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블더] "인생 망쳐준다"던 학부모, 알고 보니 경찰 출신 '스타 강사'

전연남 기자 2023. 11. 2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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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시험장에서 감독관으로 참여한 한 교사가 수험생의 부정 행위를 적발했다가 학부모로부터 위협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학부모는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까지 찾아가 인생을 망가뜨리겠다고 했다는데요.

그런데, 이 학부모의 정체가 알려지면서 더 큰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수능 날, 서울의 한 시험장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종료 벨이 울린 뒤에도 답안지에 정답 표기를 계속했습니다.

감독관으로 참여한 교사 A 씨는 이 수험생을 부정행위자로 적발했는데요.

그런데 서울교사노조 측에 따르면, 다음 날인 17일 오전 수험생과 그 어머니가 A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어 아버지도 사전에 약속했다며 무작정 학교에 들어오려고 시도했다는데요.

학교 보안관이 이를 제지하며 사실 확인차 A 교사에게 전화해 바꿔줬더니, 수험생 아버지는 대뜸 자신이 변호사라며 "우리 아이의 인생을 망가뜨렸으니, 네 인생도 망가뜨려주겠다"고 폭언했다고 합니다.

"변호사님이 그런 협박을 해도 되냐"고 A 교사가 되묻자, "인생 재밌어 질 거다"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혀졌습니다.

이후에도 수험생 측은 A 교사를 파면하라면서 현재 A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는 물론이고 이전에 근무하던 학교까지 찾아가 피케팅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건 이후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A 교사는 "집 주소, 핸드폰 번호는 괜찮은 건지, 해당 학부모가 어디까지 내 개인정보를 알고 있고 어떻게 안 것인지 너무 무서웠다"며, "이러다 정신병에 걸리는 것은 아닌가 너무 무섭고 슬펐다"고 심경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학부모의 정체가 경찰대 출신 변호사로, 경찰 공시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스타 강사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서울교사노조 측은 "학교 밖에서 해당 학부모가 강하게 항의를 하는 바람에 여러 사람이 목격했다면서, 목격자 일부는 "해당 학부모가 유명 강사인 것 같다고 제보해왔다"고 밝혔는데요.

[김희성/서울교사노조 부대변인 : (해당 학부모가) 난동을 부리시는 과정에서도 내가 누구야, 이런 식으로 자기 신분이 노출되는 식의 발언을, '내가 변호사야'도 했지만 '내가 누군지 아냐, 내가 누구야' 이런 식으로 (목격자들이) '이 사람인가' 이렇게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걸로….]

해당 학부모로 지목된 강사 B 씨는 한 대형 경찰학원에서 스타 강사로 잘 알려져 있는데, 현재 건강을 이유로 강의를 휴강한 상태입니다.

결국 오늘(27일) 오전, B 씨는 자신이 맞다면서 입장문을 냈습니다.

먼저, 해당 선생님께 죄송하다며 사과했습니다.

의견을 내면 피해 입은 선생님에게 2차 가해가 될까 해서 고민했다며, 합의가 되면 좋고 아니더라도 공탁을 통해 조금이나마 잘못을 뉘우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자신의 자녀는 종료령 후에 답안을 작성한 일은 없었다며 부정 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B 씨는 "종료령이 치는 도중에 감독관이 자신 아이의 손을 쳤다는 주변 학생들의 진술이 있었고, 이를 교육부에 내용증명으로 보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술을 마시고 운전까지 해야 부정행위자로 처벌하는 것이지, 술을 마셨다고 운전하러 차에 가는 과정에 경찰관에게 제지됐다고 해서 음주운전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신의 직업적 지위를 이용해 수능 감독 교사의 근무지를 알아낸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습니다.

"감독관 선생님의 이름은 제 자녀가 명찰을 보고 기억한 것"이라며, 중학교나 고등학교 선생님일 것이라 생각하고 가나다 순서대로 중학교 행정실에 전화해 해당 교사의 근무 여부를 물어서 근무지를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변호사의 지위를 이용하려고 자신의 신분을 노출한 한 것은 아니"라며 "협박과 명예훼손은 너무 과한 것 같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런 입장문에 피해 선생님은 한 번 더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사과문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결국 자신의 자녀의 부정 행위를 부인하는 입장문으로 보여진다는 것입니다.

[김희성/서울교사노조 부대변인 : (피해 선생님은)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이제 고발 등을 멈출까하는 고민까지 진지하게 하셨었는데, 우선 입장문이 사과의 형태를 취하고는 있지만, 결국 부정 행위가 아니고 선생님이 잘못 판단했다는 걸 지적하는 내용이 요지잖아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좀 많이 또 속상한 마음을 표하신 상황이고, 그거에 대해서는 본인도 감독관으로서 분명히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협박식의 발언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사과는 본인이 받은 건 아니기 때문에.]

교육당국은 해당 학부모에게 명예훼손, 협박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혐의와 대상을 특정해 빠르면 이번 주 안에 고발할 계획입니다.

전연남 기자 yeon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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