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ick] 오마카세 전성시대

2023. 11. 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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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는 ‘맡긴다’라는 뜻의 일본어이다. 즉 메뉴나 종류를 셰프에게 일임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주방장 마음대로 재료를 선택하고 음식을 내는 것이다. ‘맡김 요리, 주방장 특선’이라고 보면 된다. 2010년대 들어 이 오마카세(맡김차림)가 한국에서 스시야(すしや, 초밥집)의 대표가 되었다.
※‘맡김차림’이 순우리말로, 기사 흐름상 ‘오마카세’라는 단어를 혼용하고 있습니다.
(사진 픽사베이)
#1 ‘스강 신청’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이 말은 대학 신학기 때면 벌어지는 인기 좋은 교수님 강의를 듣기 위해 클릭을 해대는 말이 아니다. 바로 유명한 ‘하이엔드 스시집’ 예약 전쟁을 일컫는 말이다. 서울에는 오마카세로 유명한 스시집이 많다. 그중 유명세 높은 하이엔드 초밥집은 돈이 있어도 가기 어렵다. 하이엔드 스시야는 매달 1일 오전 9시, 10시에 그 달이나 다음 달 예약을 받는다. 이 예약이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300~400번 시도해 겨우 ‘성공했다’는 후기도 많다. 물론 100% 회원제로 운영하는 스시야도 있다. 그야말로 ‘스시야 예약 전쟁’ 시대이다.
#2 2012년 개봉한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10살 때부터 스시야에서 일하며 93세인 지금도 현역인 일본 스시 장인으로 불리는 오노 지로의 생을 담았다. 도쿄 긴자역 지하에 10석 스시야 시키야바시를 운영하는 그는 미슐랭 3스타를 받았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도 이곳에서 스시 만찬을 즐겼다.
#3 청담동 ‘퍼피라운지’는 애견을 위한 맡김차림을 운영하는 곳이다. 1층은 견주가 음료나 가벼운 식사, 애견이 산책하는 곳이고 2층에는 ‘주인공’ 애견을 위한 맡김차림이 이뤄지는 장소이다. 물론 100% 예약제이다. 이곳에는 구찌 브랜드 의상과 하네스도 준비되어 있어 애견에게 입힐 수 있다. 2층 맡김차림 메뉴로는 ‘선라이즈 대구르르’, ‘신비한 비밀화원’, ‘봄소풍’, ‘텃밭 위의 편백찜’, ‘청정육 열정구이’, ‘홍두깨 영양솥밥’, ‘주토피아’ 등 총 7단계의 요리가 준비된다. 주로 애견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견주들이 찾는다.
(사진 픽사베이)
MZ세대들이 주로 찾는 지역에는 다양한 숍과 음식점이 있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이다. 이자카야라는 말이 대세로 쓰이기 전 1980, 90년대에는 로바다야끼라는 일본식 선술집이 유행했다. 로바다야끼와 이자카야의 차이는 미세하다. 로바타야끼는 손님 앞에서 화로에 재료를 굽는 형식이고, 이자카야는 주방에서 굽거나 쪄서 손님에게 내는 형식이다. 이 두 선술집은 지금 이자카야라는 단어로 통일되어 MZ세대를 위시한 2030들이 주로 사용한다.
일본식 선술집이 한국에서 자리잡으며 크게 유행한 음식이 있다. 바로 ‘회전 초밥’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유행을 했던 이곳에선 초밥이 접시에 올려져 회전하고 손님은 원하는 초밥을 먹었다. 가격은 접시 색깔에 따라 매겨졌다. 당시 데이트 족에게 애정받았던 이 회전 초밥집도 이제는 그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 2000년대 중반 들어 이를 대신하는 ‘오마카세’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리아케, 스시조가 연 오마카세 열풍
(사진 픽사베이)
오마카세는 ‘맡긴다’라는 뜻의 일본어이다. 즉 메뉴를 셰프에게 일임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주방장 마음대로 재료를 선택하고 음식을 내는 것이다. 2010년대 들어 오마카세가 한국에서 스시야의 대표 장소가 되었다. 스시라고 부르는 초밥은 일본에서 약 8세기경 처음 선보였고 16세기 에도시대가 되면서 스시는 확산되었다. 에도의 쇼군(장군)은 지방 다이묘(영주)들을 일정 시기 에도로 불렀다. 그때 다이묘의 많은 수행원들도 에도에 머물렀다. 이들을 위한 식당이 생기면서 부패를 방지하고 날생선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밥에 식초를 섞게 됐다. 그리고 그 밥을 일정 크기로 만들어 생선을 올리는 초밥의 형태가 완성됐다. 지금과 같은 스시 형태는 1820년대부터 그 형식이 갖춰졌는데 현대에 들어와 일본에서도 1990년대 전후 전통적인 스시집이 줄고 대신 오마카세가 스시야의 대세가 되었다.
이 스시를 1990년대 한국에서 먹기는 쉽지 않았다. 대도시 호텔 일식당과 값비싼 일식집뿐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스시야의 대표적인 곳은 두 군데이다. 신라호텔 아리아께와 조선호텔 스시조이다. 당시 안효주 세프가 이끌었던 아리아께는 2004년부터 일본 스시야 기요타의 모리타 마츠미가 영입되었다. 조선호텔 스시조 역시 2008년 마츠모토 미즈호를 영입해 아리아케와 쌍벽을 이루게 된다.
이 두 스시야가 현재의 하이엔드 스시야의 시작이다. 아리아께 출신은 코지마를 유행시킨 박경재 셰프, 키즈나 송웅식 셰프, 스시선수 최지훈, 스시장 장원석, 스시호산 이승철 등등이다. 스시조 출신은 2012년 스시 마츠모토를 연 미즈호 셰프, 스시 민종우, 스시전 정영진, 나카지마 고에몽 박세진 셰프, 스시인 이진욱 셰프 등이다.
SNS를 장악한 맡김차림, MZ에게 가치 소비의 일환
(사진 픽사베이)
맡김차림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다. 대면 사회가 끊기고 해외 여행도 줄어들었다. 팬데믹은 자신을 돌보는 시기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를 위한 것, 즉 입고, 먹고, 집을 꾸미고 등이 SNS에서 올라오면서 사람들은 독특하고 색다르면서도 ‘플렉스’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그 대상이 된 것이 바로 ‘명품’과 ‘맡김차림’이다.
맡김차림은 전문적인 서비스를 바탕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즐겼던 문화이다. 이것의 확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대중들의 ‘보복 소비’이다. 3년 동안 잠재된 욕망이 명품 구매와 함께 ‘나를 위한 가치 투자’ 형태로 자리잡았다. 명품 소비가 SNS를 점령했다. 곧이어 맡김차림의 다양하고 정결한 차림새가 SNS에 번졌다. 인스타그램에서 ‘#오마카세’는 무려 62만 개가량 게시물이 있을 정도. 사람들은 맡김차림·오마카세 등은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자기 과시 콘텐츠’라고 평할 정도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약 20만여 개의 오마카세 콘텐츠가 있고 그중에는 국내 하이엔드 스시야를 거쳐 도쿄 긴자의 스시야를 탐방한 콘텐츠도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를 보면 MZ세대의 맡김차림에 대한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SNS 등에서 유명한 맛집은 한 번쯤 찾아가려 노력하는 편이다’에 20대는 58.8%, 30대의 53.6%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고급 식당을 방문해 고가의 음식을 먹는 것이 나를 위한 투자이며 나를 존중하고 위해주는 것이다’라는 질문에는 20대 55.6%, 30대 45.6%, 40대 36%가 ‘그렇다’고 동의했다. 또한 ‘파인다이닝, 오마카세 등 고급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것이 경험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는 항목은 20대 84.4%, 30대 76%가 동의했다.
(사진 픽사베이)
맡김차림은 MZ의 소비 패턴인 ‘가치 투자’와도 맞는다. SNS에 사진을 올려 자랑하는 심리와 MZ세대의 대세 성향에 ‘나를 포함시키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맡김차림은 고가, 차별화, 1:1 서비스, 소수라는 이유로 MZ 세대에게 ‘투자 대비 만족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일본 언론에서 ‘한국, 오마카세가 대유행’이라는 보도를 했다. 물론 이는 일본 문화의 확산이라는 측면과 일본 ‘버블 경제시대’의 산물인 고급 오마카세가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포함한다.
한우, 양고기, 순대, 김밥, 닭고기, 김밥 맡김차림도 나와
맡김차림 열풍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갈래다. 하나는 ‘허세’, 또 하나는 ‘다양성의 단면’이다. 아직까지 맡김차림의 문턱은 높다. 회원제, 예약제는 당연하고 높은 가격 역시 장벽이다. 보통 스시야는 가격대에 따라 3등급으로 나뉜다. 엔트리급은 런치 5만~7만 원, 디너 10만 원 선이고 미들급은 런치 7만~10만 원, 디너 12만~15만 원 선이다. 하이엔드는 런치 18만~25만 원 선, 디너 28만~45만 원 선이다.
하이엔드 맡김차림 밀집지역은 청담동이다. 스시코우지, 스시인을 비롯해 스시 상현, 스시 하나레, 스시 쿠루미, 스기 결 등이 집결해 있다. 이 하이엔드 스시야는 접근이 어렵다. 해서 엔트리급 스시야가 서울에 많이 생겼는데 최근에는 미들급이 점차 자리를 잃고 하이엔드와 엔트리급으로 양분되고 있다. 이는 소득의 양극화와도 무관치 않다. 가격 따위는 신경도 안 쓰고 최상의 질과 최상의 서비스를 원하는 고소득층과 가성비를 염두에 두는 이들이 찾는 엔트리급으로 소비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사진 픽사베이)
맡김차림은 스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한우, 커피와 디저트, 양고기, 티는 물론 김밥, 돼지고기 등등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정도면 맡김차림·오마카세 전성시대다. 해서 백반집마저 ‘이모카세’, ‘할매카세’라고 부른다. 한 끼에 몇 십만 원을 먹는 이는 사실 맡김차림이 없는 시절에도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소수를 위한 공간도 SNS 파급력 때문에 더 이상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호기심으로, SNS에 사진 올리려고 등등의 이유로 맡김차림을 찾는 이들도 많다. 그 종류와 등급이 더 다양해지고 세밀해지는 것은 환영이다. 이는 우리에게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초밥집의 간단 용어
•샤리: 초밥의 밥이다. 이 샤리는 스시야에 따라 다양하다. 보통은 간에 사용하는 식초와 쌀의 종류에 따라 구분된다. 어원은 불교 용어로 밥 알갱이를 뜻하는 사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네타: 초밥에서 밥 위에 올라가는 재료를 뜻한다. 알맹이라는 뜻의 타네를 거꾸로 읽었다는 말도 있다.
•츠마미: 본격적으로 스시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안주이다. 손끝으로 집어먹는 한입거리를 의미한다. 대개 전복, 오징어, 광어 날갯살 등이 나온다.
•쯔께: 절임류로 무, 우엉, 생강 절임 종류를 말한다.
•차완무시: 스시야 오마카세에서 먼저 나오는 음식으로 푸딩 같은 계란찜을 뜻한다.
•게타: 초밥을 올려놓은 나무 접시이다. 모양이 전통 나막신인 게타와 비슷하다 하여 이름 붙였다.
•니기리즈시: 손으로 밥을 쥐는 법이다.

[ 권이현(라이프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6호(23.11.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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