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렸던 곳’이 ‘활발한 모임 장소’로 변신

서울앤 2023. 11. 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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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한양광장 커뮤니티 시설 ‘모두의공간’ 정식 운영

[서울&] [자치소식]

‘모두의공간’은 성동구가 한양대 사거리에 있는 한양광장의 한 모퉁이에 조성해 무인으로 운영하는 공유공간이다. 한양광장은 한때 노숙인들이 터잡아서 주민들이 찾기를 꺼리는 곳이었는데, 지난 8월 모두의공간이 들어서면서 모임 등 활용이 늘고 있다. 11월21일 오후 4인실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 원용숙(왼쪽)씨와 양순희씨.

30㎡ 가건물, 4·8인실 2개 공유공간

컴퓨터·빔프로젝터·음향장비 갖춰

무인시스템으로 7~10월 시범 운영해

월 100여 팀 이용…쾌적·편리함 ‘만족’

전화 예약, 시간 연장 등 개선 희망

“동네에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모임 공간이 있어 (다른 구에 사는)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성동구에서 30년 가까이 산 양순희씨와 원용숙씨는 ‘모두의공간’에 대해 입 모아 칭찬했다. 모두의공간은 성동구가 한양대 사거리에 있는 한양광장의 한 모퉁이에 조성해 무인으로 운영하는 공유공간이다. 30㎡ 규모로 4·8인 2개 실에 컴퓨터, 빔프로젝터, 음향시설 등을 갖췄다.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연중무휴다. 이용료는 시간당 4인실 1천원, 8인실 2천원이며 3시간까지 쓸 수 있다. 7~10월 시범 기간을 거쳐 11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사근동에서 통장을 맡은 양씨는 한 달에 두어 번 주민 모임 때면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이곳에 와서 얘기를 나눈다. 이웃들과 함께 주민 공모사업 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할 때도 이용했다. 양씨는 “기존 동 주민센터 등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공유공간도 있지만 원하는 시간에 비어 있는 곳을 찾아 예약하기 쉽지 않은 애로점이 있었다”며 “모두의공간은 내 최애 장소”라고 말했다.

마장동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원씨는 사업상 다른 사람들과 만날 때 주로 찾는다. 독립된 공간으로 방해받지 않으며, 컴퓨터나 빔프로젝터 등 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주 만족스러운 점이다. 지난해까지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며 공간 조성 과정에 관심을 가졌던 원씨는 “동네 사랑방처럼 자유롭게 이용할 거라 기대했는데, 앱으로 예약하고 이용해 조금 불편하지만,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방식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모두의 공간 외관.

시범 기간 운영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왔다. 첫 달 50팀으로 시작해 9월부터는 100팀을 넘어섰고, 4개월 동안 350팀 정도가 이용했다. 이용 신청자의 82%가 20~40대이다. 아무래도 앱 사용에 익숙한 연령대에서 사용 신청이 많았다. 청년들이 그룹 활동을 하거나 초중등생 학부모들이 8월 방학 동안에 자녀를 데리고 와 공부를 봐주기도 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65%로 남성보다 많았다. 모두의공간을 기획해 운영하는 성동구 마을공동체팀의 황성준 팀장은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공유공간이라 청소 등을 걱정했는데 대부분 이용자가 뒷정리를 잘해주고 시설을 깨끗하게 사용해줬다”고 전했다.

모두의공간 이용자 대부분은 만족스럽다는 의견을 앱과 건의함에 남기고 있다. 시범 운영 초기 제기된 불편 사항이나 민원에 대해 마을공동체팀은 개선과 보완을 진행했다. 한여름에 아침부터 실내 온도가 높아 냉방기 작동을 미리 해달라는 의견이 있어 자동으로 조정되도록 했다. 노래와 악기 연주를 할 때면 시끄럽다는 주변 주택가의 민원에 대해서는 소음 발생 활동을 하지 않도록 수칙에 담았다.

모두의공간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데에는 주민들의 관심과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모두의공간이 자리한 한양광장은 한때 주민들이 지나가길 꺼리는 장소였다. 2009년 성동구가 야외공연장, 파고라, 장미정원 등을 만들어 한양광장을 조성한 뒤 활성화되지 못하고 노숙인들이 터 잡고 지냈다. 정원오 구청장은 한양광장을 주민들이 찾는 시설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민선 8기 공약에 담았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노숙인도 사라졌다. 성동구는 공간 활용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고 예산을 마련했다.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 응답 주민 다수는 쉼터나 편의시설 등을 원했다.

모두의공간 내부.

올해 초 마을공동체팀으로 부임한 황성준 팀장과 서경석 주무관이 실행에 나섰다. 커뮤니티 공간의 콘셉트와 운영 방식에 대해 머리를 맞댔고 실행안을 마련했다. 광장에 있는 야외 공간이라 키오스크를 둘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지만, 무인 스터디 카페를 벤치마킹해 무인 출입시스템을 접목하며 앱을 개발했고 원격제어로 관리하며 자율운영이 될 수 있게 추진했다. 황 팀장은 “(버스정류장의) 스마트 쉼터처럼 스마트한 시설과 기능을 담아 다양한 연령층이 편하게 와서 소통하는 지속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전기료 등 월 40만~50만원의 비용은 이용료로 충당되는 구조다.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주민은 있어도, 한 번만 이용한 주민은 없는 공간.’ 모두의공간이 지향하는 운영 목표다. 마을공동체팀은 이용 활성화를 위해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약자의 이용문턱을 낮추기 위한 전화 예약이나 저녁 8시 정도로 이용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수요조사 등의 검토를 거쳐 추진할 예정이다.

마을공동체팀은 학교, 어린이집, 복지관 등과 연계해 원데이 클래스 등을 만드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공간 이용 활성화를 위해 구청 홍보 채널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해볼 계획이다. 정원오 구청장은 “모두의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의 참여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런 커뮤니티 시설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유와 공동체 문화가 더욱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성동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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