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서 내진 기능 없는 부품 수백개 사용···방사성 누출 우려”

박상영 기자 2023. 11. 3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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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4.0 지진’ 속 내부자 고발
김성환 민주당 의원, 기자회견
노후원전 안전 부실 문제 공개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월성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격납건물에 내진 능력이 없는 ‘부적합 앵커볼트’ 수천 개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부자 고발이 제기됐다.

앵커볼트는 원전에 설치되는 모든 기기·설비를 콘크리트 바닥, 벽체, 상부 등에 고정하기 위한 부품이다. 특히 원전의 중대사고를 견뎌야 하는 사고의 예방·완화에 관련된 안전설비들을 고정하는 데 쓰이는 앵커볼트는 안전설비와 같은 안전등급을 충족해야 한다.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후원전 안전 부실 문제를 공개했다.

이날 김 의원이 공개한 문건을 보면 월성원전 전체 원자로의 격납건물에는 지진과 같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하중을 견딜 수 없는 ‘비내진 앵커볼트’로 고정된 기기가 격납건물 1곳당 300개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월성원전 3호기 격납건물의 경우, 전체 353개 중 21개 기기만 내진 앵커볼트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월성원전은 같은 설계로 시공됐기 때문에 나머지 월성 1, 2, 4호기 격납건물도 유사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원전 안전 관리 종사자였음을 밝힌 제보자는 “수년 간 앵커볼트 문제의 조치를 요구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015년부터 관련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규제 처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하고 있어 시정 조치와 책임자 규명을 위해 제보했다”고 전했다.

격납건물은 ‘최후의 방호벽’으로 불리는 안전설비로 원자로가 폭발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차폐하는 중요 역할을 한다.

김 의원은 “월성원전 격납건물에 비내진 앵커볼트가 시공됐다는 점은 지진 등 유사상황 발생 시 각종 설비가 고정된 자리를 이탈하며 콘크리트 매입 부위에 균열을 만드는 등의 위험이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4시 55분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에서 일어난 지진의 진앙지는 월성원전과 약 10.1㎞ 떨어져 있다.

또 김 의원에 따르면 설계도면에서 요구한 길이를 만족하지 못하는 앵커볼트도 1000개가 넘는다. 2018년 당시 검사를 진행했던 13개 가동 원전의 전체 앵커볼트(1만2000여개) 대비 약 10%가 설계 기준 미달인 셈이다. 이들 기기는 설계도면에서 요구한 재질을 사용해야 함에도 재질이 확인되지 않은 앵커만 약 3300개에 달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제보된 사항과 관련된 국내 모든 원전 앵커볼트의 부적합 여부를 철저히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2017년 월성 3호기 정기검사에서 문제제기가 이뤄졌던 부분”이라며 “원자로를 설계한 캐나다 규제 당국에도 안전성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이상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설계 기준에 미달된 부분을 발견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원자력안전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패이너는 “원안위는 한수원에 부적합 사항을 공개하도록 하고, 운영허가 취소나 정지 처분이 필요한 사안인지 판단하고 조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현재까지 규제를 하지 않은 점은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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