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R&D 3년간 '5.4조원+α'…尹정부 과학기술 혁신에 '사활'
12대 국가전략기술, 年 5조원 수준 지속 투자
25개 연구소, 국가기술연구센터 체제로 전환
韓美日 글로벌 R&D 협력프로젝트 신설 추진
윤석열 정부가 내년부터 3년간 글로벌 R&D(연구·개발) 예산을 5조4000억원 이상 투입한다. 내년도 R&D 예산을 올해 대비 5조2000억원(16.6%) 삭감했지만, R&D 질적 전환에 따라 예산은 줄이더라도 세계 최고 연구에 도전하겠다는 취지다. 같은 맥락에서 혁신·도전적 연구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성공·실패를 구분 짓는 평가등급 폐지 등 제도 혁신에 나서기로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과 글로벌 R&D 추진전략'을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이날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3차 전원회의에서 심의·확정한 내용이다.
이 장관은 "정부 R&D 투자는 1964년 20억원에서 시작해 올해 세계 5위 수준까지 증가했으나 질적 수준은 10년째 정체되고 있다"며 "과기정통부는 정부 R&D가 그동안 본연의 역할인 '기초·원천연구와 차세대 기술개발'에 집중하지 못했고, 최고에 도전할 수 있는 R&D 시스템 혁신도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또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연구기관)이나 대학 연구자들이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할 경우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기술료 보상 비율을 현행 50%에서 60% 이상으로 상향한다. 이를 위해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을 개정해 뛰어난 연구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한다.
우수 연구과제라면 내년도 예산까지 기다리지 않고 연중 언제든 추진하도록 연구과제비 사용기간과 '회계연도'를 일부 일치시킨다. 내년 글로벌 공동연구와 기초연구 사업부터 시범 적용해 다른 사업도 단계적 폐지를 검토한다. 컴퓨터 시스템에 등록된 연구비 사용 증빙자료는 별도 문서화하지 않고 정산·감사 시에도 등록된 자료를 활용하도록 대통령령으로 법제화한다. 이를 통해 '종이 없는 연구행정' 실현을 목표한다.
25개 연구기관은 그간 소모적인 연구과제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대학·기업이 할 수 없는 대형 원천기술 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연구기관은 국가전략기술 등 국가 임무의 전진 기지인 '국가기술연구센터'(NTC·National Technology Center) 체제로 전환하고, 연구인력·장비를 결집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연구기관 내 최고 수준 연구자나 NTC 참여 연구자는 연구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연구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인건비 100% 보장 등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현장 내 PBS(연구과제중심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유망한 젊은 과학자 성장을 위해 초기 연구실 구축비로 최대 5억원을 지원하거나 박사후연구원(Post-Doc) 등은 국외연수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R&D의 특성상 상대국 상황에 맞춰 탄력적인 예산 운영이 필요하므로 예산 시스템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국가 간 상이한 예산 시스템을 고려해 글로벌 공동연구는 사업 집행의 회계연도 이월을 허용하는 등 제도를 혁신한다. 또 한미일을 중심으로 글로벌 R&D 협력 프로젝트를 신설하고, 아세안, 중동 등 다양한 국가와 협력을 늘린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 우수기관과 연구를 수행·지원하도록 '글로벌 R&D 전략 거점센터'를 운영한다. 과기자문회의 산하에 '글로벌 R&D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범부처 차원의 역량을 결집한다. 글로벌 R&D는 12대 국가전략기술과 17대 탄소중립기술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이를 위해 국가 간 기술우위, 세계적 연구기관 등을 분석·도출한 데이터를 담은 '글로벌 R&D 전략지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또 국가전략기술 글로벌 인력지도를 만든다. 초기 연구자 성장 지원을 위해 '한국형 마리퀴리 프로그램'(신진부터 경력연구자까지 생애주기별 연구지원)을 운영한다. 재외한인과학자 유치 지원을 강화하고 국내 연구자와 공동연구도 지원한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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