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찾기’ 실패한 민주당···당 지도부 무능론 제기

신주영 기자 2023. 12. 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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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와 소속의원들이 지난 1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자진 사퇴로 그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발되자 3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전략 부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철회, 법제사법위원회 파행 운영으로 인한 본회의 개최 무산 등 연이은 여당의 ‘꼼수’에 민주당이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전 위원장 끌어내리기라는 목적 달성에 중점을 둔 긍정적 평가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전 위원장이 자진 사퇴한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부 언론에서 이동관 사퇴로 민주당이 허를 찔렸다는 기사를 썼다. 어이없고 한심한 기사”라고 말했다. 그는 “최소 2주 전부터 많은 기자들이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사퇴 가능성과 대응을 문의했다”며 “용산과 여당 주변에서 이미 파다하게 퍼졌던 얘기”라고 썼다. 그는 같은 날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위원장이 사퇴할지)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이 전 위원장 사퇴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런 꼼수를 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갸우뚱하는 반응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위원장은 포기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사전에 알았다면 ‘이 전 위원장이 사직하는 꼼수가 없기를 바란다’ 등 알고 있었다는 표시를 했어야 됐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 위원장이 물러났으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절반의 성공”이라며 “방송 줄 세우기가 일단 제동은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이 반복되며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애초 민주당이 이 전 위원장 탄핵소추를 추진하려 했던 지난달 9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하면서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됐다. 홍 원내대표는 당시 “충분히 예상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법사위원장직을 가진 국민의힘이 그 전날인 22일 법사위를 파행시키며 열리지 못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오후 6시경 이같은 사실을 언론에 브리핑했다.

또 다른 수도권 지역 의원은 이날 “여당에 비해 정교함이 떨어진다. 이런 경우, 저런 경우(에 대한 대비)를 잘 했어야 됐는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9일 필리버스터 (철회) 때는 확실히 우리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며 “(홍 원내대표가 이를) 알고 있었다고 얘기하시는 걸 보면 (발언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 책임을 돌리는 건 화살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으로선 법사위 권한을 이용한 여당의 본회의 파행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현실적으로 없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안은 각 상임위를 거친 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통해 본회의에 부의된다. 상원 노릇을 하는 법사위 권한 축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19대·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자진사퇴를 한 이 전 위원장이 정무직 공무원으로 국가공무원법상 퇴직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 전략 부재 비판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대부분의 공무원은 파면·해임·강등·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이거나 비위행위로 수사기관에서 조사 및 수사 중일 경우 퇴직이 불가능하다. 정무직 공무원인 방통위원장은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한 서울 지역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이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이 전 위원장을 지키려고 그랬던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이 뒤통수 맞았다는데, 지금 아픈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그쪽인데 왜 우리가 아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이 대표의 “몰랐다”는 말에 대해 “그건 국민의힘의 플레이에 대해서 비판하기 위해서 하는 소리다. 그걸 어떻게 예상을 못하겠느냐”며 “(지도부는) 충분히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올해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2일)을 넘겼다.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해병대 채모 상병 국정조사, 각종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예고돼 있어 내년도 예산안은 연말에나 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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