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가 모두 잿더미로… 홀로 남을 할머니 걱정에 눈물짓는 손자
“단둘이 의지하며 살아왔던 곳인데…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요.”
29일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의 한 작은 마을. 서승순 할머니(87)와 손자 채근병씨(25)가 화마에 시커멓게 변해버린 집터를 멍하게 바라봤다. 할머니는 잿더미 사이를 서성이며 혹시나 쓸 수 있는 물건이 있진 않을까 살펴봤지만, 이내 한숨을 쉬며 돌아서길 반복했다.
지난 8일 할머니 집 거실에 있던 화목보일러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두 사람의 보금자리를 앗아갔다. 혼자 집에 있던 채씨가 외출한 할머니를 위해 온기를 채우려다 불이 났던 것. 채씨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집에서 뛰쳐나왔고, 순식간에 모든 살림살이가 잿더미로 변했다. 지낼 곳이 마땅치 않은 채씨와 할머니는 벌써 3주째 반정리마을회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할머니 손에 길러진 채씨가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모님은 채씨가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이혼했고, 설상가상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채씨에게 가족이라곤 할머니 뿐이었다. 비록 산 밑의 허름한 슬레이트집이었지만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할머니에게 받을 수 있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보금자리였다.
할머니와 채씨는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 화재로 타버린 집을 수리하기 위해 구청에 알아보는 과정에서 할머니가 평생 살았던 집 명의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장 채씨는 다음달부터 군 복무를 위한 훈련에 돌입하는데, 추운 날씨에 할머니 홀로 어디서 지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아들을 잃은 뒤 치매 증상까지 보이는 할머니를 돌봐줄 사람도, 할머니가 머무를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채씨는 이내 차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채씨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갈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할머니에게 미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뿐”이라며 “할머니 곁에서 오래오래 머물면서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생필품 지원과 임시거처 등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많은 분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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