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 표 사고 발뺌하거나 수유실 숨기…가지각색 편법 승차에 KTX·SRT ‘골머리’

최정석 기자 2023. 11. 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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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거주 중인 나진우(34)씨는 이달 8일 지방 출장을 위해 수서역에서 동대구역까지 가는 SRT 열차를 탔다가 한 여성이 승무원과 실랑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열차에 타는 승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무임승차자를 적발해 매년 50억원 안팎의 부가 운임을 받아내고는 있지만 무임승차 자체를 막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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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수유실 숨기에 ‘정기권 위조’까지
직원 2명이 승객 410명 확인…사각지대 커
‘수요 대비 운행량 태부족이 원인’ 지적도
수서고속철도(SRT)의 경전선, 동해선, 전라선 개통 첫날인 지난 9월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승객이 수서~포항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거주 중인 나진우(34)씨는 이달 8일 지방 출장을 위해 수서역에서 동대구역까지 가는 SRT 열차를 탔다가 한 여성이 승무원과 실랑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듣자 하니 여성은 열차 출발 시간과 목적지는 같지만 날짜는 9일로 하루 뒤인 기차표를 사놓고 이를 걸리지 않기 위해 수유실에 혼자 숨어있다가 승무원에게 걸린 상황이었다. 이에 승무원이 편법 승차를 고지하며 부가 운임을 받아내려 하자 여성이 “돈 주고 표를 샀으면 문제 없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인 게 실랑이로 번진 것이다.

여러 수법을 동원해 KTX, SRT와 같은 열차에 편법으로 승차하려는 시도가 늘면서 고속철도 운영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열차에 타는 승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무임승차자를 적발해 매년 50억원 안팎의 부가 운임을 받아내고는 있지만 무임승차 자체를 막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KTX 운영사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SRT 운영사인 SR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승객 부정승차가 적발된 건수는 164만1572건이다. 승무원들이 하루에 800건씩 부정승차자를 잡아낸 셈이다. 이 기간 부정승차 적발로 부가된 부가 운임은 277억2000만원이다.

다만 승무원들이 무임승차자를 하나도 빠짐 없이 잡아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SRT 열차의 경우 최대 41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반면 직원은 운전자를 제외하면 객실장 1명과 승무원 1명만 탄다. 이 둘이서 승객들 티켓과 무임승차 여부, 안전문제까지 확인해야 한다. 승객 한 명이 마음 먹고 수유실, 화장실을 오가며 도망치면 직원들이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무임승차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다. SR 관계자는 “화장실, 수유실과 같은 열차 내 시설로 도망가는 건 굉장히 고전적인 방식이고, 최근에는 이미지 프로그램을 통해 위조한 정기권을 제시하는 사례도 나온다”라며 “새로운 수법이 나와 그에 맞는 대응책을 세우면 또 다른 무임승차 꼼수가 등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승차권 없이 열차를 탔다가 발각되면 승차 구간에 해당하는 운임뿐 아니라 최대 30배의 부가 운임을 추가로 내도록 철도사업법에 규정돼있다. 입석까지 매진된 열차에 일단 탄 뒤 승무원에게 승차권 발권을 요청하는 것도 부정 승차에 해당한다. 부가 운임을 내지 않으면 철도경찰에 잡힐 수 있다.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승객 양심도 문제지만 고속열차에 대한 국민 수요를 운행량(공급)이 따라가질 못하는 것도 문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SRT의 경우 서울과 세종, 대전 등을 가장 빨리 오고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수요가 상당한데도 운행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열차를 타려는 당일날 원하는 시간대에 표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다.

운행량 부족 문제가 해결되려면 적어도 4년 뒤인 2027년까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2025년부터 SRT를 증편 운행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보고서를 냈으나 기획재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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