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돈 돌반지 40만원... 골드만삭스 “내년 금의 광채가 돌아온다”

김은정 기자 2023. 11. 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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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오르며 대표적인 금 제품인 돌반지 가격도 비싸져 돌 반지 선물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판매 중인 돌반지의 모습. /뉴스1

27일(현지 시각) 국제 금값이 온스당 2010달러를 넘어서며 6개월 만에 최고를 찍었다. 불안한 중동 정세에 미국의 긴축이 곧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 달러 약세 등이 겹쳐 금값을 강하게 밀어 올리고 있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달러 패권이 저문다는 예측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선 금 현물인 돌 반지 가격도 크게 올랐다. 금은방에선 6개월 전만 해도 35만원대였던 금 1돈(3.75g) 반지가 최근 38만~39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세공까지 하면 40만원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 인하에 돌입할 내년까지 금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발표한 2024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금의 광채가 돌아오고 있다”며 금값 강세를 내다봤다.

그래픽=양인성

◇사상 최고가 향해 뛰는 금값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1트로이온스당 2012.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2017.8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지난 5월 15일(2022.70) 이후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2020년 8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2069.4달러까지는 단 2.8%(57달러)의 상승폭만 남겨뒀다.

‘최고의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시장의 불안감을 틈타 가격이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금값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8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작년 9월엔 1600달러대까지 추락했었다. 그러다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지난달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발발 등 금융 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가격이 급등했다.

최근 국제 금값엔 미국의 긴축 종료 기대감이 많이 반영되고 있다. 지난 14일 시장 예상보다 훨씬 낮은 미국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이후 금 가격은 3.2%나 상승했다. 통상 금 투자에선 현금 흐름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져 채권의 이자가 줄면 금의 매력은 높아진다. 밥 하버콘 RJO퓨처스의 수석 시장전략가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금은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이라고 했다.

◇달러 약세도 한몫

금값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소는 달러 약세다. 일반적으로 금은 달러 약세가 되면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는다. 그런데 최근 달러 가치는 3개월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0.16% 하락한 103.2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3% 넘게 하락했다.

지난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금리가 정점에 달했다고 보고, 달러를 1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팔아 치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간 달러 매도량은 작년 1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약해진 달러 패권

달러 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금값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제재로 서방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3000억달러 규모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것을 지켜본 신흥국들이 안전 자산인 금을 집중 매입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신규 매입량은 1078t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1~3분기 매입량도 전년 대비 14%나 늘었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금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중국과 인도가 가져가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작년 11월부터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 3분기엔 78t의 금을 매입해 전 세계 중앙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지난 8월 부동산 시장 위기가 커지자 중국 개인들까지 금 사재기에 가세했다. 올 상반기 중국 내 골드바·금화 판매는 작년보다 30% 증가했다.

인도도 금 보유량을 빠르게 늘리는 국가 중 하나다. 로이터통신은 “인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2001년 대비 거의 3배 증가했다”고 했다. 변동성이 큰 루피화의 위험을 헤지(위험 회피)하고, 미·중 갈등의 수혜로 경제적 입지가 커진 만큼 보유 자산을 다각화하려는 차원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선 정치·문화적 배경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전통적으로 인도인들은 금을 건강과 부의 상징으로 여겨 금 장식품 등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런 가운데 2016년 모디 인도 총리가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금이 자산 가치를 지키는 수단으로 더욱 각광받게 됐다는 것이다.

◇금값 전망 ‘청신호’

향후 금값 상승의 원동력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피봇(전환)이 될 전망이다. 월가는 연준이 내년 상반기 중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내년 5월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52%로 지난달 말(29%)에 비해 확연히 높아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6월 첫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이에 시장엔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울 것이란 기대가 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게이지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온스당 3000달러를 목표가로 제시했고, 마크 뉴턴 펀드스트래트 기술 분석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기술적 요소를 거론하며 금값이 온스당 2500달러를 넘길 것으로 봤다.

다만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의 방향성은 매력적”이라면서도 “시장의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는 성급해 보이고, 한동안 금값 상단이 온스당 2000달러 선에서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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