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 빠진 中 청년들… 복권 판매·온라인 사기 급증

이우중 2023. 12. 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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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월 복권 판매량,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
경기불황에 청년 실업률 역대 최고 '21.3%'

올해 중국에서 복권 판매와 온라인 사기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신문망 등 현지 매체는 30일 중국 재정부 발표 자료를 인용해 올해 1∼10월 누적 복권 판매액은 4758억7600만위안(약 86조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중국인 1인당 평균 복권 구매액은 약 340위안(약 6만1000원)이었다.

중국 복권 판매는 하반기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월 332억위안(약 6조원)이었던 월 판매액이 2월과 4월 각각 400억위안(약 7조2000억원)과 500억위안(약 9조원)을 넘었고, 8월에는 529억위안(약 9조6000억원)까지 늘었다. 9월과 10월은 다소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전년 동기 대비는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복권 판매가 증가하면서 판매업체도 늘어나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신규등록한 업체가 지난해보다 38% 늘었다. 번화가나 관광지에는 복권 판매상들은 물론 복권 자동판매기가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미니 복권 판매기를 갖춘 택시도 등장했다.

복권 판매 증가는 중국 경기 불황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침체로 팍팍해진 삶의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서민들 사이에서 인생 역전을 노리는 사행 심리가 확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21.3%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구직난 속에 청년층에서 요행을 노리는 복권 구매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복권 판매점 업주는 “최근 복권 구매자 상당수가 젊은 층”이라며 “재미삼아 사기도 하지만, 수 위안에서 수십 위안을 투자해 운이 좋으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민간 싱크탱크 안방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복권 판매가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은 중국 경제 회복이 여전히 멀고 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올해 중국에서 기소된 온라인 사기범은 지난해보다 5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최고인민검찰원은 올해 1∼10월 전국 인민검찰원이 기소한 온라인 사기범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3만4000여명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과거 온라인 사기범들은 대부분 연령이 낮고 저소득, 저학력자들이었지만 점차 고학력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최고인민검찰원은 설명했다.

올해 1∼3분기 전국 인민검찰원이 사기 실행자와 사기 방조, 사기 은폐 등 온라인 사기 관련 혐의로 기소한 전문대 이상 고학력자는 모두 1만8000여명에 달했다. 이는 올해 1∼10월까지 기소한 온라인 사기범의 53%에 달한다.

최고인민검찰원은 접경지역 국가에서 온라인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며 해외에서 체포한 사기범들을 끝까지 추적해 일당을 체포하고, 적극적으로 기소해 중형을 구형하는 한편 사기범들이 불법 취득한 자금 몰수에 전력을 기울이도록 지시했다.

중국 검찰과 공안은 미얀마 등 중국 접경 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자국인을 상대로 한 온라인 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올해 들어 대대적인 소탕 작전에 나섰다. 지난 4월 쓰촨성 난충에서 미얀마 조직과 연계해 온라인 사기 행각을 벌인 430명을 검거해 전원 기소했다. 또 지난 9월부터 미얀마 현지 당국과 공조해 윈난성과 인접한 미얀마 북부 온라인 사기 범죄 소탕에 나서 지금까지 자금을 댄 배후 인물들과 범죄 조직의 두목 및 핵심 간부 63명을 비롯해 총 3만1000명의 온라인 사기 가담 중국인을 체포해 송환했다. 중국 공안부는 지난달 21일 “미얀마 북부 코캉 자치구의 내전 와중에 현지 사기 범죄 조직이 사실상 와해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사기 범죄 처벌도 강화했다. 지난해 12월 저장성에서 발생한 온라인 사기 사건에 가담했다 체포된 11명 가운데 이미 판결이 난 4명 중 한 명은 무기징역과 종신 정치 권리 박탈, 전 재산 몰수 판결을 받았고, 나머지 3명도 1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됐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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