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페라이트 외길… 부품 국산화 이끌고 고부가가치 제조기업 도약”

황해선 기자 2023. 11.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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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Biz] 삼화전자공업
국내 유일 페라이트 코어 제조 기술
소재 등 인라인 자체 생산 능력 갖춰
車 레벨 고도화에 고주파 소재 개발 나서
80억 원 규모 핵심 설비 신규 투자 예정
전기자동차용 소재 부품 생산 모습.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기조가 거세지면서 내연기관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 감축이 관련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자동차 산업은 화석연료 소비로 인한 탄소 배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야 중 하나다. 산업계 전 분야를 통틀어 3번째로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도 이에 따라 급변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바로 ‘탄소중립’과 ‘전동화로의 전환’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및 자율주행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모양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이 화두가 되면서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자동차 전자장치의 자석 ‘페라이트’다.

페라이트는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핵심인 전동화 장치에 사용되는 부품이다. 산화철(Fe2O3)에 망간, 아연 등 소량의 금속 원소를 섞은 후 소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세라믹 물질을 말한다. 차량이 전동화되는 전기차 시대에 전력 변환의 핵심 부품인 소프트 페라이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 중요도가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전기차 비중이 늘고 배터리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고용량의 OBC(친환경 자동차용 배터리 충전기) 수요가 확대됐고 이는 전력 손실이 적은 고효율의 페라이트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국내 유일 페라이트 코어 제조 기술 확보, 미래 산업으로 확장

이건화 삼화전자공업 대표.
삼화전자공업(대표 이건화, 이하 삼화전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장부품에 전자파를 차단해주는 페라이트 코어 제조 기술을 확보한 회사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발 빠른 선제 대응으로 전기차발(發) 페라이트 수혜를 예고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삼화전자는 TV와 모니터, 통신기기 등 각종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인 페라이트 코어 전문 생산 업체로 1976년 설립됐다. 이후 친환경 자동차용 배터리 충전기 및 저전압 직류변환장치 등에 사용되는 페라이트 코어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페라이트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인라인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춘 것이 강점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콘티넨탈, 덴소 등 굵직한 거래선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페라이트 생산 1위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한 삼화전자는 10여 년 전부터 친환경 차 시장용 소재와 부품을 국내 최대 전장 업체와 공동 개발해 왔다. 이를 통해 마침내 국산화에 성공, 10개가 넘는 친환경 차 주요 차종에 공급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의 고효율 전력변환장치와 충전장치,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 레벨 고도화에 맞춰 고주파 소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자파 차폐·측정을 위한 생활(주방) 가전용 흡수체(EMI·EMC)와 대형 전자기기나 전기충전소 부품에 쓰이는 MPC(자성 분말 코어) 소재 사업도 삼화전자가 경쟁력을 갖춘 영역이다.

50년 페라이트 외길을 걸으며 전장부품 국산화를 앞당기고 있는 이 회사가 최근 17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친환경 자동차 수주에 대응하고 본격 매출 성장을 준비하기 위한 취지다.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주식 수는 480만 주다. 기존 주주 청약은 내달 7∼8일에, 일반공모 청약은 13일에 진행할 예정이다. 삼화전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시설자금(84억 원), 운영자금(20억 원), 채무상환 자금(65억 원)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화전자는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핵심 부품인 LDC(저전압 직류변환장치), OBC 변압기와 더불어 인덕터, 필터의 고효율·저손실 재질 등을 잇달아 개발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부품용 페라이트 코어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2017년 초부터 친환경 자동차용 LDC, OBC 변압기, 스마트키 안테나 등을 양산해 왔다. 이를 통해 친환경 자동차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조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친환경 車 시장 연평균 30% 급성장… 동반성장 기대

삼화전자가 생산하는 전기자동차용 소재 부품.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자동차 연비 및 배기가스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주력 사업에 대한 시장 전망도 밝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부터 신차 판매의 50%를 친환경 자동차로 대체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시장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2020년부터 배기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정부 보조금 지원을 통해 친환경 자동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친환경 차 비중도 전체 신차 판매의 20%를 넘어섰다.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시장도 연평균 3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2026년 세계 친환경 자동차(EV, HEV, FCEV) 시장은 2500만 대 수준으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25%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자동차 전문 기업인 테슬라를 필두로 내연기관 ‘글로벌 톱 10’ 기업들은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 구축 및 증설을 활발하게 추진하며 본격적인 친환경 자동차 시장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삼화전자는 소재 개발 연구개발(R&D) 센터와 자체 양산 라인을 갖추고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인라인으로 공급하는 강점을 지녔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주요 친환경 자동차에 전동화 장치 변압기용 페라이트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기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친환경 자동차 15종에 이 회사의 제품이 들어가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지난해까지 총 31종의 친환경 자동차를 출시했으며 하이브리드(HEV) 및 전기자동차(EV) 등의 생산 증가로 삼화전자의 OBC 부품 승인 및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도 안정적으로 진출했다. GM 및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전기차 LDC 및 OBC용 제품을 개발 중이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 350㎾ 이상의 초급속 충전장치 글로벌 1위 업체에 AC-DC 변압기용 페라이트를 독점적으로 공급 중이다.

북미에 이어 유럽 글로벌 ‘톱 10’ 주요 고객사의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모기업인 삼화콘덴서그룹의 해외 판매법인 영업망을 통해 대고객 홍보 및 협력 강화에 나서면서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공급해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오영주 회장, 자율주행 자동차 고주파 소재 개발 진두지휘

전기자동차용 소재 부품 생산 공정.
오영주 삼화콘덴서그룹 회장은 지난 7년간 소재 개발 과정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전기차(EV)용 초저손실 자성 부품 신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이후 올해부터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의 신규 EV 차종용 제품 양산에 돌입하며 본격 공급을 시작했다.

새롭게 선보인 재질은 기존 재질 대비 발열 저감 및 효율 상승을 실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캐리 오버(모델 구분 없는 스테디셀러) 전략을 통해 향후 타 차종으로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며 친환경 차 신규 플랫폼에 적용될 주요 차종에도 주도적으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와 친환경 차량 경량화 개발 및 신규 소재 공동 개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과 전기차 급속 충전장치의 급격한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20년 71억 달러(약 9조2129억 원)에서 2035년 1조 달러(약 1297조 원)로 약 1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평균 40% 성장 수준이다.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점은 2025년으로 예상된다.

삼화전자는 친환경 자동차의 고효율 전력변환장치와 충전장치, 자율주행 자동차 레벨 고도화에 맞춰 고주파 소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다’에 적용되는 고주파 필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외 주요 전기자동차 업체와 개발 협의 중이다. 2025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을 얻는 것을 목표로 개발 예정이다.

고주파 전원장치용 페라이트 코어의 경우 그동안 전량 미국에서 수입해 사용해 왔다. 하지만 삼화전자가 고주파 전원장치용 페라이트 코어의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써 현재 90% 이상의 국내 장비 업체가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건화 대표는 “페라이트 코어의 매출 확대를 위해 80억 원 규모의 핵심 설비 신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번 유상증자 자금 조달을 통한 설비 투자로 내년에는 571억 원, 2025년 716억 원에 이어 2026년에는 867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해 흑자 구조 전환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황해선 기자 hhs255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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