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질 마비르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CTO | “SDV, 소비자에게 얼마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지가 관건”

김우영 기자 2023. 11. 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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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마비르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CTO프랑스 ESME 수드리아 공대 전기전자 및 기계 공학, 전 로버트 보시 프로젝트 엔지니어, 전 지멘스VDO 오토모비트 AG 시스템 프로젝트 매니저, 전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프랑스 대표 사진 콘티넨탈

“앞으로 자동차 혁신의 90%는 소프트웨어가 주도할 것입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사 중 하나인 ‘콘티넨탈 오토모티브(이하 콘티넨탈)’의 질 마비르(Gilles Mabire)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1월 15일 서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차량용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152년 역사를 자랑하는 콘티넨탈은 오랜 기간 자동차 타이어와 전장 같은 하드웨어에 집중해 온 독일 기업이다. 최근 완성차 업계가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콘티넨탈도 차량용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9월엔 독일 자동차 박람회 ‘IAA 모빌리티 2023’에서 구글과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자동차에 생성 AI(Generative AI)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방한했다는 마비르 CTO는 “SDV도 결국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선택받을 수 있다”며 “완성차 기업의 혁신을 지원하는 가교 역할을 콘티넨탈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콘티넨탈의 HPC가 적용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사진 콘티넨탈

최근 완성차 기업 사이에서 SDV가 화제다.
“사실 SDV는 소비자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용어다. 기술적인 용어로 바꾼다면 ‘서비스 중심 아키텍처’ 또는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가 더 맞는 표현이다. 이는 기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그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 최적화시키겠다는 접근 방식을 말한다. 휴대전화 시장 패러다임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뀐 것은 ‘전화기에 내가 원하는 기능을 추가 하고 싶다’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기능에 전화도 추가되면 좋겠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자동차 패러다임도 이런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콘티넨탈이 운전자가 차 안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늘 고민하는 이유다.”

그래서 자동차에 생성 AI를 탑재하려는 건가.
“SDV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이용자 중심 자동차’가 되는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완성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여기서 콘티넨탈은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자 한다. 앞으로 소비자는 자동차가 운전자를 위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을 창출해 주는지를 보고 구매를 결정할 것이다.”

어떤 특별한 경험을 말하는 건가.
“만약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AI가 자동차에 탑재된다면 탑승자는 말 한마디로 인포테인먼트(주행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설정하고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운전자가 ‘오늘 춥다’라고 말하면 자동차가 평소 운전자가 선호하는 실내 온도로 맞춰주는 식이다. 자동차에 학습 기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게 핵심이다. 자동차가 평소 운전자의 습관과 주행 패턴을 학습해 운전자에게 최적의 환경을 찾아준다. 정리하자면, SDV는 당신의 ‘콘텍스트(context·맥락)’를 이해하는 자동차다. 당신의 운전 방식과 함께 기분이 어떤지, 피곤한 상태인지 등 주변 상황과 환경을 분석하고 해석한다. 오후 11시, 운전자가 듣고 싶은 음악은 분명 낮과 다른 종류의 음악이지 않겠는가.”

다가오는 SDV 시대에 소비자가 경험할 미래 모습을 몇 가지 소개한다면.
“친구가 잠깐 자동차를 빌려달라고 할 수 있다. 그럼 휴대전화에 탑재된 모바일 열쇠를 친구에게 전송해 차량을 운전하게 해줄 수 있다. 아니면 운전면허를 처음 딴 자녀가 부모의 자동차를 운전해 보고 싶다고 할 수도 있다. 이때는 자녀가 부모 몰래 운전할 수 없도록 기능을 잠가 둘 수 있다. 자동차 열쇠가 없다면 안면 인식을 통해 자동차에 시동을 걸 수도 있다. 이건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이미 콘티넨탈에서 개발한 기술들이다. 현재 고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것이 바로 SDV의 미래다.”

콘티넨탈이 완성차 업체들의 SDV 전환도 도울 수 있는가.
“물론이다. 다가올 미래 자동차 혁신의 90% 이상은 소프트웨어가 주도할 것이다. 콘티넨탈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다. 지금 전 세계 도로를 주행 중인 자동차 5대 중 4대는 콘티넨탈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4만6000명의 콘티넨탈 엔지니어 가운데 소프트웨어와 IT 전문 인력이 2만1000명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 구글뿐 아니라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 자율주행 반도체 설계 기업 암바렐라 등 많은 IT 기업과 협업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 역할이 커지고 있나.
“그렇다. 자동차가 요구하는 소프트웨어 스펙(사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5~10년 전만 해도 인포테인먼트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코드는 1만5000~2만 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5만~20만 줄로 늘었다. 앞으로는 100만 줄 이상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상업용 항공기 전체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요구 사양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하나만으로도 그렇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구현하는 하드웨어도 중요할 것 같다.
“맞다. 소프트웨어는 결국 하드웨어에 얹어 구동해야 한다. 콘티넨탈이 업계 최초로 자동차에 고성능컴퓨터(HPC)를 적용한 배경이다. 현재 HPC로 운전 기능을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각 전장 부품의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제품별로 소프트웨어 구동력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렇듯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병행 개발하고 있는 점이 콘티넨탈의 경쟁력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SDV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레거시(legacy·유산)가 난제라고 본다. 특히 전통 완성차 기업일수록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진출해 있는 시장도 많다. 당장 현대차만 해도 중국, 인도,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포트폴리오가 제각각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차를 SDV로 바꾸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역마다 혁신 속도에도 차이가 있다. 굉장히 단순화해서 얘기하면, 혁신에 있어 중국이 가장 파괴적이며 미국과 유럽이 이를 뒤따르고 있고 일본이 가장 보수적이다. 그래서 콘티넨탈이 이들의 혁신을 지원하면서 미래로 갈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한다.”

현대차가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SDV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번 방한 기간에 현대차 엔지니어링팀과 계열사인 포티투닷(42dot)의 다양한 실무진을 만났다. 현대차의 야심 찬 계획을 확인했고, 콘티넨탈도 전적으로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역사가 오래된 기업일수록 변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콘티넨탈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비결은.
“콘티넨탈은 역사가 긴 만큼 과거 주요 기술적 과제에 직면할 때마다 회사를 성공적으로 변화시켜 온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경험이 콘티넨탈 DNA로 자리 잡았고, 경영 마인드에도 깊이 뿌리내렸다고 본다. 실제로 콘티넨탈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지목하고 투자에 나선 지 수년이 지나서야 경쟁사가 뒤따라오기 시작했다.”

Plus Point
150년 전 마차 바퀴 만들던 콘티넨탈
자율주행 기술로 미래 차 시장 넘본다

1901년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에 장착된 콘티넨탈 공기압 타이어. 사진 콘티넨탈

1871년 독일 북부 상업 도시 하노버에 설립된 콘티넨탈은 원래 마차 바퀴와 자전거 타이어를 만들던 회사였다. 자동차 타이어 시장에 뛰어든 것은 자동차가 발명되면서부터였다. 1901년 최초의 메르세데스-벤츠(당시 다임러) 자동차에 콘티넨탈이 만든 타이어가 장착된 배경이다. 이후 자동차 타이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콘티넨탈은 2006년 모토롤라의 자동차 전장 부품 부문, 2007년 지멘스의 자동차 부품 사업부를 차례로 인수하며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지금은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용 HPC 개발에 손을 뻗어 완성차 기업의 SDV 전환을 돕고 있다. 일례로 미국 최대 트럭 업체 파커그룹이 2027년 출시 예정인 완전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트럭에 콘티넨탈의 생성 AI 기반 HPC가 탑재될 예정이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57개국에서 약 20만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394억유로(약 55조원), 순이익은 6700만유로(약 942억원)를 기록했다. 한국에는 1986년 진출했다. 충남 세종·천안, 전북 전주 등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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