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방시혁, 방시혁은 박진영이 키워…그럼 박진영은 누가? [신기자 톡톡]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3. 12. 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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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 톡톡 - 2]
저작권협회 등록곡 ‘1400곡’ 넘는 김형석 작곡가
신승훈 ‘I believe’, 성시경 ‘내게 오는 길’
김건모 ‘첫인상’, 박진영 ‘너의 뒤에서’ 등
수많은 히트곡 보유…입담도 뛰어나
김형석 작곡가가 자신의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호영 기자>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김형석 작곡가가 작곡한 노래를 한 번은 들어봤을 거예요.”

우리나라 영화 음악(OST) 중에서 매우 유명한 곡으로 꼽히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아이 빌리브(I Believe)’ △성시경 ‘내게 오는 길’ ‘처음처럼’△김건모 ‘첫인상’ △박진영 ‘너의 뒤에서’ △드라마 ‘올인’의 OST ‘처음 그날처럼’ △김광석 ‘사랑이라는 이유로’ △솔리드 ‘이 밤의 끝을 잡고’ △임창정 ‘그때 또 다시’ ‘결혼해줘’ ‘늑대와 함께 춤을’ △변진섭 ‘그대 내게 다시’ △베이비복스 ‘킬러(killer)’ ‘겟업(Get up)’ △엄정화 ‘하늘만 허락한 사랑’ △박정현 ‘편지할게요’ △보보 ‘늦은 후회’ △유미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등.

우리나라 대표 작곡가 김형석 작곡가가 만든 그야말로 ‘주옥 같은’ 곡들이다. 김형석 작곡가는 작곡해서 발표만 하면 히트해서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며, 입담이 뛰어나고 유머 감각이 넘쳐 대중이 친근하게 여기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발라드·댄스·영화·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뛰어난 음악성을 발휘해왔다. 한국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만 1400곡이 넘는다.

가수 임창청 씨를 발굴해서 키운 작곡가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 대표 연예 기획사 ‘제이와이피엔터테이먼트(JYP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이자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인 박진영 씨의 작곡 스승이기도 하다. 최근 김형석 작곡가를 만나 그가 걸어온 음악 인생, 근황,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언제 작곡가로 데뷔했나.

▷23살 때였던 것 같다.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 씨의 1집(1989년) 수록곡 ‘너에게’를 작곡하면서 작곡가로 공식 데뷔했다. 1991년 발표한 김광석 씨의 2집 수록곡 ‘사랑이라는 이유로’도 작곡했다.

-국민 히트곡인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수록곡(OST) ‘아이 빌리브(I Believe)’가 원래는 가수 신승훈 씨가 아닌 성시경 씨한테 갈 곡이었다고.

▷가수 성시경 씨가 부르길 원했다. 2001년 발표된 성시경 씨의 ‘내게 오는 길’을 제가 작곡한 인연도 있고, 성시경 씨가 발라드를 감미롭게 잘 부르니까 성시경 씨를 먼저 떠올렸다. 그런데 당시 성시경 씨가 굉장히 바쁠 때였고, 드라마·영화 음악(OST) 등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던 때라서 가수 신승훈 씨가 생각났다.

신승훈 씨는 직접 작곡·작사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라서 OST를 불러달라고 부탁하면 거절할 것 같았지만 흔쾌히 승낙했다.

-‘아이 빌리브(I Believe)’ 한 곡으로 지금까지 올린 수입(저작권료 포함)만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소문도 있던데.

▷한 개의 곡으로 수십억원을 벌려면 세계적으로 히트해야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제가 ‘I Believe’의 작사까지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작사가랑 저작권료를 나눠 갖기 때문에 저작권료 수입이 엄청 크지는 않다.

게다가 ‘I Believe’가 발표될 당시(2002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중가요가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던 시절도 아니었기 때문에 저작권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발표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곡이라서 감사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김건희 여사가 사과문을 발표하던 뉴스 보도를 누군가 ‘I Believe’ 노래랑 엮어서 영상으로 만들었는데, 해당 영상이 큰 화제가 될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영상이 재미있었다. 저는 선거가 싸움이 아닌 일종의 축제라고 생각한다. 선거 과정에서 벌어지거나 일어나는 어떤 사건 등을 희화하거나 대중이 즐거워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축제이니까.

-성시경 ‘내게 오는 길’ 작곡하는데 걸린 시간은.

▷일주일 정도 걸린 것 같다.

-명곡인데 일주일 밖에 안 걸렸나.

▷제가 써서 명곡이 된 게 아니라 가수가 멋지게 노래를 불러줬고 대중이 사랑해줘서 명곡이 되는 것이다. 만약 ‘내게 오는 길’을 제가 불렀다면 절대로 명곡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곡을 쓸 때 명곡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작곡 시간과 크게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작곡하기 힘들거나 쉬운 장르는.

▷천성이 감성적이라서 그런지 감성적인 곡, 발라드를 작곡하는 게 쉽다. 댄스곡을 작곡하는 게 힘들다. 가장 쉽게 작곡한 곡은 가수 박진영 씨의 ‘너의 뒤에서’였던 것 같다.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면서 약 10분 만에 작곡했다. 가장 힘들게 작곡한 곡은 가수 유승준 씨의 ‘나나나’였다.

-가수 임창정 씨를 언급할 때 작곡가님을 빼놓을 수 없는데. 가수 임창정 씨를 키운 사람 아닌가. 임창정 씨의 ‘그때 또 다시’, ‘결혼해줘’, ‘늑대와 함께 춤을’, ‘러브 어페어(Love Affair)’ 등 여러 히트곡을 모두 작곡가님이 작곡했다.

▷가수 임창정 씨는 키운 사람은 창정 씨의 부모님이고. 인연이 잘 맞닿았었던 것 같다. 창정 씨를 노래방에서 처음 봤다. 제가 작곡한 곡인 가수 김건모 씨의 ‘아름다운 이별’을 누군가 노래방에서 부르고 있었는데, 노래를 정말 잘했다. 도대체 누가 노래를 부르는지 궁금해서 그 방에 가서 봤다. 그 사람이 임창정 씨였다. 그렇게 임창정 씨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1997년 발표된 ‘그때 또 다시’를 제가 작곡하게 됐다. 이후로 임창정 씨한테 여러 곡을 줬다.

-더불어민주당의 로고송 ‘더더더’도 작곡했다.

▷20대 총선(2016년) 때 더불어민주당의 응원가이자 로고송 ‘더더더’를 작곡하게 된 것은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이끌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좋아한 이유가 컸다. 개인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한다.

제 본업이 작곡이니까 음악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을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고민했다. 고심하다가 우연히 ‘더더더’를 작곡하게 됐다. 작곡가의 입장에서 정치활동에 사용되는 노래를 작곡하는 게 흥미로웠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우리나라 대통령이 언제 어디에서든 당당하고 최고였으면 하는 바람에 대통령을 위한 헌정곡 ‘미스터 프레지던트’도 작곡했다.

-저작권료 가장 많이 나오는 곡은.

▷계산을 안 해봐서 정확하게는 모른다. 아마도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OST ‘I Believe’일 것 같다.

-많이 할 때 한 달에 몇 곡 작곡하나.

▷한창 많이 작곡할 때는 한 달에 10~20곡 미만 정도 작곡했다.

-주로 언제 작곡하나.

▷예전에는 세상이 고용한 밤에 주로 작곡했다. 요즘에는 오후 혹은 저녁시간에 작곡하는 편인데, 사실 악상이 떠오르면 언제든지 작곡한다.

-근황은.

▷본업인 작곡 외에 여러 개의 회사를 세우고 운영하고 있다. 아트펌팩토리(미술 작가들 대행사) △아트펌컴퍼니(미술 작가들의 공연·작품 전시와 판매 등) △노느니특공대(정보기술, 엔터테인먼트 등을 결합한 음악 서비스 회사) △케이 노트 뮤직 아카데미(K-note Music Academy, 음악인을 키우는 교육기관) 등이 대표적이다.

‘노느니 이런 거 해보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노느니특공대’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음악, 엔터테인먼트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사·작곡할 수 있고, 음악을 즐기고 놀 수 있는 온라인 공간 ‘뮤펌’을 선보였다.

뮤펌에는 지니뮤직의 자회사이자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주스’와 손잡고 여러 AI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뮤펌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 받아 뮤펌의 AI를 이용해 손쉽게 작곡·작사할 수 있고, 자신이 만든 곡을 뮤펌에 공개할 수 있다.

-가수 박진영 씨가 방송에 나와서 여러 번 말한 적도 있는데 박진영 씨한테 꽤 오랜 기간 무료로 작곡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고. 박진영 씨와 얽힌 재미있는 일화는 없나.

▷박진영 씨는 우리나라 최고의 연예 기획사(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대가가 됐다. 엄청난 노력파이면서 자신이 세운 계획과 목표를 실현하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리고 매우 성실하다. 예전에는 그냥 편한 동생이었지만 이제는 제가 존경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뛰어난 예술가이다.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가수는.

▷걸그룹 ‘뉴진스’.

-피아노를 굉장히 잘 치는데 몇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나.

▷처음 배운 것은 6살 때였던 것 같다. 그런데 배우다가 다시 안 배웠다.

-아버지가 음악 선생님, 어머니가 피아노 선생님이라서 자연스럽게 작곡가의 길을 선택했다고. 그래도 어렸을 때 꿈이 있었을 것 같은데.

▷초등학생 때부터 꿈이 작곡가였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작곡가의 삶을 살게 됐다.

-작곡가가 되지 않았다면...

▷생각 안 해봤다. 만화를 좋아해서 만화가가 됐을지도.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영화 분야로 뛰어들었으려나.

-사랑 이야기도 해보려고 한다. 3년 연애 후 결혼했는데, 연애하는 1년 동안 작곡 거의 안 하고 매일 데이트했다고.

▷연애할 때 작곡을 거의 안 하고 거의 매일 데이트했던 것 같다. 열정적으로 연애하고 결혼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음악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음악으로 풀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작곡이 잘 안 되거나 악상이 잘 안 떠올라서 스트레스를 받게 돼서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 순간 스트레스가 풀린다.

-많은 곡을 썼지만 또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가요는 물론 뮤지컬·영화·드라마 음악(OST), 광고 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거의 대부분의 음악을 작곡해봤다. 트로트 작곡은 안 해봤는데 나중에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이를 더 먹으면 초등학생(3~6학년들), 중학생을 대상으로 작곡하는 방법 등 음악을 가르쳐주고 싶다.

-인공지능(AI)이 음악 산업도 바꿀 것 같은데.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갖고 노는 시대로 바뀔 것 같다. 음악을 만드는 즉 창작의 문턱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포토샵’ 프로그램이 세상이 나오면서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 원본과 완전히 다른 마치 예술 작품처럼 만들 수 있게 된 것처럼 음악을 요리하듯이 순식간에 편곡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디지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업체 ‘지니뮤직’과 지니뮤직의 자회사이자 AI 스타트업 ‘주스’ 그리고 제가 공동 기획해서 만든 ‘지니리라’ 서비스를 이용하면 AI를 이용해 10분이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편곡이 가능하다.

-한국의 대중가요 특히 아이돌 중심의 음악을 ‘케이팝(K-POP)’이라고 부르는데 케이팝의 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게 있다면.

▷지금은 음악의 쓰임새가 다양해진 시대다. 과거에는 음악이 음악 자체로 소비됐다.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눈을 감은 상태에서 음악에만 집중하는 음악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지금은 더 좋거나 뛰어난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음악이 보조 역할, 일종의 감초 같은 역할로 사용되는 경우가 꽤 많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게임용 음악도 음악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1분 미만 혹은 1분처럼 짧은 음악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케이팝은 곧 아이돌 음악’으로 인식되는 것은 안타깝다. 음악 등 예술이 발전하려면 어떤 틀 안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예술은 다양한 장르가 융복합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예술이 탄생하고 이는 다시 문화 발전으로 연결된다.

한때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홍콩 영화가 어느 순간 ‘느와르(범죄 영화)’만 우후죽순 만들어지면서 홍콩 영화 자체가 세계인들에게 잊혀졌다. 케이팝이 지금은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홍콩 영화처럼 추락하지 않으려면 아이돌 음악 중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범위를 넓히는 등 다양해져야 한다.

-30년 넘게 스타 작곡가로 맹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른 걸 잘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너무 겸손한 말씀 아닌가.

▷정말 그렇다. 제게 성공신화, 스타 작곡가 등 이런 수식어를 붙여주는 분들이 있는데 너무 과분하다. 제게는 음악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음악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에 집중한 결과라는 의미인가.

▷이제 음악에 집중해야지.

-내게 작곡이란.

▷자연스러움? 버릇.

-작곡가 ‘김형석은 곧 작곡’인가.

▷술꾼이겠지. 술이 저를 좋아한다. 저는 술 별론데.

-어떤 작곡가로 기억되고 싶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주는 작곡가로 남고 싶다. 예술은 사람을 울고 싶을 때 울게, 웃고 싶을 때 웃게 만들어 주는 것. 그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 예술인데. 이게 가능하려면 동심이 필요하고, 사람들의 마음과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저는 사람들의 목소리, 마음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한다.

신수현 기자

* 신기자 톡톡은 화제의 인물, 특정 분야에 성공한 사람, 독특한 인생을 살고 있거나 살아온 분, 특수 직종 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연재 코너입니다. 아래 기자페이지의 ‘+구독’을 누르시면 놓치지 않고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유튜브 ‘매경5F’에서 김형석 작곡가님의 영상 인터뷰 + 작곡가님이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직접 연주하는 영상 2편 등 총 3편의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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