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휴가' 김해숙 "국민엄마로서 책임감 느껴, 실제로는 집착하는 엄마" [인터뷰M]

김경희 2023. 11. 3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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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의 이야기를 다룬 힐링 판타지 영화 '3일의 휴가'로 국민엄마의 면모를 보여준 배우 김해숙을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늘 일을 해왔던 엄마라 집에서도 백 점짜리 엄마가 아니었다는 김해숙은 그래서 '국민 엄마'라는 호칭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그렇게 불릴 때마다 죄송한 마음도 있었다지만 한편으로는 배우로서 이 세상의 모든 엄마를 연기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고. '아무나 국민엄마라 불리는 건 아니니 그만큼 믿음과 기대가 있는 거구나' 생각하고 이제는 '국민 엄마'의 호칭이 영광스럽다는 김해숙이다.

그래서 엄마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더더욱 사명감 같은 걸 느끼기도 한다고. 대부분의 엄마 연기가 현실의 엄마였지만 이번 영화 '3일의 휴가'에서의 엄마는 영혼이었다. 이런 특별한 발상이 좋아 영화에 참여했다는 김해숙은 "요즘 너무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것만 나와 피곤하고 인간미 없어지는데 이 영화는 따뜻하다. 상영시간 동안만이라도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고 따뜻한 가족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해서 이 작품을 선택했고 혼신을 다해 연기했다."며 이 작품의 매력도 언급했다.

작품 속에서는 너무나 사랑하는 딸의 눈치를 보면서도 곁을 잘 내어주지 않는 것에 서운해 툴툴거리는 엄마를 연기한 김해숙이 실제로는 어떤 엄마였는지 궁금했다. 그는 "저도 똑같은 엄마였다. 저 자신도 어릴 때부터 일을 했던 사람이라 애들이 자랄 때 많이 못 봐줘서 그에 대한 미안함이 항상 있다. 나이가 들고나니 그런 게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아이들이 다 컸는데도 불구하고 집착하는 편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말을 했다.

평소 자신의 영화가 개봉해도 딸들이 영화를 보러 오지 않는다며 서운해하는 김해숙은 "이번 영화는 꼭 와서 봐줬으면 했는데 바람이 이뤄졌는지 봤더라. 보고 나서 '진주가 나네'라고 소감을 전하더라. 저도 옛날에 엄마에게 전화가 오면 바빠서 잘 안 받았었다. 항상 집에 가면 보는데 왜 따로 전화하나 싶었고, 심지어 제가 50살이 넘었을 때에도 차조심, 밥 굶지 마라고 당부하는 엄마에게 불평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엄마의 마음이 이런 거구나 이해가 되면서 어쩔 수 없는 되물림인가 싶기도 했다."며 자신이 어머니에게 했던 행동을 똑같이 자신에게 하는 딸을 보며 "인생의 법칙인가?" 생각했음을 밝혔다.

김해숙은 영화 '박쥐' '도둑들' '암살' '신과 함께' 시리즈부터 드라마 '악귀' '힘센 여자 강남순'까지 다양한 히트작에 출연하며 데뷔 이후 50년에 가깝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나 올해에는 5개의 작품에 출연하며 영화, 드라마, OTT 시리즈 가리지 않고 가장 열심히 일하는 배우에 등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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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워커홀릭이라 자처한 김해숙은 "일 할 때가 제일 행복해서 계속 일하고 있다. 작정하고 쉬어 본 적이 한번 있었는데 20일이 지나니까 그때부터는 우울증이 오더라. 그때 내가 처음으로 인간 김해숙으로 돌아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해 봤던 시기다. 나는 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걸 좋아하고 현장에 가야 행복하고 살아있다고 느껴지더라. 새 작품이 들어와 캐릭터를 연구할 때는 첫사랑에 빠져 설레는 마음이 든다. 그때 연기가 운명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연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그 행복감이 원동력이 되어 계속해서 일을 하게 됨을 이야기했다.

아이돌에 버금가는 스케줄을 소화한다는 말도 듣고 있다는 김해숙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이렇게 해낼 수 있는 것 같다. 솔직히 힘은 든다. 요즘은 좀 몸이 아프기도 하더라. 그런데 아침에 다 죽어다가다고 카메라가 돌아가면 점심때쯤 다른 사람이 된다고 주변에서 다들 놀랜다. 그래서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소탈하게 웃었다.

일정만 바쁜 게 아니었다. 김해숙의 변신은 매 작품 놀라웠다. 이게 과연 장년의 여배우가 소화하는 캐릭터의 변주인가 싶게 파격적인 작품에도 선 듯 출연하며 자신을 많은 실험대위에 올려놓는 용감한 배우다. 그러나 김해숙은 자신을 '행복한 배우'라고 표현했다. "악역부터 특이한 역할까지 안 해 본 게 없다. 옛날부터 나는 멜로를 해보고 싶다던가 하는 생각은 없었다. 장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배우로서 내가 성취할 수 있는 캐릭터가 좋았다. 나이에 상관없이 보일 수 있는 것에 목말라 있었는데 다행히 많이 이뤘다. 그런데 아직도 배가 고프다. 제 안에 뭐가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고, 새로운 게 꺼내질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길 항상 기다린다."며 과감히 새로운 장르나 캐릭터에 몸을 던지는 이유를 밝혔다.

최근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노년의 로맨스, 화려한 스타일을 선보인 김해숙은 "히어로라고 하면 젊은 사람 중심이라 생각되는데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모녀 가족이 히어로로 나오는 게 신선했다. 또 나이가 많은 여자라 사랑과 어울리지 않는데 사랑을 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저는 '처음'이라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이 작품을 통해 희열을 느꼈다. 많은 분들이 이상하게 안 봐주고 재미있게 봐줘서 너무 감사했다"며 종영 소감도 덧붙였다.

정보석과의 로맨스에 대해서는 "찍을 때는 조금 많이 부끄러웠다. 연기를 하고 나서 부끄러워서 주저앉아 웃었던 장면이 너무 많다. 정보석도 함께 부끄러워하며 촬영했다"는 비하인드를 공개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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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충격적인 캐릭터였냐고 물으니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경축! 우리 사랑'이라는 작품이었다. 김영민이 딸의 애인이었는데 제가 가로채서 사랑을 하고 임신까지 하는 역할이었다. 저예산 영화였는데도 그때 청룡영화제를 비롯해 3개 영화제의 주연후보로 올라갔었다. 지금 봐도 파격적인데 당시에는 엄청 파격이었다. 그런데도 두려움은 없었다."며 2008년에 개봉했던 영화를 언급했다. 그러며 "처음에는 저도 살짝 망설였지만 해보고 싶어서 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서는 지금도 굉장히 열려있는 편이다."는 말을 해 김해숙의 연기 필모가 얼마나 광폭인지를 알렸다.

곧 공개될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에도 출연하는 김해숙은 "OTT가 생기면서 소재도 다양해졌다. 그 작품에서는 박서준에게 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이라며 장르물에서의 변신도 기대하게 했다.

'3일의 휴가'에 대해 "이 영화를 찍을 때는 다른 감정을 갖고 가기 싫어서 온전히 이 작품만 찍었다. 강원도 정선에서 2개월을 살며 찍었는데 올 겨울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작품으로 잘 나온 것 같다."라고 자랑하는 김해숙은 "현장에서 일할 수 있게 저를 찾아주시고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할 기회를 주는 것에 항상 감사하다. 나이는 노년이지만 배우로서 활동하는 현실이 너무 행복하다."며 감사한 마음도 함께 전했다.

그러며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그만큼 책임감도 느껴진다. 욕심도 많은데 앞으로도 더 하고 싶다. 아주 오래전에 도화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인터뷰를 통해 했었는데 돌아보면 좋은 도화지가 된 것 같다."며 연기자 김해숙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영화 '3일의 휴가'는 12월 6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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