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만 지어선 한계… 건설사도 소프트웨어 사업 해야”

신수지 기자 2023. 12.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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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건설부문 라이프솔루션 본부장 조혜정

“1년에 2만 가구 짓고, 한 가구에 최소 두 명이 산다고 치면 4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셈이에요. 그런데 하드웨어인 아파트만 달랑 짓고 땡 치는 사업 모델은 이제 그만해야죠. 건설사가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하면, 기존 아파트에서도 계속 수익을 낼 수 있는 겁니다.”

조혜정 삼성물산 건설 부문 라이프솔루션 본부장이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서 지난 8월 출시한 클라우드 기반 홈 플랫폼 '홈닉'의 커뮤니티 예약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최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서 만난 조혜정(56) 삼성물산 건설 부문 라이프솔루션 본부장은 “한정된 땅에 계속 건물만 지어서는 건설사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 단지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소프트웨어 사업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삼성에 입사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건설과의 인연은 2년밖에 안 된다. 한양대에서 학사, 포항공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을 때 전공은 화학공학. 2000년 삼성종합기술원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연료전지 등을 연구하다가, 2013년 삼성전자로 옮긴 이후엔 IoT(사물인터넷) 사업을 담당했다.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들을 서로 연결해 제어하는 ‘스마트홈 설루션’에서 성과를 거둬 2015년에는 상무로 승진했다. 이런 이력을 가진 조 본부장의 삼성물산 이직은 국내 건설업의 고민과 최근 트렌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는 평가다.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중심의 주택사업은 물량 자체에 한계가 있고,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IT를 활용해 입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건설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사업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조 본부장은 “처음 삼성물산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을 때는 ‘건설사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로 사업 확장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출근을 결정했다”며 “생활가전 영역에 한정됐던 스마트홈 사업을 본격적으로 집이라는 공간 전체로 넓히려면 전자보다 건설이 더 적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이 1년여 개발해 지난 8월 처음 내놓은 서비스가 클라우드 기반 홈 플랫폼인 ‘홈닉’이다. 단지 내 카페에 주문하면 로봇이 직접 배달해 주고, 집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을 때는 메타버스(가상공간)에서 직접 가구를 배치해 본 후, 해당 업체와 상담·구매를 할 수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IT 전문가뿐 아니라 설계·시공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무수히 토론을 했다. 그래서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 ‘융합의 꽃’이다.

‘홈닉’은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에 처음 적용됐다. 앞으로 기존 래미안 아파트는 물론 다른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2010년 이후 준공한 500여 단지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중견 건설사들과 업무협약(MOU)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조 본부장은 “지방이나 중소 브랜드 아파트들도 홈 플랫폼을 통해 서울 고급 아파트 못지않은 디지털 라이프를 누리는 것이 보편화될 것”이라며 “아파트 입주민들 간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앞으로 스마트빌딩 설루션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 본부장은 “삼성전자에서 스마트빌딩 설루션을 내면서 꿈꾸던 청사진이 있는데 사실 반도 이루지 못했다”며 “홈닉과 새로운 스마트빌딩 설루션을 기반으로 호텔, 데이터센터, 공항 등 모든 공간에 적용되는 스마트 설루션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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