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근무한 직원에 연장수당 아닌 당직비만 준 지역농협, ‘임금체불’

세종=손덕호 기자 2023. 12. 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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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벤처기업, 투자 유치 어렵다며 총 26억 체불
무면허 업체에 하청, 다시 무면허 업체에 재하청…시공사 적발
尹대통령 “올해 벌써 22만명 임금 1.4조 체불”
근로기준법·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 논의 국회에 요청

A 지역농협은 직원들이 주말에 근무하면 일정 금액의 당직비만 지급하고, 통상 시급의 1.5배가 적용되는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감독 결과 A 지역농협은 최근 3년간 이런 방법으로 근로자 134명에게 연장근로수당 등을 법정 기준보다 2억4000만원 적게 지급하는 등 임금을 상습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퇴직 근로자 생계비 융자 지원 안내문이 걸려 있다. /뉴스1

고용노동부는 3일 임금을 상습적·고의적으로 체불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 131개와 임금체불·불법 하도급 의심 12개 건설현장에 대해 지난 9월부터 111월까지 기획감독을 실시한 결과 92개사(70.2%)에서 총 91억원이 넘는 체불임금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69개사, 148건의 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사법처리했다.

노동당국은 재직 중인 근로자는 임금이 체불되더라도 사업주를 신고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에 기획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주로 정보통신업, 제조업, 병원 등에서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간 임금을 상습적으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가 자의적으로 임금을 지급하거나, 노동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길게는 수년간 각종 수당을 상습 체불한 경우도 있었다.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IT 벤처기업 B사는 업황이 부진하고 투자 유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1년 간 근로자 25명의 임금·퇴직금을 17억원 체불했다. B사에서는 이번 근로감독 이전에도 임금을 총 36건, 9억원 체불한 사건이 제기되는 등 임금을 상습적으로 체불했다. 체불 금액이 총 26억원에 달한다.

면직물을 제조하는 C사는 근로시간 중 근로자들에게 근태 편의를 부여했다는 이유로 3년 간 근로자 54명의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8300만원을 고의적으로 체불했다. D 건설사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입찰 때보다 현재 단가가 비싸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3년 간 근로자 7명의 임금을 총 3100만원 체불했다. 감독 이전부터 총 23건, 5000여만원의 임금체불 사건이 제기되는 등 임금을 상습적으로 체불했다.

고용부와 국토교통부와 함께 기획감독을 벌인 12개 건설현장 중 2개 현장에서 불법 하도급을 적발했다. E 건설사는 구조물 해체·비계 설치 면허가 없는 F사에 불법 하도급을 줬고, F사는 다시 다른 무면허 업체 G에 불법을 재하도급을 줬다가 적발됐다. 4개 현장에서는 하도급업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지 않고 현장팀장 등에게 지급해 적발됐다.

고용부는 확인된 임금 체불 사례에 대해 사법처리와 함께 청산 계획을 제출받아 근로자 권리구제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재직 중인 근로자의 임금체불 피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오는 11일부터 연말까지 ‘임금체불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해 불시 기획감독을 강화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5월 당정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고, 지난 6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대책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임금을 상습 체불한 사업주에게 신용제재, 정부 지원 제한, 공공입찰 불이익 등 경제적인 불이익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또 재직자에게 임금을 제때 주지 않으면 연 20% 이율로 지연이자를 적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또 정부는 지난해 12월에는 사업주가 임금을 체불하지 않도록 융자를 활용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정부가 사업주를 대신해 지급한 체불 임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임금체불은 근로자 삶의 근간을 훼손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임금체불을 근절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체불액의 80%를 차지하는 반복·상습체불 제재를 강화하는 근로기준법·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올해만 벌써 22만명 이상의 체불 피해자들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1조 4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며 국회에 근로기준법·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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