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데 몇십만원, 제거하는데 몇백만원"…청소년 '우정 타투' 주의보

유민주 기자 2023. 11. 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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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할인' 내세운 광고 넘쳐나…시간 지나면 지워진다 허위정보까지
미국·프랑스 등 미성년자 문신 불법 규제…韓 '규정 자체가 없어'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고졸인재 채용엑스포에서 한 학생이 파주여자고등학교 부스를 방문해 타투 체험을 하고 있다. 2023.5.3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문신을)했을 것 같지만 가격을 들으니 후회스럽네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앞에서 만난 이모씨(21)는 성형외과에서 문신 제거 비용을 듣고 경악했다. 이씨는 "3년 전 고등학교 다닐 때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이랑 문신(타투)을 받았는데 성인이 되고 보니까 도안도 유치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게다가 색이 들어간 타투라서 최소 10회는 시술을 받아야 하고 비용도 1000만원 정도 든다고 해서 엄두도 못 내다가 이제야 오게 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씨처럼 이른바 청소년기에 '우정 타투'를 했다가 후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진 데다 청소년을 노린 일부 업자들의 상술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할인 행사' 등을 앞세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끝낸 수험생을 유혹하는 문신 광고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 광고에는 '색소 타투는 나중에 지워진다'는 식의 거짓 정보까지 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은밀하게 이뤄지는 영업, 상담 후 예약해야 가게 위치 알려줘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SNS에 '미성년자 타투', '수험생 타투', '고딩 타투' 등을 검색하자 관련 게시물들이 줄이어 등장했다. 특히 이제 막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안내하는 곳이 많았다.

광고 게시물이 넘쳐나는 것과 달리 실제 타투숍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타투숍 4곳의 위치를 확인했다. 하지만 지도에 등록된 위치를 찾아가니 4곳 모두 문패도 없이 굳게 잠겨 있었다. 국내에서는 의사 이외에는 문신 시술이 불법인 탓에 혹시 모를 단속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광고 게시물에 나온 카카오톡 오픈채팅 링크로 들어가 직접 운영자와 대화를 시도하니 쉽게 연결이 됐다. 원하는 도형과 방문할 날짜를 상담한 후에야 '진짜' 타투숍 위치를 알려주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은밀하게 영업이 이뤄지는 탓에 문신에 문제가 생길 경우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타투숍의 경우 문제 발생 가능성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타투이스트 노동조합인 타투유니온의 김도윤 전 지회장은 "청소년 대상 타투가 위험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며 "성인 수요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이미 타투업계에서도 도태해 저렴한 가격으로라도 연명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기술자와 손님을 한 공간에 가둬두고 시술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문신 합법화' 논쟁은 조금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청소년 대상 타투 는 막아야 한다'데 이견이 없다. 대부분 청소년들이 한순간의 호기심으로 문신을 결정하지만 그만큼 나중에 후회하고 병원을 찾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미성년자 타투 광고 글 캡처)

◇"시간 지나면 지워진다? 부모님 동의 받으면 가능?"

특히 문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SNS에 많이 등장하는 '화이트 타투', '형광 타투' 등이 대표적이다. 검정 문신보다 눈에 쉽게 띄지 않아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이 적고 천연 잉크는 시간이 오래 지나면 색이 연해져 없어진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도 많았다.

하지만 문신에 사용된 잉크는 어떤 경우에도 자연 소멸되지 않는다. 심지어 연한 색소를 사용한 타투의 경우 더 여러번 제거 수술을 해야 하기에 피부를 상하게 하거나 도형을 잘못 고른 경우 문신한 흔적이 오히려 '자해'처럼 보일 수 있어 업계에서도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

김 전 지회장은 "레이저 시술은 파장을 주는 것이고 흑색에 가까울수록 그 파장을 완벽하게 잡아낼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난 후에 피부에 어떻게 남는지에 대한 설명를 듣고 스스로 판단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가능합니다. 대신 부모님 동의서와 시술 시 동행하셔야 합니다"

이날 통화한 타투이스트 A씨는 "미성년자도 부모님의 동의 하에 위생적인 환경에서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충분한 설명을 들으면 되레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문신을 언제했든 나중에 후회하는 것은 성인이나 미성년자나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언뜻 들으면 정상적인 절차를 설명하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 나라는 미성년자 타투에 관한 법적·제도적 규정이 없다. 문신 자체가 불법이기에 미성년자 문신을 따로 규제하는 조치도 당연히 없다. 부모님만 동의하면 초등학생이 문신을 한다고 해도 제재할 만한 규정이 없다는 뜻이다.

◇ "최소한 미성년자 타투는 법으로 막아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선 미성년자 문신을 불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오클라호마와 필라델피아, 캘리포니아 등 18개 주는 부모의 사전 동의 없이 18살 미만 미성년자에게 문신 시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로 부모나 법적 후견인의 서면 동의서 없이는 미성년자에게 문신 시술을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법원의 1992년 판례에 따라 30년 넘게 비의료인의 타투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신업계에서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27조1항을 두고 여러 차례 헌법 소원도 제기했으나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비슷한 원리로 잘못 알려진 정보 중 하나가 '반영구'라는 표현이다. 흔히 '반영구 문신'은 자연스럽게 색이 연해지다가 사라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이 표현 자체가 삭제됐다. 지난 9월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발의한 '문신업법'에 기재된 문신의 분류에 '반영구'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한번 피부에 들어간 잉크가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일은 불가능하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지회장은 "미성년자 문신 시 처벌을 가능하도록 하는 법제화가 필요하고 또 문신을 받기 전 원칙에 맞는 시술을 하는지 스스로 체크할 수 있게 만든다면 유언비어도 사라질 것"이라며 "논의를 방치할 수록 아이들과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시술)받을 권리를 잃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윤 타투이스트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타투 시술을 하고 있다. 2021.6.1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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