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덴서 위기 겪은 성호전자… 고객 확장·M&A로 최대 실적 눈앞

군포=최온정 기자 2023. 12.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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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기 오너 2.0] 박성재 성호전자 대표
LCD TV 확산에 매출 줄고 가동률 50% 미만
고객사 확보·M&A로 매출 2000억원 눈앞

한국경제를 이끄는 중견·중소기업의 2·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선대로부터 배운 승부 근성과 해외 경험을 발판 삼아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간다. 1세대 기업인을 뛰어넘기 위해 2·3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2014년부터 액정표시장치(LCD) TV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회사의 주력 상품인 필름콘덴서 매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필름콘덴서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흘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LCD TV는 기존 PDP(평판표시장치) TV에 투입되는 필름콘덴서의 5%만 사용하고도 더 좋은 화질을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1000억원이 넘던 매출은 800억원대로 고꾸라졌고, 공장 가동률은 5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박성재 성호전자 대표

박성재(39) 대표가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2015년, 성호전자는 전례없는 위기에 처해있었다.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 LG전자가 PDP TV 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했던 필름콘덴서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필름콘덴서가 사양산업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었다.

박성재 성호전자 대표. 성호전자는 필름콘덴서와 전원공급장치를 주로 생산해 판매하는 회사다./최온정 기자

◇ 비용절감·고객사 확보로 매출 반등

성호전자는 박 대표의 부친인 박현남 회장이 1986년 세운 회사다. 박 회장은 필름콘덴서 제조기업인 진영전자 출신이다. 성호전자를 세우면서 전자부품 유통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회사를 키워 2000년에 진영전자를 인수했다. 그 후 전원공급장치(PSU·교류를 직류로 전환시키는 장치)와 필름콘덴서 소재인 금속증착필름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박 대표는 미시간주립대를 졸업한 뒤 2010년 성호전자에 입사했다. 입사 2년만인 2012년 성호전자가 정부의 중소·중견기업 육성 프로그램 ‘월드클래스300′에 선정되는 데 역할을 했고, 2013년에는 적자에 시달리던 중국지사의 법인장을 맡아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는 입사 5년차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급감한 매출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구조조정으로 원가와 경비를 과감하게 줄였고,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박 대표는 “국내 전자회사 중 성호전자와 거래할 수 있는 기업을 매일 3~4곳씩 방문해 사업제안을 했다”면서 “총 100곳이 넘는 회사를 만났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객사를 5배 이상 늘렸다”고 했다.

성호전자가 생산하는 제품들. 왼쪽부터 전원공급장치, 필름콘덴서, 증착필름.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동시에 상품 경쟁력 강화에도 힘썼다. TV 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든 필름콘덴서는 태양광·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납품하고 있다. PSU는 중국(위해·주해)과 베트남(하노이)에 공장을 보유하면서 고객의 수요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콘덴서 연구소와 콘덴서·PSU 통합연구소도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초반에는 늘어난 고객사를 관리하기 쉽지 않아 싫어하는 직원들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 이후로 매출이 떨어지거나 구조조정을 한 적이 없었다. 회사 운영 방향에 공감하는 직원들도 점차 생겨났다”고 했다. 성호전자는 2016년 매출 반등에 성공했다. 2015년 804억원이던 매출(연결기준)은 2016년 877억원, 2017년 923억원으로 증가했다.

◇ 서룡전자·IPEC 인수로 사업 확대… 매출 2000억 눈앞

매출 반등에 성공한 뒤 박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는 “회사 실적이 반등한 2016년부터 다양한 사업을 고민했지만, 모든 사업을 성호전자에서 할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때부터 경영 방식을 바꿔 다양한 회사를 세웠다”고 했다.

박 대표는 2017년 필름콘덴서를 조명시장에 유통하는 회사인 서룡전자의 영업권을 매입했다. 콘덴서뿐만 아니라 PSU까지 파는 회사로 키워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듬해 7월에는 인도 현지 사업가와 손잡고 전자부품 회사 ‘IPEC’(India Power Electronics Company)를 만들었다. IPEC에서는 전기 오토바이 충전장치 제조사업을 시작했다.

그래픽=손민균

이후 두 회사의 매출은 수직상승했다. 서룡전자 매출은 2020년 64억원에서 2021년 111억원, 2022년 103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IPEC 매출은 2018년 10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매출은 4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현재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업계 1위 회사로 성장했으며, 인도 1위 전기 오토바이 생산 업체인 ‘올라 일렉트릭’을 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성호전자의 자회사가 좋은 성과를 내면서 연결기준 매출도 증가했다. 2020년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뒤 2021년에는 1332억원으로 증가했고, 작년에는 153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936억원이다. 연간 매출은 200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PSU가 전체 매출의 70%를, 증착필름 및 필름콘덴서가 나머지 30%를 차지한다.

박 대표는 현재 대학교 동문들과 함께 차린 투자자문사 ‘미시간투자자문’을 통해 회사 자금 운용 방향에 대한 자문을 받고 있다. 그는 “본업이 제일 중요하지만,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면서 “성호전자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동종업계 기업을 인수해 회사를 더 키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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