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이방인…외래종에 빼앗긴 소양강
[KBS 춘천] [앵커]
KBS 춘천방송총국이 장장 10개월에 걸쳐 취재, 제작한 소양강댐 50주년 기념 특별기획, 갈색 이방인이 어제 저녁, KBS1 TV를 통해 방송이 됐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보도국 고순정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고순정 기자, 일단, 방송 제목이 '갈색 이방인'인데요.
이게 무슨 뜻입니까?
[기자]
'갈색 이방인'은 소양강에 사는 외래종 물고기 '브라운송어'를 의미하는데요.
브라운송어는 우리 말로 '갈색 송어'라고 부른다는 데서 착안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소양강에 나타난 이방인, 브라운송어를 통해, "생태계교란종은 정말 생태계의 적인가?"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생태계 교란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기자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내 보기로 한 거죠.
그 해답을 찾는 여정의 출발점이 바로 이 브라운송어와 소양강이었습니다.
[앵커]
배스, 블루길에 이어 브라운 송어까지, 세 가지 종류의 생태교란종 물고기가 다 함께 서식하는 곳은 우리나라에선 소양강이 유일하다고 하지요?
소양강을 중심으로 외래종의 토종 하천 잠식 실태에 대해 여러 방식으로 조사를 하셨는데, 결과는 어땠습니까?
[기자]
먼저 강원대학교 어류연구센터와 소양강과 북한강 9곳에 그물을 쳐 물고기를 잡고, 생태계 교란 실태를 확인해 봤습니다.
그 결과, 소양강댐 바로 아래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한다고 알려진 브라운송어가 북한강 수계까지 진출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최재석/강원대학교 어류연구센터장 : "여기서 잡혔다는 얘기는 북한강이거든요, 여기는. 그러면 소양강에서 나온 개체들이 세력권을 확장을 하면서 여기 춘천댐 밑에까지 퍼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고..."]
기존에 국립생태원이 조사한 것보다 브라운 송어의 서식 범위가 두 배 정도 늘어난 게 사상 처음으로 확인된 겁니다.
취재진은 또, 소양강의 물을 떠서 DNA도 분석해 봤는데요.
그 결과, 소양강에 사는 물고기 종류가 다른 하천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소양강의 종 다양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앵커]
교란종을 대하는 환경 정책도 문제가 많다고요?
[기자]
네, 가장 큰 문제는 환경부의 생태교란종 지정이 뚜렷한 원칙 없이 여론이나 산업 논리에 휘둘려 추진과 번복을 반복해 왔다는 점입니다.
내수면 전문가 이완옥 박사의 말씀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완옥/(사)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 : "생태적으로 굉장히 유해하고 유전적 교란이 심할 걸로 예상되지만 정책적으로 본다면 산업 규모가 너무 커져서 산업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을때 이럴때는 그걸 지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왕우렁이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생태계 위해성평가 1급 생물이라 환경부가 두 차례나 교란종 지정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농업계의 반발에 밀려 지정을 철회했습니다.
국내 친환경 논의 90%가 왕우렁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떡붕어와 무지개송어도 양식업과 낚시업 처럼 관련 산업 규모가 너무 커져 교란종 지정이 안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교란종 퇴치 사업도 토종 물고기 방류 사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선, 지난 9년 동안 전국의 내수면에서 실시된 토종 물고기 방류 사업의 경우, 투입된 돈이 740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정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이 없는 상태에서 매년 반복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생태교란종 수매 사업은 수매 대상을 교란종 뿐만 아니라 토종 물고기까지 확대해 버리면서 그 목적이 변질된 상황입니다.
실제로 많은 시군에서 수매 대상 어종이 맞는지, 그 중 생태교란종이 얼만큼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물고기 수매를 해 주면서 교란종 퇴치 실적조차 확인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앵커]
네, 말씀 감사합니다.
고순정 기자였습니다.
고순정 기자 (flyhi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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