수 있는 냉온정수시스템 및 장치에 관한 것으로 청호나이스 얼음정수기의 핵심 기술이다.

코웨이는 2012년 '스스로 살균 얼음정수기'를 출시했다. 청호나이스는 이 제품에 적용된 기술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2014년 4월 특허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11부(재판장 김기영)는 2015년 2월 청호나이스 손을 들어주며 코웨이에 관련 제품 설비를 폐기하고 1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코웨이는 같은 해 4월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소송을 걸었다. 청호나이스의 얼음정수기 특허 자체의 무효를 주장한 것.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코웨이의 청구를 기각했다. 청호나이스의 제빙·냉수 시스템 특허기술의 진보성을 인정한 것이다.

특허무효소송은 일단락됐지만 손해배상 소송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 1심에서 청호나이스가 승소했지만 2심 재판부가 8년 만에 판결을 뒤집고 코웨이의 손을 들어줬다. 2022년 7월 서울고법 제4민사부는 '특허 침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원고(청호나이스)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과 관련해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의 특허소송전 일지. /그래픽=김은옥 기자
코웨이와 청호나이스는 살균정수기 기술에서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는 코웨이에서 청호나이스가 전기분해식 살균 기술에 대한 부분에 대해 문제 삼았다.

두 회사의 살균정수기 특허전은 2021년에 시작됐다. 코웨이는 전기살균기술특허와 관련, '살균력 유지를 위해 전기분해살균수가 역삼투압필터를 우회하는 기술'과 '살균동작 중 정전발생시 전기분해살균수를 배수하는 안전 기술' 등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코웨이는 2011년 해당 특허기술이 적용된 전기분해살균기를 내장한 정수기인 '스스로 살균 냉온정수기'를 출시했다. 청호나이스는 그보다 늦은 2019년 '세니타 정수기' 등에 전기분해살균기를 내장해 선보였다. 코웨이는 청호나이스가 코웨이 전기분해특허기술 3건을 무단 도용한 것으로 보고 2021년 6월 특허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청호나이스는 2021년 9월 특허심판원에 코웨이 특허기술 3건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으나 2022년 3월 특허심판원은 코웨이 특허가 유효하다는 심결을 내렸다. 청호나이스는 특허심판원 심결 직후 세니타 정수기와 에스프레카페 정수기 등에서 전기분해자가살균 기능을 삭제했다. 이후 청호나이스는 2022년 4월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2023년 특허법원은 코웨이 특허 3건이 모두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살균정수기 특허소송에선 코웨이가 6건 소송에서 이겼다. 이 결과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손해배상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관련업계 시각이다.



SK매직과 쿠쿠홈시스도 법원행



SK매직의 특허기술이 탑재된 원코크 얼음물 정수기. /사진=SK매직
올 들어선 SK매직과 쿠쿠홈시스가 소송전에 돌입했다. 지난 5월1일 SK매직은 쿠쿠홈시스를 대상으로 특허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SK매직은 얼음정수기에 '4-way(웨이) 밸브'를 적용해 정수기의 소형화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 특허(특허 제 10-2464193호)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냉매 유로가 추가돼 히터가 필요 없어 정수기에 적용 시 제품을 작게 만들 수 있으며 소음은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게 SK매직 설명이다. SK매직은 쿠쿠홈시스의 '인앤아웃 아이스 10'S 정수기'와 'ZERO(제로) 100S 끓인물 냉온정 얼음정수기'가 해당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쿠쿠홈시스는 기술의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SK매직의 특허 기술은 액체 상태의 냉매를 탈빙에 사용하지만 쿠쿠홈시스는 기체 상태의 냉매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탈빙은 얼음정수기의 제빙봉과 만들어진 얼음이 분리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상반된 입장만큼 두 업체의 소송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SK매직 관계자는 "오랜 기간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자해 어렵게 개발한 특허를 지키기 위해 쿠쿠홈시스 해당 모델의 즉각적인 판매 금지 촉구와 함께 해당 모델의 판매로 추산되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 청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쿠쿠홈시스 측은 "기술의 차이점이 분명히 있음에도 SK매직이 일방적인 특허 침해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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