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5% 이자 싫으면 몸으로 해결해라”… SNS서 활개치는 불법 사금융

이학준 기자 2023. 11. 3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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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가 대출 줄이자 불법 사금융 찾는 저신용자
직접 문의해 보니 6개월 상환에 연 이자 235% 요구
일부 업체는 이자 공제 대가로 성관계·유사성행위 제안
”시장 상황에 맞게 법정 최고금리 변경해야”

“연 이자 25~30%로 대출 가능합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필요한 대출 금액 무조건 승인 가능’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한 업체에 대출을 받고 싶다고 문의하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로 이를 넘어선 이자를 받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업체 관계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신용 조회 등을 통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아주겠다고 했다. 이미 대부업체가 대출을 거절한 상황이라고 했으나, 관계자는 별다른 설명 없이 “(대출이) 가능하다”고만 했다. 정식 등록된 업체가 맞는지, 업체 이름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상담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서울의 한 유흥가에 불법 사금융 전단지가 흩뿌려져 있다./뉴스1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사금융 업체가 SNS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넘어선 이자를 요구하거나 대출 희망자가 여성일 경우 이자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성관계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정 최고금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SNS 등 인터넷에서 급전·대출 등 키워드를 검색하자 신용불량자·저신용자·무직자·미성년자 등 은행과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겠다고 홍보하는 업체들이 수두룩하게 등장했다.

이 중 조건 없이 10만~1000만원을 대출해 주고, 여성을 우대한다는 곳에 500만원 빌리고 싶다고 문의했다. 그러자 업체 관계자 A씨는 매달 100만원씩 6개월 동안 돈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 이자로 치면 65.7% 수준이다. 정식 등록된 업체인지 묻자 A씨는 “정식 대부업체는 은행이랑 똑같은 조건”이라며 “대부업체에서 (대출) 부결이 난 사람들이 개인 돈을 빌리게 된다. 그걸 내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자가 부담된다고 하자 A씨는 은밀한 거래를 제안했다. 그는 “여성들이 이쪽에서 돈을 빌리는 3가지 방법이 있다”며 정상적으로 원금·이자를 갚거나, 성관계·유사성행위를 하거나, 알몸사진·음란영상을 촬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성관계·유사성행위를 할 때마다 원금·이자를 공제해주겠다는 것이다. 공제 금액은 외모에 따라 적게는 15만원, 많게는 150만원으로 제각각이니 우선 사진부터 보내라고 재촉했다.

음란영상을 빌미로 돈을 갚지 않으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다 경찰에 붙잡힌 불법 사금융 업체와 다를 게 뭐냐고 묻자 A씨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해당 사건에 대해 “여성들이 먼저 사진을 주고 돈을 안 갚으면 유포해도 된다고 말했던 것”이라며 “돈만 잘 갚으면 서로 문제가 없다. 돈을 빌리고 잠적하면 이런 방법밖에 없지 않겠냐”고 했다.

‘김실장’이라는 예명으로 SNS에서 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에게 미성년자인 척 접근해 300만원을 빌리겠다고 하자 곧바로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월 이자 15%로 상환기간은 3~6개월 중 자유롭게 선택하라고 했다. 3개월 동안 상환한다고 가정하면 연 이자는 253%인 셈이다.

그밖에 각종 서류를 조작해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작업대출, 대출 희망자가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그 대가로 돈을 지급한 뒤 단말기를 해외로 반출하는 내구제대출(휴대폰깡) 등 각종 불법 사금융 업체가 넘쳐났다. 이들은 “직접 불법으로 대출을 받았다고 떠들고 다니지 않는 이상 적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러스트=정다운

불법 사금융이 활개치는 이유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로는 정상 영업을 하기 힘든 대부업체가 대출 문을 닫아버리자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설명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부업 이용자 3500여명 중 77.7%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고 응답했다. 연 240% 이상 금리를 부담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33%였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시중금리가 대폭 상승하고 있는 반면, 20%에 묶인 법정 최고금리로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턱이 높아져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2021년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되자 123만명이던 대부업 이용자 수는 같은해 12월 기준 8.9% 감소한 112만명으로 줄었다. 2018년 17조3000억원이던 대부업 대출 잔액도 지난해 말 15조8000억원으로 9% 감소했다.

이에 법정 최고금리를 높이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해 법정 최고금리를 움직이는 변동형최고금리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불법 사금융에서 중·저신용자를 구제하려면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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