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문제없나] ②"1정거장에 2천400원?"…비싼 요금에 불만 목소리

강영훈 2023. 11. 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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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료는 오르는데, 승객 편의는 '글쎄'…출근시간 혼잡도 130% 넘어서
철도경찰센터 한 곳도 없어…실시간 운행정보 서비스도 미비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강영훈 권준우 기자 = 신분당선의 비싼 요금 탓에 경기 수원과 용인, 성남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이용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신분당선은 강남까지 신속히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공영 철도에 비해 요금이 많게는 두 배 이상이다 보니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이용객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요금은 오르고 있지만, 열차 혼잡도 개선과 같이 이용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편의 증진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분당선 [촬영 이충원]

이용 거리와 무관…구간 바뀔 때마다 추가 비용

신분당선 정자역 바로 옆 오피스텔에 사는 김모(35) 씨는 직장이 있는 판교에 가기 위해 매일 아침 횡단보도를 건너 380번 버스를 탄다.

초역세권에 사는 김씨가 신분당선 대신 버스를 타는 이유는 요금 때문이다.

정자역에서 판교역까지는 딱 한 정거장이고 거리는 3.5㎞에 불과하지만, 요금은 2천400원이다. 반면 버스 요금은 1천450원으로 1천원 가까이 저렴하다.

김씨는 "왕복 기준으로 버스 요금이 하루 2천원, 일주일이면 1만원 더 값싸니 조금 불편해도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라며 "남들은 초역세권이라 부럽다고 하는데 빛 좋은 개살구가 따로 없다"고 불평했다.

신분당선의 기본요금은 다른 수도권 전철과 동일한 1천400원이지만, 구간별로 700∼1천원의 별도 운임이 있어 이용객들은 최소 2천100∼2천400원의 요금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

신분당선 이용 요금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용객 입장에서 볼 땐 기본요금 자체가 타 노선보다 비싼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사업 구간이 달라지면 추가 요금이 붙는다. 예를 들어 강남~정자(1단계) 구간에서 탑승해 정자~광교(2단계) 구간에서 내릴 경우 1천500원이, 강남~정자(1단계) 구간에서 탑승해 용산~강남(3단계·현재 신사까지 개통) 구간에서 내릴 땐 1천700원이 별도 운임으로 부과된다.

세 구간을 모두 이용할 경우 별도 운임은 2천200원이다. 여기에 기본료 1천400원과 거리에 따른 초과 운임을 합쳐 최종 운임을 계산한다. 요금 계산 방식 자체가 복잡하다.

기점부터 종점(15개 역)까지 이동할 경우의 요금은 4천100원으로, 충남 아산 신창역에서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역까지 1호선을 가장 길게 이용할 때의 요금(60개 역·4천200원)과 맞먹는다.

구간 별도 운임이 탑승 거리와 무관하게 구간을 지나기만 하면 적용된다는 점도 문제다.

딱 두 정거장만 이동하는 경우라도 동천에서 미금을 거쳐 정자로 갈 땐 같은 정자~광교 구간이라 요금이 2천400원이지만, 미금에서 정자를 거쳐 판교로 가면 정자~광교 구간과 강남~정자 구간을 함께 이용하는 것으로 계산돼 요금이 2천900원으로 500원이 더 붙는다.

같은 원리로 양재에서 강남까지의 요금은 2천400원이지만, 한 정거장 너머인 신논현까지는 3천100원을 내야 한다. 강남역과 신논현역간 거리는 542m로, 도보로는 8분 거리에 불과하다.

요금은 오르는데 승객 편의성은 '글쎄'

[그래픽] 신분당선 사업구간별 현황 및 이용요금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zeroground@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신분당선 이용객 불만은 비단 '요금이 비싸다'는 데에만 있지 않다.

더 비싼 값을 치르고 타는 열차가 혼잡해 승객 불편이 커지고 있는 것도 큰 불만 중 하나다.

신분당선 연도별 이용객수 [김병욱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일별 신분당선 이용객 수를 보면 2019년 33만5천524명이던 이용객은 불과 4년 만인 올해 상반기 기준 52만4천788명으로 56% 급증했다.

2011년 신분당선(강남∼정자·1단계 구간) 첫 개통 후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투입된 열차는 2016년 정자∼광교(2단계) 구간이 추가 개통하면서 투입된 2개가 전부다.

그러는 사이 신분당선의 혼잡도는 지난해 일부 구간에서 130%를 넘어섰다.

도시철도의 건설과 지원에 관한 기준 등 관련 규정에 따르면 개선이 필요한 혼잡도의 기준은 150%이다.

혼잡도는 열차 1량에 탑승한 승객 인원을 나타내는 것으로, 100%는 정원(열차 1량 160명 탑승 기준)이 모두 찼다는 것을 뜻한다.

신분당선의 출근 시간대(오전 7∼9시) 상행선(수원 광교→서울 신사) 기준 연도별 최대 혼잡도 추이를 보면 2019년 125%, 2020년 127%, 2021년 102%, 지난해 135% 등이다. 2021년 일시적으로 혼잡도가 낮아졌지만, 이내 반등해 지난해 130%를 훌쩍 넘겼다.

신분당선 상행선 혼잡도 [김병욱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올 상반기도 133%를 기록했다.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에 따르면 신분당선의 최대 혼잡도는 아직 '주의' 수준이지만, 경기도 인구가 늘고 있는 데다가 향후 수원 호매실까지 노선이 연장될 경우 혼잡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쾌적한 열차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병욱 의원은 "신분당선 노선이 남북으로 연장되면서 이용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출퇴근 시간의 혼잡도가 무려 130%를 넘어섰다. 이는 아비규환 상태에서 출퇴근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혼잡도는 승객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여서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라는 큰 사고를 겪지 않았나. 매뉴얼, 지침상 (개선이 필요한) 혼잡도 기준이 150%라 하더라도 그것이 (안전을 위한) 최상의 상태는 아닐 것"이라며 "이용자의 안전 측면에서 혼잡도 문제를 새롭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치안을 담당하는 철도경찰센터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토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이용객 증가 추이와 인근 센터와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지난해부터 관계부처에 신분당선 철도경찰센터 신설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 철도특사경 관계자는 "현재 신분당선을 관할하는 센터는 서울 수서역에 있다 보니 신분당선까지 거리가 상당하다"며 "분당선과의 환승역인 정자역에 센터를 신설하면, 사건·사고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사고 및 지연 등 실시간 열차 운행정보 공유와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 SNS 등 각종 플랫폼을 활용해 실시간 운행 현황을 공유하는 서울교통공사와는 대조적이다.

신분당선 운영사인 네오트랜스 측은 "혼잡도의 경우 타 지하철 노선 대비 안전상 위험 수준까지는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며 "그럼에도 지하철 도우미 및 역 직원 배치를 통한 혼잡 상황 시 안전사고 예방 활동을 지속해 시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인력 증원 및 확대 운영, 안내방송 등 혼잡도 완화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분당선 열차 운행정보는 네이버, 카카오 지도 서비스 등을 통해 알 수 있다"며 "현재 열차 지연정보를 홈페이지 팝업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으나, 시스템 고도화 개발을 통해 실시간 연계 서비스 제공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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