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아재의 MZ세대 공략 `대박`… 부캐로 제2의 전성기 맞은 김장훈

박성기 2023. 11. 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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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異世界) 록스타 꿈꾸는 18세 고등학생 버튜버 '숲튽훈'
두 개의 자아 가진 김장훈 '21세기 지킬앤하이드' 수식어 생겨
본캐 인기곡 리메이크한 '허니' 뮤직비디오 250만회 조회수 달성
'판 플레이' 통해 MZ세대와 소통·공유하며 전폭적 지지 얻고있어

유일무이한 창법과 퍼포먼스로 국내 가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올해 환갑을 맞은 그가 최근 MZ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세계(異世界) 록스타를 꿈꾸는 18세 고등학생 버튜버(버추얼 유튜버) '숲튽훈'으로 다시 태어난 그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뜨겁다.

숲튽훈은 김장훈의 이름에서 김(金)과 장(長)을 한자로 바꿨을 때 모양이 비슷한 한글 '숲'과 '튽'을 결합해 만들어진 신조어다. 본래 김장훈 특유의 '생목' 발성과 가창력을 희화화하고자 만들어진 단어였으나, 김장훈이 이를 '쿨'하게 받아들이면서 일종의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올해 4월, '대인배' 김장훈은 자신의 밈을 즐기는 데서 한 발 더 나가 아예 숲튽훈의 이름으로 버튜버 데뷔를 알렸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김장훈을 나잇값도 못 하는 한심한 노인네로 여기면서도 비범한 행적과 노래에 반해 그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을 가진 캐릭터 숲튽훈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 반응을 끌어냈다. '본캐'(본 캐릭터) 김장훈과 '부캐'(부 캐릭터) 숲튽훈, 두 개의 자아를 가진 김장훈에게 '21세기 지킬앤하이드'라는 새로운 수식어도 생겼다. '무대 위 발차기 장인'이자 '기부 천사'로 큰 사랑을 받던 국민 가수였지만 잇단 구설로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던 그가 숲튽훈으로 다시금 인생에 날개를 달았다는 평이다.

K-컬처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첫 영상('이 세계 락스타 숲튽훈 인트로 #김장훈 삼촌 아님')을 게재하며 활동을 시작한 김장훈은 한 달 만에 구독자 1만 명을 돌파하고 6개월 만인 지난달 5만 명의 고지마저 넘어서는 괴력을 보였다.

현재 그가 보유한 구독자 수는 6만 7000여 명, 누적 조회 수는 1100만 회를 웃돈다. 숲튽훈이 리메이크한 김장훈의 대표곡 '허니(Honey)' 뮤직비디오는 현재까지 250만 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올리며 최고 인기 영상에 등극해있다. 채널 내 조회 수 10만 회를 넘긴 화제의 영상만 20여 편에 달한다. 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보이스오브유 선임연구원)는 "무엇보다 김장훈과 닮은 듯, 닮지 않은 숲튽훈 캐릭터 자체가 가진 매력이 1020세대에게 통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숲튽훈은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외모를 자랑하는 2006년생 개띠 고등학생임에도 시도 때도 없이 '본체' 김장훈의 '아재 면모'를 드러내 큰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중년 아저씨 같은 말투에 노련한 입담을 자랑하고, 노래를 부를 땐 30년 이상 경력의 가수급 감성이 느껴진다. 본인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 가요계의 사건·사고를 모두 꿰뚫고 있으며, 심지어 노안 같은 퇴행성 질환을 호소하기도 한다. 구독자들은 이런 모순되고 묘한 매력을 가진 숲튽훈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숲튽훈은 '판 플레이'(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댓글을 달며 노는 MZ세대 문화)가 가능한 채널이라는 점에서 MZ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기도 하다. 숲튽훈 구독자들은 김장훈과 숲튽훈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애써 모른척해 주며 김장훈이 먼저 판을 깐 이 '놀이'를 함께 즐긴다. 영상마다 "60살 아저씨 같은 연륜미가 있는 수상한 버튜버네요", "본체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김장훈 형 사랑해요", "김장훈 노래는 김장훈보다 잘 부르기 어려운데 고작 고등학생이 이런 감성을 내다니" 등의 능청스러운 댓글들이 경쟁적으로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느슨해진 버튜버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강렬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는 김장훈, 아니 숲튽훈.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쾌한 형'으로 불리며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의 신'으로 떠오른 김장훈이 앞으로도 더없이 기발하고 유쾌한 콘텐츠들과 함께 이중생활을 활발히 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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