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가수 김창완 신곡 ‘나는 지구인이다’…“변화된 모습 보여주고파”

이승연 시티라이프 기자(lee.seungyeon@mk. 2023. 11. 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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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 제목의 사연은 무엇일까. 자연 속에 살고 싶다는 소망을 넘어서, 더 큰 포부로 지구 자체를 담고자 한 것인가라는 얕은 호기심이 피어 올랐다. 하지만 노래의 첫 소절부터 그 예상을 가뿐히 넘어선다. 익숙했던 포크풍 대신 눈을 크게 뜨이게 하는 낯선 전주부터 중독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4분30여 초 동안 이어진다. 노래의 말미 전자음이 잦아들며 몰려오는 혼란스러움 끝에는 ‘역시 김창완이다’라는 감상이 이어지기 충분했다.
김창완(사진 뮤직버스 제공)
지난 8월, 인천 연수구에서 열린 ‘2023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마지막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김창완밴드는 산울림 시절의 명곡부터, 김창완밴드의 최신곡까지 46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노래를 통해 4만여 명의 관객을 하나로 모았다. 이날 김창완은 젊은 세대에게 위로와 경외를 표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는데, 이후 공연 후기에는 ‘김창완 아저씨’라는 친근한 호칭부터, ‘MZ세대를 사로잡은 무대’라는 평이 이어졌다. 젊은 관객들과 스스럼없이 어우러진 김창완밴드의 무대는 올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데뷔 이래로 밴드, 배우, 화가, 라디오DJ, 그리고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등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활발히 활동해온 가수 김창완이 2020년 발표한 [문(門)] 이후 3년 만에 독집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로 돌아왔다. 그는 1977년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개구장이’, ‘찻잔’, ‘가지마오’, ‘청춘’, ‘회상’, ‘너의 의미’,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등 수많은 명곡을 남긴 그룹 산울림과, 김창완밴드의 리더로서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나는 지구인이다’는 그간 김창완이 해 왔던 직선적인 록이나 소박한 포크의 형태 대신 전자 음악 사운드를 바탕으로 복고풍 정서를 담은 신스팝이다. 업템포의 일렉트로닉 비트에 담담한 김창완의 목소리가 잔잔히 어우러진다. 은근하지만 강한 중독성을 표출하는 멜로디, 단순함 속에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선율과 가사, 김창완밴드의 키보디스트 이상훈이 들려주는 키보드 사운드, 그리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더해져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창완은 ‘나는 지구인이다’에 대해 “하나뿐인 지구에서 한 번뿐인 우리의 삶을 찬미하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지구에서 태어났다, 지구에서 자라나고, 여기서 어슬렁댄다”
김창완(사진 뮤직버스 제공)
지난 11월23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창완은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의 발매 소감과 더불어, 타이틀 곡 제작 계기를 자세하게 밝혔다. “가수 생활을 꽤 오래 했는데 너무 동어 반복을 하는 게 아닌가, 또 세상 내가 만든 말에 내가 갇혀 사는 게 아닌가 반성을 했어요. 그러면서 뭔가 좀 변화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라고 말문을 연 김창완은 뒤이어 설명했다. “사실 요즘 ‘K팝 열풍이다’ 해도 저희 같은 가수들에게는 무대 위의 조명도 잘 안 비춰줍니다. 환경 문제, 전쟁 등 실시간으로 오는 소식들이 참 잔인하기까지 한데, 뮤지션으로서 갈수록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참 나약하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새벽에 ‘나는 지구인이다’, ‘아 여기서 태어났지’라는 생각이 문뜩 떠올랐어요. 그래서 그 주제를 물고, 며칠이 지났어요. ‘지구에서 태어났다’, ‘맞다’ 진짜 두 소절만 가지고 자전거를 타러 나갔죠. ‘나는 지구인이다/지구에서 태어났다/지구에서 자라나고/여기서 어슬렁댄다’ 이 네 마디를 1시간30분 내내 흥얼거리며 갔어요. ‘라라라라라’ 후렴구 같은 건 저절로 나온 거고. 들어보시면 알지만 뭐 없어요,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웃음).”
노래는 이후 키보디스트 이상원의 손에 거쳐 테크노 팝 장르로 탄생했다. 김창완은 “두 차례 공연장에서 불러봤는데, 좋아하시더라고요. 동기야 어떻게 됐든 간에, 지구인으로서 어슬렁거리는 이 지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이곳을 걷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이를 전하고 싶어요”라며 곡 소개를 전했다.
1983년 [기타가 있는 수필] 이후 40년 만에 선보인 챕터2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는 13곡으로 구성됐다. 타이틀 곡 외 나머지는 김창완의 목소리와 기타로 전개되는 어쿠스틱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둘이서’, ‘누나야’, ‘식어버린 차’ 등 기존에 발표했던 작품 10곡과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기타 연주곡으로 편곡한 ‘월광’과 동요풍 멜로디와 가사의 ‘이쁜 게 좋아요’는 ‘나는 지구인이다’과 더불어 이 앨범에 처음 수록됐다.
김창완 [나는 지구인이다] 앨범(사진 뮤직버스 제공)
[나는 지구인이다]는 40년 전, 김창완이 서른 살 되기 직전 발표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상에 있다. 40년의 세월을 건너 일흔을 앞둔 그의 깊어진 통찰과 원숙함을 담았다. 특히 김창완은 이번 앨범의 커버 이미지까지 직접 디자인했다는 후문. 앨범은 11월24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으로, 무선 통신 기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활용한 카드 앨범과 CD, LP로 선보인다. NFC 앨범과 CD는 12월 중, 스페셜 박스로 구성한 LP는 내년 봄 출시 예정이다. 이는 젊은 세대를 위해 선보인 제작 방식으로, 김창완은 “젊은이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 역시 다 더블 앨범으로 나오게 됐어요. LP 앨범과 CD, 최근에는 NFC카드 앨범을 찾는다고 해서 그렇게 앨범을 내보려고 합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김창완 “똑같은 일상이 큰 기둥이 돼…일상이 기적 같은 나날로”
※ 아래 인터뷰는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Q&A를 정리 및 발췌한 내용입니다.
김창완(사진 뮤직버스 제공)
Q 이번 앨범 작업을 마치신 소감이 어떠신지, 그리고 오랫동안 연기자, 가수, 라디오 DJ로 꾸준히 활동하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하루하루가 똑같아요. 제가 사는 게. 저도 수십 년 한 노래를 또 한다고 느끼는데 들으시는 분들이야 오죽하겠어요. 저도 물리는 노래를 안 물려 하시는 분들이 고맙죠. 어제의 제가 아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살고 있는데, 마음과 다르게 구태를 벗어 던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나는 지구인이다’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뭘 더 내려놓아야 할까’, ‘욕심과 도그마dogma,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나야지’ 바랬죠.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은 많은 애정을 가지고 하고 있어요. 제가 6시에 일어나 7시쯤 집에 나와서 8시에 방송국에 도착해 오프닝 준비를 하면 9시에요. 녹음하고 돌아오면 내내 그런 일이에요. 이튿날은 금방 와요. 이런 똑같은 일상을 지키는 것이 제겐 큰 기둥이에요. 그런 면에서 <아침창>(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스태프들, 청취자들에게 감사하죠. 제가 요즘 공연을 꽤 많이 하는 편인데요, 공연장 찾아오시는 팬들 보면 옛날에는 못 가졌던 감정이 들어요. ‘이분들이 진짜 나를 키워주셨나’ 하는 생각이요.
Q 앨범 수록곡 중 ‘이쁜 게 좋아요’를 요즘 제일 좋아하는 곡이라고 소개하셨는데, 해당 곡을 만드신 계기가 있을까요.
A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제가 노인학교 교장 선생님(‘장호’ 역)으로 나왔었어요. 드라마 시작 전부터 ‘(극중) 학생들이 다 같이 부르는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미리 만들어놨어요. 후반부 합창대회 신에서 부를 거라 생각했는데, 40회쯤 학교장이 죽는다는 거예요!(일동 웃음) 대회도 안 했는데 벌써 죽으면 어떡하나…그래도 각본대로 가야지. 엔딩 장면에 대해 제작진의 고민이 많았대요. 결국 극에서 살았지만, 합창대회는 못했어요. 원래 노인학교 학생들이 부를 노래였는데, 제가 이번 앨범에 넣었어요(웃음).
Q 앨범 커버 이미지를 직접 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미지 속 표정이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 같습니다.
A ‘지속적인 그리움’이라는 제목의 작품이에요. 그리움을 표정으로 나타내기보다는, 그리움의 긴 시간을 얼굴로 나타냈어요.
Q 타이틀 곡인 ‘나는 지구인이다’의 마지막 허밍 부분이 인상 깊은데, 어떤 감정을 내포하고 있나요?
A 오늘 공개 방송에서 ‘나는 지구인이다’를 처음으로 불렀어요. (공개 방송에서)우울한 얘기를 하기엔 그렇고 ‘행복하게 지구인으로 살아갑시다’라고 이야기했는데, 리뷰 중에 ‘왜 이렇게 노래가 슬퍼요’라고 남겨주셨더라고요. 세상에, 제가 이 노래를 작업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불렀어요. 슬퍼서라기보다는 지구인으로 산다는 게 어쩌면 벅차기도 해서요. 제가 누누이 일상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 사실은 너무나 일상이 되어버린 이 일상이, 뒤집어보면 기적 같은 나날들 아니겠어요. 그런 것들에 대해 화들짝 깨어난다고 할까요.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익숙해질 만한데도 후렴구를 부르면 저절로 먹먹해져요. 아마 ‘기쁨’, ‘벅참’ 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40년 전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을 발매했을 때와 비교해 노래 혹은 가치관에 있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A 40년 전에는 굉장히 용감했던 거 같아요. 진짜! 고등어란 단어를 가사로 넣는다든지(‘어머니와 고등어’), ‘식어버린 차’ 같은 경우 클래식의 클 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과감하게 그런 연주를 해본다든지. 저도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만큼 용감했죠. 하지만 지금은 ‘월광’을 좀 안다 할 만큼 여러 가지로 익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초조해요. 용감한 게 없어진 거 같아요.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1983년에 [수필집]을 만들 때 7시간 만에 마스터를 끝냈어요. 3시간 반 동안 노래하고 반주를 하고, 그 다음에 3시간 반 동안 오버 더빙해 마스터 테이프를 가지고 나왔어요. 그게 바로 판이 된 거예요. 이번 앨범도 하루에 5시간 만에 제 작업은 다 끝냈어요. 그런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어요. 과거에는 2트랙으로 레코딩을 하다 보니 틀리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어요. 돈도 많이 들다 보니 ‘웬만해서는 안 틀려야지’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예요. 요새 (작업 방식은) 안 그래도 되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사실 음악이라는 게 사라지는 것이잖아요. 저는 음악이 사라져서 너무 좋아요. 이것처럼 아름답고, 이것처럼 명징한 아름다움이 없는 거 같아요. 여러 번 오버 더빙하다 보면 사라지는 순간의 것들이 자꾸 귀에 벽돌처럼 박혀요. 요즘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노래들이 많아요. 그래서 귀에서 서걱거리는 느낌이 싫어서, 어색하고 틀린 부분이 있지만 그 사라지는 소리가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녹음을) 오래 할 생각을 안 해요.
Q 이번 앨범의 경우 특히 들어줬으면 하는 타깃층이 있으신가요.
A 저만 해도 어릴 때부터 ‘자유’를 외치며 커 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얼마나 갇혀 있는 사람인가는 제 스스로가 잘 알아요. 거기에 비하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굉장히 양심적이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시야도 더 넓죠. 젊은 세대에게 정말로 고마워요. 그래서 앞선 세대의 얄팍한 경험에 비춰 감히 조언하려 들지 않고, 진짜 있는 그대로 ‘틀니의 위, 아래를 헷갈리는 나를 용서해주기를 바란다’고 하죠. 선대들이 쌓아놓은 건 너무 많아요. (이번 앨범에 포함된)베토벤의 ‘월광’도 처음 악보를 보고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 세계를 내가 접근해갈 수 있을까’ 했는데, 계속 하다 보니까 세계가 조금 보여요. 위대한 사람들의 무엇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든 위대함을 다 묻어도 되요.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면 과감히 버려도 되는 건 너무 많죠. 어른들이 사실 소통이 잘 안되고 서로 몰라서 그렇지, 어른들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젊은이들도 아셨으면 좋겠어요.
Q 오는 13일 김창완밴드와 크라잉넛 콘서트가 예정돼 있는데, 합동공연을 하게 된 의미가 있을까요.
A 의미가 있어서 합동공연을 한다기보다는, 그런 자리를 통해 의미가 생겼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몇 년 전에 ‘장기하와 얼굴들’, ‘크라잉넛’, ‘김창완밴드’가 함께 공연을 했어요. 이번엔 두 팀만 하게 되었는데, 앞서 젊은이들 얘기를 했지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공연을 하면서 관객이 그야말로 세대교체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넓은 자리에서 젊은이들, 뮤지션들과 함께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작은 물꼬라도 트면 더 큰 자리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김창완(사진 뮤직버스 제공)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뮤직버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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