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24년 부동산 데이터분석 전문가…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조정 시기"
고품질 정보 '직방RED'서비스 격 높여… "직원노력·데이터 만나 빛 발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지금은 직방이 프롭테크 분야를 선도하는 대표기업으로 꼽히지만, 5년 전 이직 당시에만 해도 국내에 프롭테크란 단어 자체가 낮선 때였어요. IT기술을 주택시장에 접목해 정보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통해 주거문화를 혁신하는 노력을 데이터베이스(DB)로 할 수 있는 기업의 포텐셜(잠재력)을 봤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48·사진)의 말이다.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부동산 서비스에 IT기술을 접목해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1999년 부동산정보업체인 내집마련정보사에서 정보분석팀장으로 부동산 데이터 길에 들어섰다. 부동산써브로 옮긴 뒤엔 부동산연구실장으로 부동산 시장 데이터를 깊게 파헤쳤고, 부동산114(현 부동산R114)에서는 리서치센터장을 맡아 주택시장 데이터 전문가의 입지를 다졌다. 24년여간 주택시장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온 국내 대표 부동산 전문가인 그를 27일 직방에서 만났다.
지난 2018년 함 랩장의 직방행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불렀다. 공인중개사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한 직방이 향후 빅데이터로 무장해 프롭테크업계의 격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함 랩장의 입사 당시 직방은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등 원·투룸 위주 또는 아파트 100세대 이상 정도의 소규모 단지 서비스를 막 시작하는 단계였다. 그의 합류 후 빅데이터랩 조직이 꾸려지면서 사내 타 부서와의 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직방이 보유한 데이터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함 랩장은 "이후 아파트 단지정보는 총 세대수 30세대 이상 단지로 늘렸고, 분양정보부터 오피스텔 DB, 3D(3차원) 단지 투어, 직방RED 서비스까지 상품과 운영 항목을 다양화했다"며 "현재는 전국 아파트 분양정보를 3D로 구축해 완공 전에도 미리 견본 유닛 체험을 제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앱상에서 구현되는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결과물들은 '뚝딱' 나올 수 있는 게 아니고 직방 직원들의 피와 땀이 동반된 것이다.
함 랩장은 "이직 당시 1990년대말 PC통신에서 웹, 모바일로 전환하는 플랫폼의 변화 속에서 직방과 안성우 대표의 비전과 가능성을 봤다"면서 "부동산 데이터의 수집부터 가공, 기획 및 상품화, 서비스 운영 등 사내 다양한 부서와 인재들이 함께 협업해 공동의 목표로 양질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점이 직방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합류한 뒤 직방 자체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우선 식구가 늘었다. 호갱노노가 자회사로 편입됐고, 포털 다음의 부동산섹션 운영대행도 직방이 맡은 영역이다. 지킴중개 및 중개파트너스를 통한 중개비즈니스 서비스도 확장됐다. 3D단지투어, VR(가상현실) 홈투어, 비대면 중개 라이브를 활용한 매도·매수, 임대차 거래 등 중개서비스도 실시간 모바일로 제공 중이다.
직방은 상반기 사회문제로 확산된 전세사기 이슈에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함 랩장은 "직방은 강서·강남구 등에서 제휴한 지킴중개사들과 함께 도(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현장 확인 등) 매물의 안전를 점검하고 공동 중개·날인해 계약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매물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말 삼성SDS의 홈IoT(사물인터넷) 부서를 전격 인수한 직방은 제조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해 디지털도어락, 월패트 등 스마트홈 제조에도 나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코로나 엔데믹이 왔지만 아직도 직방 직원들은 가상의 디지털공간에서 근무하는 가상오피스 'SOMA'로 원격 근무 중이다. 미래 오피스 문화도 선도하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의 입지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직방이 론칭한 '직방RED'의 존재감도 크다. 함 랩장은 직방RED에 대해 "부동산 빅데이터에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을 접목해 고품질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용 부동산 통계 데이터 툴"이라며 "머신러닝, 딥러닝, 자연어 처리기법 등 최신 분석방법을 활용해 부동산 정보분석과 서비스 질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직방은 직방RED를 통해 100여 개 이상의 부동산 시장지표를 선정, 서비스하고 있다. 건설사는 물론 금융사, 공공기관을 비롯한 준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지표로,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구현했다. 기존의 부동산 분석 데이터들이 경기변동 상황에만 초점을 맞춰 입지·수요에 대한 실용성 높은 데이터를 폭넓게 제공하지 못했다면, 직방RED는 이 한계를 당당히 뛰어넘었다고 자신한다. 부동산 경기 상황에 더해 입지와 수요, 주거 편의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정보를 제공해 데이터 실용성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정주여건 및 고용여건 분석 데이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파트 정주여건의 경우, 전국 3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 2만9000여곳의 인근 편의시설 분포 정보를 수집, 가공해 정량화한 백분위 스코어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직관적인 입지평가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사업장 외에 사업 예정지의 주소 정보만으로도 정주여건과 고용여건, 청약흥행요인 등을 분석하는 사업예정지 분석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직방RED 시스템을 이용하면 '역세권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와 '아파트 브랜드별 매매가격지수'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직방 및 호갱노노 앱의 거주민 리뷰도 빅데이터 재료 중 하나다. 이 재료들과 앱 이용자 로그 분석 데이터 등을 통해 실질적인 수요자 타깃층 파악이 가능하다.
함 랩장이 예상하는 내년 상반기까지 부동산 시장의 키워드는 '보합'과 '하락'이다. 그는 "올해 상반기 대비 저가 급매물 소진으로 주택 매입가격 부담이 커졌고,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고금리 지속 이슈, 특례보금자리론(일반형) 종료 등 전반적인 주택구매 허들이 높아지며 거래 숨고르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방 미분양 적체와 경기 둔화, 인구의 수도권 집중, 다주택 규제 등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조정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대기수요가 잔존해 있거나 자산가치 상승 확률이 높은 곳, 공급 희소성이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위주로 선호가 집중되는 현상이 좀 더 갈 것"이라며 "지역 또는 상품별 자산 양극화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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