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탐구] 퇴직자 재취업, 인구감소 시대 절실

김충제 2023. 11. 3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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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평균 49세 퇴직
부가가치 높은 기술 교육
산업현장으로 돌려보내야
매년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연례행사가 있다. 대기업의 인사이동이다. 사장단부터 시작해 임원과 직원의 인사가 순차적으로 발표된다. 올해 대기업 인사의 특징은 '세대교체'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1957년생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고 후임에 1969년생이 선임되었다. 주요 임원 인사도 10년을 뛰어넘는 세대교체가 단행되었다.

삼성전자에서는 최초로 1970년대생 사장이 배출되었고, 1980년대생 임원도 대폭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세대교체 속도를 더 빠르게 올려 30대 임원과 40대 경영자가 나올 수 있는 조직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SK·현대차 등도 세대교체 인사를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대적 '세대교체'는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조직의 유연성을 키워 미래사업을 준비한다는 취지로 이루어졌다.

CEO가 10살 차이 나는 세대로 교체되었다는 것은 그사이 연령대의 임직원은 대부분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능력과 실적에 상관없이 수많은 직원이 나이로 끊겨 퇴직해야 한다.

경영진의 나이가 젊어짐에 따라 퇴직자의 나이도 젊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민간기업을 비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연령은 평균 49.4세로 나타났다. 법정 퇴직연령 60세보다 10년 더 일찍 퇴직하는 셈이다.

50대 초반에 회사를 그만두면 새로운 직장을 구해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퇴직자가 이전 직장에 버금가는 곳에 재취업할 가능성은 낮다. 대기업 퇴직자가 다른 대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독과점적 산업구조에서 대기업 퇴직자는 동 업종의 다른 경쟁기업으로 이직하기 힘들다. 업종 간의 칸막이가 높아 한 업종에서 다른 업종의 기업으로 전직할 기회도 희소하다.

수십년 회사에 다니면서 일에만 몰두하다가 갑자기 퇴사명령을 받으면 무방비 상태로 떠난다. 퇴직 후 새롭게 할 일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고군분투하며 좌절감을 맛본다.

한국경제인협회에서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구직활동 애로요인으로 '나이를 중시하는 사회 풍토(32.1%)' '채용수요 부족(17.0%)' '경력활용 가능한 일자리 없음(14.0%)'을 꼽았다. 응답자들이 일하기 희망하는 나이는 평균 '68.9세'로 나타났다. 50세에 퇴직하여 20년 동안 더 일하기를 희망하지만 원하는 직장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기업 출신 퇴직자들이 경험을 활용해서 하는 일들은 주로 중소기업 자문, 창업가 멘토, 정부기관의 심사와 평가, 대학 강의 등이다. 이런 활동은 안정적 일자리가 되지 못한다. 소득도 회의비, 자문비, 강사료 정도의 수당에 불과하다. 지자체에서 중장년 대상으로 하는 취업훈련은 목공, 용접, 금형, 전기, 정비, 화훼, 공예 등의 기능교육에 머물러 대기업 퇴직자의 경력과 거리가 멀다. 지원기관에서 알선하는 일자리도 기능직이나 노무직으로 퇴직자의 전문성을 살릴 만한 것이 아니다.

50대 퇴직자들이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10년 정도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재취업 기회를 갖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인구감소와 고령화 시대에 고급 전문인력인 중장년 퇴직자를 산업현장에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는 데 큰 효과를 보일 것이다.

퇴직자들이 새로운 업종에서 새로운 직장에 재취업해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게 하려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중장년의 고학력 퇴직자들이 학습능력을 발휘해 배울 수 있는 기술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디지털 기술이다. 공대 출신 퇴직자에게는 반도체, 2차전지, 미래차 등 초격차 기술의 교육도 가능하다. 중소기업 기술연수원이나 폴리텍대학 등의 연수기관을 기반으로 퇴직자에 대한 기술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을 인력난에 시달리는 분야의 대·중소기업에 기술직으로 재취업하도록 연계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前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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