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내 마음의 영웅본색과 빨간 마후라

관리자 2023. 12.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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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배우 주윤발이 뽑은 최고 영화는 무엇일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그에게 기자들이 물었더니 세편을 꼽았다.

우리나라 영화 중에 내 가슴에 영원히 새겨진 영화는 신영균 주연의 '빨간 마후라'(1964년)다.

쟈니 브라더스가 부른 영화 주제곡 '빨간 마후라'는 엄청나게 유명해져 그 후 국민 군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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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스타 홍콩 배우 주윤발
우리나라 대배우 신영균 선생
평생 모은 재산 사회 기부 약속
사고치고 수사기관 불려다니는
기업인·연예인·운동선수 보며
‘영원히 빛나는’ 두분이 떠올라

홍콩 배우 주윤발이 뽑은 최고 영화는 무엇일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그에게 기자들이 물었더니 세편을 꼽았다. ‘영웅본색’(1986년), ‘첩혈쌍웅’(1989년), ‘와호장룡’(2000년)인데 특히 ‘영웅본색’ 덕분에 영화에 눈을 뜨게 됐다고 밝혀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주윤발이 영화 속에서 긴 바바리코트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채 성냥개비를 물고 다니는 모습은 당시 젊은 남성들이 따라 하던 멋진 ‘영웅'의 모습이었다. 이 영화는 의리·우정·배신·복수·운명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판 무협지’라는 평도 있다.

1980년대 홍콩 영화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갔고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당시 배우 대부분이 유성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주윤발은 그때도 스타고, 현재도 스타다.

그는 평생 번 돈 8100억원을 죽으면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주윤발은 자가용도 없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사람들이 알아보면 같이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준다. 영화 속 모습보다 생활 속 모습이 더 빛나는 진정한 예술가다. 이게 진짜 영웅본색이 아닐까.

우리나라 영화 중에 내 가슴에 영원히 새겨진 영화는 신영균 주연의 ‘빨간 마후라’(1964년)다. 한국전쟁 중 미군 조종사들도 성공하지 못했던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특수촬영 기술이 없던 시절 공군의 협조를 얻어 F-86 전투기를 띄우고 실제 사격까지 하면서 찍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대만에까지 수출했다. 현지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대만공군이 ‘빨간 마후라’ 주제곡을 공군가로 채택할 정도였다.

쟈니 브라더스가 부른 영화 주제곡 ‘빨간 마후라’는 엄청나게 유명해져 그 후 국민 군가가 됐다. 지금도 ‘빨간 마후라’가 공군가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당시 이 영화 덕분인지 공군사관학교에 지원자가 급증했다. 공군은 매년 ‘탑건 시상식’에서 신영균 특별상을 제정해 그의 애국정신을 기리고 있다.

나는 신영균 선생과는 오래전 방송일을 할 때 인연을 맺었고 공군 행사에서 자주 뵙고 인사를 드리곤 한다. 신 선생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물으니 ‘빨간 마후라’ ‘연산군’ ‘춘향전’ 세편을 꼽았다. 그중에 첫째가 ‘빨간 마후라’다. 원래 치과의사였던 신 선생은 해군 군의관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빨간 마후라’가 엄청나게 흥행한 후 자신이 공군 출신이 아닌가 착각이 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대배우인 신 선생은 수년 전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마침 이 발표를 한 직후 모임에서 뵀더니 이런 말씀을 하신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좋아요. 나뭇잎을 봐도 즐겁고 새소리를 들어도 신납니다. 기부가 이렇게 좋은 줄 알았으면 진작 내놓을 걸 그랬어요.”

얼마 전 신 선생을 뵀다. 여전히 활기차고 시원시원하시다. 나를 보더니 “필승” 하면서 먼저 거수경례하신다. 공군 경례 구호다. 나도 각을 잘 잡아 거수경례를 드렸다. ‘빨간 마후라’의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석양을 등에 지고 하늘 끝까지/ 폭음 따라 흐른다 나도 흐른다/ 그까짓 부귀영화 무엇에 쓰랴/ 사나이 일생을 하늘에 건다.”

인기도 부귀영화도 구름 따라 흘러가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니던가. 버는 건 기술이고 쓰는 건 예술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버는 것도 예술이고 쓰는 것도 예술인 분들이 있다. 이 세상에 기부 씨앗을 뿌리는 영웅들 말이다.

요즘 복에 겨워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수사기관에 불려다니는 기업인·연예인·운동선수들을 심심찮게 본다. 이들을 보면서 ‘영웅본색’의 주윤발, ‘빨간 마후라’의 신영균 두분이 떠올랐다. 내 마음속에 영원히 빛나는 큰 별이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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