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률, 날다[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11. 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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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률, 사진제공|매니지먼트mmm



배우 장률이 날았다. 긴 무명시절 숨죽이고 때를 기다리다가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2021)으로 날아올랐고, 티빙 ‘몸값’(2022)으로 또 한 번 도약했다. 이어 넷플릭스 새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를 통해 다정하고 스윗한 얼굴을 내민다.

“무명의 시간을 혼자서 많이 보냈어요. 운좋게 연극 무대에 많이 서면서 연기적 갈증을 풀 순 있었죠. 좋은 동료들과 선생님들이 절 믿고 응원해준 덕분에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빛나는 순간을 바라봐주고 그것에 대해 확신을 갖게끔 해준 사람들에게 늘 감사해하고 있어요. ‘넌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 아이야’란 한마디를 가슴에 품고 견뎠던 것 같아요. 이젠 ‘장률’이란 배우를 어떻게 확장시켜나갈지, 어떤 작품과 감독님을 만나게 될 지 기대가 커지고 있어요.”

장률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정신과 전문의 황여환 역을 맡은 소감, 간호사 ‘민들레’(이이담)와 러브라인, 그리고 이 작품을 찍으면서 느꼈던 찬란한 감정들을 모두 쏟아냈다.

배우 장률, 사진제공|매니지먼트mmm



■“대본보고 꺽꺽 울어, 작품의 진심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전작에서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뽐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의사집안 막내아들이자 사랑에 적극적인 ‘황여환’으로 분해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한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하루 종일 소리 내어서 꺽꺽 울었어요. ‘내 감정이 이렇게나 요동치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출연을 결정하고 무섭기도 했어요. 내가 일원으로서 이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게 잘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제작진이 소개해준 의사와 번호를 주고받고 정말 여러가지를 물어봤어요. 한번은 ‘의사가 환자의 사연을 듣다가 울어도 되나요?’라고 질문했는데, 그 의사 선생님이 ‘너무 마음이 아프면 울어도 돼요’라고 답하더라고요. 거기서 힌트를 얻었어요. 의사라는 직업과 인간적인 면을 잘 섞어 진심을 잘 전달하고 싶었고요.”

데뷔 이후 첫 로맨스 연기에 도전한 것 아니냐고 묻자 쑥쓰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배우 장률, 사진제공|넷플릭스



“‘여환’은 ‘들레’를 정말 많이 좋아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러면서도 ‘들레’를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을 배우고 성장하죠.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지지해야하고, 그 곁에서 자신은 어떻게 존재해야하는지 깨닫고 진심으로 ‘들레’를 응원해주죠. 사실 어려운 일이에요. 사랑하면 소유하고 싶고, 곁에 두고 싶은 게 보통이잖아요? 하지만 여환은 ‘들레’를 웃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이별을 택했다고 생각해요. 마음 아프지만 응원하려는 여환의 감정을 잘 전하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요.”

이 작품 안에서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로 존재할 수 있었던 건 이재규 감독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정말 많이 웃어주고 울어주는 감독님이에요. 제 연기의 첫 관객으로서 모니터링을 해주는데, 배우들과 계속 감정을 교류해주기도 하고요. 그러면 배우들도 연기하면서 정말 힘이 나거든요. 확신이 없어진 순간도 생기는데, 감독님의 그런 리액션을 받으면 진짜 에너지가 솟아요. 그래서 더 감독님에게 다가가고 싶고, 친해지고 싶었고요. 시즌2를 만약 진행한다면, 다들 다시 만나고 싶어요.”

배우 장률, 사진제공|매니지먼트mmm



■“연우진은 사랑 그 자체,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기억 속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했다. 그 중심엔 연우진이 있었다.

“형은 사랑 그 자체예요. 제가 너무 사랑해요. 전 초면에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걸 어려워하는데, 형이 맡은 ‘동고윤’과 ‘찐친’ 바이브를 보여줘야해서 조심스럽게 다가갔거든요. 세트 촬영할 때 어슬렁어슬렁거리다가 형에게 다가가 ‘우리 친구처럼 보여야하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말을 걸었고요. 그런데 형이 ‘잠깐 걸을까’라며 걷다가 어깨동무를 하는 거예요. ‘이러면 되지 않을까’라고 답하는데, 속으로 계산하던 게 다 녹아버리고 ‘아, 이런 거구나. 형에겐 어떤 고민도 다 털어놓을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 이후부턴 정말 별의별 얘길 다 했어요. 매번 따뜻하게 받아준 형이고요. 저도 나중에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후배들과 작업할 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선배요.”

20대엔 지독하게 연기에만 매달렸던 자신의 지난날이 문득 스치는 순간도 있었다고. 30대 접어들어 편안한 현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다보니 조금 더 부드럽게 사는 법에 대해 환기되었단다.

“20대의 전 상처받지 않으려고 방어적이었어요. 내 자신이 지켜지는 선에서 사람들에게 잘해주려고 했죠. 그런데 사랑이라는 건 그때 그때 곁을 확 내어줄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30대의 장률은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조금씩 노력하고 있고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절 타이트하게 조이고 곁을 안 내줬던 순간도 있었는데, 제가 열정을 쏟아부은 만큼 결과물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는 중입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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