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엔 더 이상 가용지가 없어요" '메가시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

심영구 기자 2023. 11. 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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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뉴시티프로젝트특별위원회가 수도권엔 '메가 서울', 비수도권엔 지역별 거점 역할을 하는 '메가시티'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도시 확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편입을 희망하는 김포시장, 구리시장, 고양시장을 연이어 만나 '메가시티 서울'의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공방을 떠나 도시 확장 문제,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먼저 강남 개발 역사에서 답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중략)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트

- 윤수일 <아파트> 가사 중

당대 최고의 히트곡이었던 <아파트>의 배경이 된 공간은 오늘날의 대치동 은마아파트입니다. 1970년 강남 개발을 시작하면서 우후죽순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주위엔 아직 논과 밭뿐인 전형적인 농촌이었죠. 1980년까지도 별로 진행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1980년대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앞

그런데 강북 인구 과밀화 문제가 계속되자 정부와 서울시는 정책적으로 새로운 주택 및 학교를 강남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강북 지역 일부를 특정시설 제한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억제한 것이죠. 이때 4대문 안에 있던 경기, 서울, 배재, 휘문, 중동, 숙명, 진명, 정신 등의 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했습니다.

또 세금 혜택도 과감히 시행하며 문화시설과 기업들이 유치되도록 밀어줬는데, 결국 2000년에 이르러서야 종로 도심과 견줄 만한 곳이 되었고 이후부터는 종로를 완전히 넘어섭니다. 오늘날 모든 게 강남으로 오고 있는 상황이죠.

전방위 강남 이전 정책들

그러니까 강남 개발은 해외 도시들에 비해 굉장히 짧은 역사 속에서 진행됐지만 한편으로는 50년 정도의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가 도시 개발, 즉 메가시티를 만든다면 적어도 50년, 100년 후를 내다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국가 지도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당장 선거에서 몇 표 얻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사실 그것은 패착입니다.
 

왜 서울은 공간 확장이 더 필요할까?

Q. 인구가 940만 명이나 되는데 서울이 굳이 메가시티가 돼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외국 좋은 도시와 서울을 비교해 보면 가장 안 좋은 게 아파트의 경관입니다. 강남에 평당 1억 하는 아파트도 도시 경관 쪽에서 보면 별로죠.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용적률을 높이다 보니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특히 요즘은 중산층이 대부분 30평 아파트 이상에서 살려고 그러잖아요, 신혼부부들도 적어도 이십몇 평에 살려고 하고요. 그만큼 개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그래서 서울의 어떤 개발 잠재력, 또 공간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하기 위해서는 서울의 공간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미 인구 940만 명의 거대도시인 서울인데, 공간을 더 확장해야 할까요? 서울의 도시 성장 역사에 좀 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600년 전 조선의 건국 세력들은 한양을 도읍지로 선택했습니다. 오늘날의 중구, 종로에 해당되는 지역이죠.

주산인 북쪽의 북악산을 중심으로 서쪽의 인왕산, 남쪽의 남산, 동쪽의 낙산으로 둘러싸인 한양은 16㎢ 그러니까 한 500만 평 정도의 면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10만에서 20만 명이 살았죠.

1700년대 초기에 제작된 한국의 도성도

이렇게 500년 동안 오손도손 살았는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서울(당시 경성)을 1914년과 1936년에 두 번 늘립니다. 특히 1936년은 일본 제국의 전성기였는데, 중국과의 전쟁에 필요한 무기와 병력을 실어 나르는 전초기지로 경성을 삼았습니다. 이때 오늘날 마포와 성동 지역이 확장된 것이죠. 일제 말기가 되면 한 40만 명 살게 되는 도시가 되고, 해방을 지나 1960년대가 되면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베이비부머 1세대).

급기야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농촌 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는 이농현상이 일어납니다. 농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오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1963년 서울의 인구가 325만 명이 됩니다. 불과 20여 년 만에 265만 명 정도의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죠.

그래서 김포(현 강서구), 구리(현 중랑구), 광주(현 송파구) 등을 서울로 편입합니다. 이후 미세한 조정이 더 있었지만 오늘날 서울의 경계는 1963년도에 605㎢ 정도로 거의 결정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도시 확장


1966년엔 수도 서울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이 '대도시서울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서울의 미래 청사진 얼개를 설정합니다. 이때 미래의 서울 인구를 얼마로 잡느냐, 1985년쯤에 한 500만 명에 도달할 거라고 잡습니다. 대한민국 인구 전체는 5,000만 명쯤으로 잡고요. 그랬는데 어떻게 됐을까요?

1973년 여의도 시범아파트


공간은 그대로인데 인구는 수 배가 늘었죠. 인구 추이를 보면 1992년에 1,097만까지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인구가 줄어들어 940만 명이죠. 반대로 경기도는 1992년에 600만이었는데 지금 1,360만 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산과 한강을 많이 끼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가용면적이 60% 밖에 안됩니다. 이마저도 지난번 마곡 개발을 끝으로 주택 공급이라든지 도시 광역시설을 설치할 가용지가 이제 거의 없다고 보고 있죠. 인구 천만 명이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절대적 도시 확산, 즉 도시 공간의 확대가 굉장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Q. 국가의 도시 경쟁력은 공간 확장과 필수적인 관계에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도시라는 곳은 결국 인구가 많이 모여 살면서 지식과 기술을 집약해 문명을 낳고, 또 규모 경제를 이루는 효율성을 통해 경쟁력을 갖는 건데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할 때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걸 넘어서면 오히려 과밀 문제가 거꾸로 나오기 때문에 도시의 환경, 과밀, 교통, 대기 오염 등 여러 문제가 겹쳐서 오히려 경제 효율을 떨어뜨리죠. 지금 서울이 제가 보기에는 딱 그 정점에 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제 서울 확장이 우려되는 상징적인 의미는 굉장히 크겠죠. 만약 김포뿐만이 아니고 구리, 광명 등 다른 지역까지 포함한다면 정말 서울공화국 또는 블랙홀이 돼버릴 건데, 그건 또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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