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어린 청송의 지질 예찬 vs ‘감각’ 넘친 포항의 여심 저격…누가누가 잘하나[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3. 11. 29. 07: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석탄 포트홀. 사진제공|트래블팀


마음 공부를 해야 세상을 바로 보듯, 여행 공부를 해야 삶의 여정에 흔들림이 없다. 그래서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나 보다. 제사상 지방(紙榜) 자체에 ‘학생’임을 고백해야 하는 우리네 인생살이처럼. 공부~공부~. 그럼에도 세계지질공원 탐방을 마주했을 때, 숨이 턱 막혀옴은 어쩔 수 없다. 이를 어째~ 하지만 기우다. 청송의 자연을 마주하는 순간! 막혔던 가슴이 펑 뚫렸다. 햐~ 청승맞은 핑계보다 황송할 볼거리를 선물한 청송을 우러르는 찬송!

백석탄 포트홀. 사진제공|트래블팀


지질 예찬…환상 지질 경관의 메갈로폴리스


봉호정과 지질 퇴적층. 사진|강석봉 기자


지난 2017년 5월, 청송군 내에 산재한 기암괴석들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다. 당시 청송과 어깨를 나란히 한 동격의 경승지는 세리도(브라질), 남부 캐니언 패스웨이(브라질), 살파우셀카(핀란드), 리스(독일), 케팔로니아-이타카(그리스), 물레르탈(룩셈부르크), 부저우 랜드(루마니아), 플라토베르겐스(스웨덴) 등이다.

백석탄 포트홀. 사진제공|트래블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지난 2015년부터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명소와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네스코 공식 프로그램이다. 현재 전 세계 46개국 177곳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국내에서는 청송을 포함해 제주도, 무등산권, 한탄강 등이 이름을 올렸다. ‘청송세계지질공원’은 지질명소 24곳, 비지질명소 18곳을 품고 있다. 이곳을 탐방할 때, 공부하면 좋다. 그게 아니라도 수업 시간엔 집중해보자. 공개수업과 같은 해설예약을 받고 싶다면, 청송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홈페이지에서 지질관광 항목에 예약하면 된다. 전제할 것은 5일 전 4인 이상으로, 개별 차편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

신성리 공룡 발자국 유적지의 공룡 전시물. 사진|강석봉 기자


신성리 공룡 발자국. 사진|강석봉 기자


‘청송세계지질공원’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봐도 좋다. 드라마틱한 이 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꼬리를 감추고 숨기도 한다.

만안 자암 단애. 사진제공|트래블팀


숨바꼭질과도 같은 술래잡기 놀이의 포인트 몇 곳을 짚어주면 ① 방호정 감입곡류천이 있다.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51호로 지정된 ‘방호정’ 바로 앞도 지질생태의 보고다. 방호정은 광해군 11년에 조준도 선생이 사모(思母)의 마음에 기꺼워 어머니의 묘가 보이는 절벽 위에 지은 정자다. 그 앞 개천은 풍화와 침식, 퇴적 등이 두루 진행된 지질대다. 방호정에 올라 바라보면 대지는 절경이로세. 신성리 공룡발자국은 해설문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산사태가 나면서 단층이 벗겨져 그 밑에 깔려 있던 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드러났다. 그래도 탐방객 눈에는 “뭘 보란 거지?”란 말이 튀어나올 수 있다.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이곳은 공룡시대에 습지였던 덕분에 용각류, 조각류, 수각류 3종의 공룡이 발자국을 남겼다. 만안 자암 단애는 농로를 따라 들어가야 한다. 지질공원 지정 전부터 독특한 풍광과 더불어 얕은 개천에서 물놀이 하기 좋은 곳이었다. 단풍이 지천인 스카이라인이 눈을 간질인다. 백석탄 포트홀은 ‘하얀 돌이 반짝이는 개울’이라는 뜻이다. 은회색의 돌무더기가 비현실적 절삭면을 자랑하듯 뽐낸다. 우뢰매’ 연작을 찍어도 좋을 풍광이다. 현재 탐방 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올 연말 빛여울방문자센터에 주차장 등이 완비되면 방문이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지질공원에 속하지는 않으나, ‘얼음골’이라 불리던 곳을 통해 포항으로 넘어가면 ‘옥계’라는 계곡 길이 운치를 더한다. 옥녀교 인근은 인증샷 포인트다. 포항 가는 길, 하옥리향로교 인근 풍광도 차를 멈추게 만든다.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를 제공하는 옥계의 옥녀교 사진|강석봉 기자


눈 호강…드라마가 먼저 알아본 이가리항&전망대


이가리 닻 전망대. 사진|강석봉 기자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와 ‘런온’의 촬영지로 유명한 이가리항과 이가리 닻 전망대는 포항에서 풍광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드라마 방송 직후, 순례 코스로 시내 촬영지가 붐볐다.

이가리 닻 전망대는 구릉 지대 방풍림 앞에 조성됐다. 오전 시간 동해의 풍광을 눈에 담기에 좋다. 남쪽으로 내려가 만나게 되는 간이해변은 모래사장을 걸으며 파도 소리를 듣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가리항 카페 2층 전경. 드라마 ‘다함께 차차차’에도 나왔던 장소. 사진|강석봉 기자


관련 프로젝트에 한창인 이가리항권역 어촌신활역증진사업단 서득수 사무국장은 “이가리 지역은 이가리 닻 전망대와 펜션, 카페가 성업 중이다”라며, “관광지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으로 관광 자원과 어촌 생활환경이 균형 있게 둘 다 잘 갖추어진 마을이다. 항구에 낚시하러 온 관광객 등 즐길 거리도 많아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평했다.

이가리 닻 전망대. 사진|강석봉 기자


감동 충만…화선지 넘어선 바벨탑 ‘청량대운도’


6.7x46m의 청량대운도. 사진|강석봉 기자


독특한 미술관이 청송에 있다. 두 건물로 이뤄진 이곳은 군립청송야송미술관과 청량대운도전시관으로 나뉜다. 전시관은 6.7×48m의 거대 동양화 ‘청량대운도’만을 품은 전용관이다.

청량대운도를 품은 청량대운도전시관과 군립청송야송미술관. 사진|강석봉 기자


이 미술관은 청량대운도를 그린 이원좌 선생이 2005년부터 작고한 2019년까지 초대관장이었다. 폐교된 신촌초등학교를 개보수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미술관은 국내외 화가와 도예가들의 작품들로 지역 미술계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실경 산수화로 이름이 높았던 그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거대 예술품을 남겼다. 만화가의 이력을 가지고 있는 등 그에게선 괴짜의 이미지도 오버랩된다. 이런 거침없음이 대형 산수화라는 기상천외한 작품을 남기게 했을지 모르겠다.

청량대운도를 그린 야송 김원좌 선생. 사진제공|트래블팀


생활 역사…고택이 품은 스토리텔링


청송 송소고택. 사진|강석봉 기자


2019년에 작고한 이원좌 선생은, 야송(野松)이란 호로 미술계에 발자국을 남겼다. 오로지 자신만의 미학을 추구한 야인(野人)이기에 이런 대작을 남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계 최대 산수화로 알려진 이 그림은 KBS 예능 1박2일-청송편에 소개되기도 했다.

군립청송야송미술관은 본래 폐교되었던 신촌초등학교를 개보수한 곳이다. 미술관은 국내외 화가와 도예가들의 작품들로 지역 미술계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이다.

미술관 인근에 신촌약수가 있어 이를 재료로 삶아 내놓는 닭백숙과 고기 요리 전문점들이 성업 중이다. 또 바로 뒤편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카페와 찜질방이 있다. 찜질방을 민박처럼 통째로 임대해 준다.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만석꾼이었다는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 선생이 1880년쯤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기로 이거해 지었다. 처음에는 ‘송소세장’(松韶世莊)이라는 현판을 달았다 전해지는 이곳은, 10채의 건물로 이뤄졌다. ‘세장’은 널리 번성하는 곳의 중심이란 뜻이다. 후손과 가문이 번성하길 바란다는 의미가 있겠지만, 공간적으로 송소고택이 마을 고택들의 중심지란 의미도 담고 있다. 바로 옆집인 송정고택도 그렇고, 윗집 칠방공종택과 안평재, 하은당 등 주변 고택들 모두 옛 양반가 기와집을 두루 둘러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곳은 MBN 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 촬영지이기도 하다.

송소고택의 특징은 내담과 외담으로 공간을 구분해 남녀와 내외를 분간했다는 것. 이중 내담은 헛담이라고도 불린다. 고택 안채 지붕에는 ‘와송’이 자라 이채롭다.

‘식후경’ 최적지…이곳에만 있는 맛집


고향분식 골부리국. 사진제공|트래블팀


고향분식에서는 길안천에서 잡아온 골부리를 직접 손으로 까 국으로 끓여낸다. 사진제공|트래블팀


다슬기처럼 객지에서 고생하는 식재료도 없을 거다. 표준말 다슬기가 무색하게, 지역에 따라 달팽이·올갱이·고디·고둥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것이 안동·청송에 이르러서는 ‘골부리’가 됐다. 그런데 이 말이 다슬기의 외형적 특징을 최적화한 표현이라는 데 생각이 미처, 고개가 끄덕여진다. 골부리, 딱일세~.

고향분식 차림표. 사진제공|트래블팀


골부리국으로 유명한 곳은 안동과 청송을 거쳐 흐르는 길안천 변에 있다. 행정구역상 안동시 길안면 행정복지센터 근처의 ‘장터분식’이다. 식재료는 직접 가꾼 농산물로 만들고 골부리 역시 직접 잡아 손으로 일일이 까 만든다. 맛도 맛이지만 정성을 맛볼 수 있다.

포항스테이호텔 쿠킹클래스. 사진|강석봉 기자


지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포항스테이호텔 쿠킹클래스’도 즐겨볼 만하다. 포항스테이호텔은 일식·양식에 일가견 있는 오너가 셰프되어 ‘쿠킹클래스’를 직접 시연한다. 손동광 셰프가 직접 나서 기획한 여행 콘텐츠 중 하나로, 포항에 미식 여행이란 테마를 포인트로 만들었다.

농가맛집 무꾸의 항아리 삼겹살 한상차림. 사진|강석봉 기자


청송의 ‘농가맛집 무꾸’는 직접 재배한 무와 이를 재료로 삼은 요리한다. 시어머니 손맛을 이어받은 며느리가 대를 이어 무와 시레기로 눈호강 여행객의 배마저 터지게 만들 곳이다. ‘무꾸’는 경북지역에서 무를 일컫는 말이다. 시레기국과 시레기밥을 중심으로 반찬으로 섞박지가 나온다. 시레기 부침개도 있다. 주류는 특별하다. ABC 막걸리와 ABC 하이볼에 입맛이 다셔진다. ABC(사과 Apple, 비트 Beet, 당근 Carrot) 주스를 청송 막걸리 또는 짐빔 위스키에 섞어 파는데, 두말이 필요 없이 맛있다.

농가맛집 무꾸의 식재료인 무청. 이것을 음지에서 잘 말리면 시레기가 된다. 사진제공|트래블팀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