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족쇄에…서울 분양권 전매 가뭄

김소현 2023. 11. 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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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분양·입주권 전매
6월 88건→이달 7건으로 급감
주택법 개정안 국회서 '헛바퀴'
'실거주 의무' 4.3만가구 달해
잔금 부족한 당첨자 발동동


청약 당첨자의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국회에 장기간 표류하면서 현장의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월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며 분양권 거래는 가능해졌지만 실거주 의무(2~5년)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어서다. 아파트 분양권을 전매한 사람뿐 아니라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부족한 잔금을 치르기 위해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의 피해도 예상된다. 실거주 의무가 거주 이전을 제약해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수요가 많은 신축 임대 공급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입주·분양권 거래 ‘뚝’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88건에 달하던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전매 건수는 10월 18건, 이달 들어서는 7건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거래 신고 기한(30일)을 감안하더라도 이달 전매 건수는 올해 분양·입주권 거래가 가장 적었던 2월(12건)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분양권과 입주권 거래가 줄어든 것은 국회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 논의가 여야 갈등으로 헛돌면서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월 내놓은 ‘1·3 부동산 대책’에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2~5년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관련 법안은 2월 국회에 발의됐다. 정부 정책 발표로 시장에서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여러 차례 논의에도 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분양가 상한제 주택은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돼 2~5년의 실거주 의무 제한을 받는다”며 “청약 당시 실거주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진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를 감안하면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려는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은 청약 당첨을 통한 서민 주거 사다리 회복을 명분으로 실거주 의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법안은 지난 22일까지 네 차례의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를 거쳤다. 연내 남은 소위 일정은 29일과 다음달 6일 두 차례뿐이어서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만3000여 가구 발 동동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총 66개 단지, 4만3000여 가구에 달한다. 현행법상 2021년 2월 19일 이후 분양된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일반분양 청약에 당첨되면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분양권을 되팔 순 있지만 실거주 의무 때문에 전매한 집에 세 들어 살아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분양받고 전세를 놔 잔금을 치르려던 분양계약자, 자녀 학교 문제처럼 개인적인 이유로 분양받은 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람 등 실수요자도 법을 어길 처지에 놓였다.

당장 다음달에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 포레온’(1만2032가구)의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일이 다가온다. 전매제한 기간은 1년으로 완화돼 다음달 거래가 가능해지지만 실거주 의무는 그대로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상일동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593가구)에서는 전세 매물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준공을 앞두고 잔금을 치르기 위한 전세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 대비된다. 내년 준공하는 강동구 길동 ‘강동헤리티지 자이’(1299가구),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752가구) 등도 상황이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 발표를 믿고 분양권을 거래하거나 자금 계획을 마련한 사람만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야당의 주장은 자금력이 부족하더라도 분양받고 전세를 주면서 내 집 마련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청약의 ‘주거 사다리’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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