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겨울나기… 길냥이들을 부탁해 [밀착취재]

최상수 2023. 12. 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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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서울과 경기 등의 지방자치단체가 길고양이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만든 겨울집이 있다.

겨울집에서 길고양이는 아늑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까.

동물권 확보를 주장하는 시민 요구에 일단 길고양이의 겨울나기를 돕고는 있지만 동시에 길고양이를 반기지 않는 다른 시민의 민원도 피해야 해서 고양이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생뚱맞은 위치에 겨울집과 급식소를 짓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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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급식소·겨울집… 길고양이들은 어디로 갔나
겨울. 길고양이에게 잔인한 계절이 왔다.
인천 옹진군 십리포해변의 버스정류장에서 한 고양이가 열선이 깔린 의자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우리나라 길고양이의 기대 수명은 2∼3년이다. 주인이 있는 반려 고양이의 11년에 비해 턱없이 짧다.
인천 옹진군 십리포해변의 버스정류장에서 고양이들이 열선이 깔린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인천 옹진군 십리포해변의 버스정류장에서 고양이들이 열선이 깔린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인천 옹진군 십리포해변의 버스정류장에서 고양이들이 열선이 깔린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는 길고양이가 오래 살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겨울마다 추위를 이기지 못하거나, 먹이 활동을 못해 죽는 사례가 많다. 이번 겨울은 무사히 살아낼 수 있을까.

서울과 경기 등의 지방자치단체가 길고양이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만든 겨울집이 있다. 주 출몰 지역에 스티로폼 집을 설치하고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따듯한 융도 넣어 놨다.

겨울집에서 길고양이는 아늑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과 달리 영하 기온의 매서운 날씨에도 텅텅 비어 있다. 급식소도 마찬가지다. 겨울철 길고양이 사인(死因)으로 낮은 기온과 함께 식수난이 꼽힌다. 물이 얼어붙어 목을 축일 식수가 없다. 고양이는 5일 이상 물을 마시지 않으면 탈수, 고혈압, 신장질환으로 위험해진다. 태양광으로 물이 얼지 않게 유지되는 급식소에도 길고양이 발길은 끊겨 있었다.
인천 옹진군 십리포해변 인근에서 한 고양이가 박스 더미에서 잠을 자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인근에 마련된 길고양이 집에서 한 고양이가 누군가 놓고 간 핫팩에 앉아 추위를 피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인근에 마련된 길고양이 집에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한 고양이가 사료를 먹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인근에 마련된 길고양이 집에서 한 고양이가 누군가 놓고 간 핫팩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다 어디로 갔나. 길고양이가 겨울집이나 급식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고양이 습성이나 생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

고양이는 영역에 집착하는 본능이 있다. 이 영역은 생존과 직결되는 먹이와 잠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곳이다. 고양이는 이 영역을 지키고, 확장하려고 한다. 집고양이가 흔히 이사 후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영역 변화가 원인이다.

지자체 운영의 겨울집과 급식소는 고양이 영역만 고려할 수는 없다는 고민이 있다. 동물권 확보를 주장하는 시민 요구에 일단 길고양이의 겨울나기를 돕고는 있지만 동시에 길고양이를 반기지 않는 다른 시민의 민원도 피해야 해서 고양이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생뚱맞은 위치에 겨울집과 급식소를 짓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공원에 마련된 길고양이 급식소. 태양광으로 물이 얼지 않게 유지되고 있다.
서울의 한 공원에 마련된 길고양이 겨울집. 20개 정도의 집이 놓여 있었지만 고양이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한 길고양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인근의 고양이 집에서 나온 뒤 경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 보좌진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 길고양이 집을 겨울나기용으로 교체하고 사료와 물을 보충하고 있다.
황미숙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 대표는 “영역 표시를 위해 하는 스프레잉(높이 뿌리듯이 배뇨하는 행위)으로 더러워지고 노후화하는 등 청결함이 유지되지 않으면 고양이는 찾지 않는다”며 겨울집 청결에 대해서도 불만을 이야기했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듯하게 구조를 변경해 주며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 길고양이 집에서는 야옹이들이 사료를 먹거나 잠시 추위를 피하러 찾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인천 옹진군 십리포해수욕장의 버스정류장. 시민을 위해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듯하게 유지되는 의자에 고양이들이 옹기종기 쭈그리고 앉아 잠시뿐인 겨울철 햇볕을 쬐고 있다. 겨울철 관광객이 끊긴 바닷가에서 가끔 오는 사람이 혹시 먹이를 주지 않을까,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누워서 뒹굴어 보기도 한다. 흔히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경계하는 편이지만 관광지 특성상 사람에게 더 가까이 가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한 길고양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인근의 고양이 집에서 나온 뒤 경계하고 있다.
충북 제천의 한 커피숍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인천 옹진군 십리포해변 인근에서 한 고양이가 누워서 뒹굴고 있다.
인천 옹진군 십리포해변의 버스정류장에서 고양이들이 햇볕을 쬐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길고양이가 생존을 위해 우리에게 다가오듯이 공존을 위해 우리도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글·사진=최상수 기자 kilr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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