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좌'를 '상자'로 … 자승 스님 유서 급히 쓴 흔적
경찰 "다른 출입자 없었다"
타살 가능성도 함께 수사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한데다
고통 큰 '분신' 택한점 의문
조계종 '소신공양' 공식입장
5일간 종단장으로 치르기로

활발하게 포교 활동을 해왔던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69)이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돌연 사망하면서 이를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조계종은 자승 스님이 분신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30일 오전 10시께 찾은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소재 칠장사는 화재 수습을 위한 통제선이 둘러쳐졌고 수사당국 관계자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승려들이 거처하는 요사채는 전날 화재로 건물 전체가 불에 타버리면서 지붕과 서까래가 모두 무너져 있었다.
목조 건물인 요사채는 전소됐지만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된 칠장사로는 불길이 번지지 않았다.
이곳을 찾은 경기도 광주시 소재 청명사의 정완 스님은 "같은 조계종 종단 스님이 입적하셔서 참례를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평소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거처로 두고 있었지만 소속 본사는 경기도 화성 용주사다. 용주사에서 멀지 않은 칠장사 역시 수시로 왕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칠장사 요사채에는 경찰,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 17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팀이 투입돼 화재 현장을 감식했다. 합동감식팀은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정밀 감정이 필요한 잔해를 수집했다.
경찰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도 칠장사 화재 당시 현장 점검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승 스님은 앞서 2002년, 2010년,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남북 불교 교류 활성화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자승 스님이 불교계 유력 인사인 만큼 경찰 수사와 별도로 테러 및 안보 위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현장 점검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입적한 당일인 29일 자승 스님은 평소와 달리 수행원 없이 칠장사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화재 발생 이후 그의 승용차에서는 "칠장사 주지 스님께, 이곳에서 세연(세상과의 인연)을 끝내게 돼 민폐가 많았소. 경찰분들께, 검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연을 스스로 끊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2장 분량의 육필 메모가 발견됐다.
다만 육필 메모에 남겨진 글씨가 자승 스님의 필적과 비슷하지만 제자를 뜻하는 '상좌'를 '상자'로 잘못 표기하는 등 급하게 쓴 흔적이 역력해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경찰이 현장에서 폐쇄회로(CC)TV를 감식한 결과 화재 당시 요사채에는 자승 스님 외에 다른 출입 인원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로서는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수사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을 보내 부검을 의뢰하는 등 타살 여부를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로 인한 자살은 통상적인 방법은 아니고 이례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연기로 인해 호흡이 안 되고 고통이 큰 만큼 바로 밖으로 나오거나 불을 끄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화재 당시 칠장사 경내에는 주지 스님과 신도 등 3명이 있었고 경내에 있던 신도들은 불난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벌였던 자승 스님의 죽음으로 불교계는 충격에 빠졌다. 조계종은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입적한 전직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소신공양'을 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조계종 대변인인 우봉 스님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자승 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自火葬)으로 모든 종도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자화장은 스스로 장작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올라가는 장례 의식을 뜻한다.
33·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한 뒤에도 불교계에서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해온 자승 스님은 입적 이틀 전인 27일 불교계 언론 간담회를 열고 "나는 대학생 전법에 10년간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다음달 3일까지 자승 스님의 장례를 5일 종단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안성 진영화 기자 / 정진욱 기자 / 서울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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