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40> 북조와 남조 ; 호한 융합의 시대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23. 11.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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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학문적 정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데. 현실적 정의는 권력을 차지하려는 인간본성이 이글거리는 투쟁의 장이다.

인류사 이래 정치적으로 가장 혼란했던 때는? 위-진-5호16국-남북조, 줄여서 위진남북조 시대다.

한나라(後漢) 이후 들어선 위-촉-오 삼국시대는 위진남북조의 서막이다.

220년 시작된 위진남북조 시대는 369년 만에 징글징글 다이나믹했던 역사의 막을 내리며 수(隋)나라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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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학문적 정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데…. 현실적 정의는 권력을 차지하려는 인간본성이 이글거리는 투쟁의 장이다. 정치로 안 되면 전쟁이다. 인류사 이래 정치적으로 가장 혼란했던 때는? 위-진-5호16국-남북조, 줄여서 위진남북조 시대다. 도대체 얼마나 혼란했길래?

위-진-5호16국 시대 이후 북조와 남조


한나라(後漢) 이후 들어선 위-촉-오 삼국시대는 위진남북조의 서막이다. 삼국지 결말은 예상외로 허망하다. 조조를 받들던 사마의가 권력을 거머쥐었다. 그 권력은 두 아들 사마사와 사마소한테 이어지고 사마소의 아들 사마염이 삼국시대를 끝내며 265년 진(晉)나라를 세웠다. 사마염이 죽고 사마충이 황제가 되자 창피할 정도로 난잡한 흑역사가 펼쳐졌다. 사마량 사마위 사마륜 사마경 사마애 사마영 사마옹 사마월 등 8명 사마 씨 왕들이 서로 황제가 되겠다며 살육전을 벌였다. 이른바 8왕의 난이다. 가관이었다. 그 와중에도 사마치 사마업이 황제가 되었다. 지저분한 권력다툼 꼴을 지켜보던 북방족들은 진을 우습게 깔보기 시작했다.

드디어 슬금슬금 내려와 선비족을 비롯한 다섯 오랑캐들이 대략 열여섯 나라를 세우니 5호16국 시대다. 이때의 역사가 ‘십육국춘추’에 기록돼 있다. 이때 진나라는 동남쪽으로 피란 가며 지금의 난징(南京)에 동진(東晉)을 세웠다. 사마예→사마소→사마연→사마악→사마담→사마비→사마혁→사마욱→사마요→사마덕종→사마덕문이 황제가 된다. 끈질긴 사마 씨 계보가 끊기며 남쪽 지방에 송나라→제나라→양나라→진나라가 섰다. 합쳐서 남조라 한다. 북쪽에선 5호16국 시대를 통일한 북위가 분열된다. 동위는 북제, 서위는 북주가 된다. 특히나 북제에서 낯 뜨거울 정도의 19금급 막장 드라마가 펼쳐졌다. 드디어 북주 출신의 양견이 북제를 멸망시켜 북조(北朝)를 통일하며 589년 남조(南朝)의 마지막 진(陳)나라를 무너뜨렸다. 220년 시작된 위진남북조 시대는 369년 만에 징글징글 다이나믹했던 역사의 막을 내리며 수(隋)나라가 들어섰다.

위진남북조 때부터 북방민족과 중원한족은 본격적으로 뒤섞였다. 특히 북방족은 성(姓)을 한족처럼 바꾸면서까지 한족화됐다. 한족도 당시 지배계층을 따라 선비(鮮卑)화 됐다. 그렇게 오랑캐 호(胡)와 한(漢)족은 섞여 호한잡거(胡漢雜居)했으니 호한융합(胡漢融合)이다. 그렇다고 평화가 찾아온 건 아니었다. 수나라→당나라 이후 또 혼란한 시대가 왔으니 춘추5패-전국7웅 시대, 위진남북조 시대를 이은 세 번째 혼란기인 5대10국 시대다. 송나라→원나라→명나라→청나라 때도 중국대륙은 늘 혼란했다.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 때 호한(胡漢) 융합은 만한(滿漢) 융합으로 용어가 바뀌었다. 하지만 그 땅의 혼란은 계속됐다. 수많은 난(亂)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자 이상하리만치 비정상적으로 세상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된 땅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조용하다. 황건적 홍건적의 난 같은 건 사라져 버렸다. 정치 얘기에 관해 인민들은 끽소리도 못내는지 안 낸다. 촘촘-탄탄하게 짜이고 엮여진 중국 공산당의 권력구조 때문일까? 하지만 대륙에 깊숙이 박혀진 혼란의 싹이 또 언제 비집고 튀어나올지 모른다. 매섭게 불쑥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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