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은 사라지고 직업만 남은 시대, 성공한 고수들의 노하우는?

이명선 기자(=정리) 2023. 11. 2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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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야의 고수들> 저자 최규문 소셜네트웍코리아 대표

우리는 개인과 개인이 서비스를 주고받는 시대, 새벽 배송과 퀵 배달이 일상이 된 세상에 살고 있다. 사무실 출근하느니 회사를 관두겠다는 젊은 층이 많아졌으며 사무실과 상근 직원이 없는 무(無) 직장이 늘고 있다. 혹자는 코로나19가 앞당긴 변화라고 하지만, 긱 이코노미(Gig Economy)와 플랫폼 노동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SNS와 AI 외에도 디지털 마케팅과 소셜 휴먼 큐레이팅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최규문 소셜네트웍코리아 대표는 "이미 전 세계 고용 시장은 바뀌었다"고 말했다.

"직장은 사라지고 직업만 남은 세상이다. 기술과 역량을 가진 사람이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회사도 평생고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정규직에 대한 고정비용이 부담스러워 아웃소싱을 늘리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도 1년마다 연봉 재협상을 하는 식이다. 사용자도 노동자도 얼마나 스트레스인가.

그러다 보니, 개개인 각자가 갖고 있는 실력만으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구조가 '긱 이코노미'다. '긱(Gig)'은 임시로 하는 일을 뜻한다. 긱 이코노미는 기업에서 그때 발생하는 업무 수요에 따라 계약직, 프리랜서 형태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향이 커진 경제 현상을 말한다. 1인 스스로가 고용 주체인 동시에 노동자인 셈이다. 앞으로 2~3년만 지나면 긱 이코노미에 의한 자기 고용으로 벌이를 하는 비율이 50%를 넘을 것이라고 본다."

최 대표는 최근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 '크몽(kmong)'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재야의 고수들>(이코노믹북스 펴냄)을 냈다. 2011년 '5000원의 재능 나눔'이라는 소박한 슬로건으로 페이스북에 올라온 서비스 하나를 눈여겨본 결과다. 책은 변화한 노동시장 외에도 "인류의 노동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생산성 혁명기이자, 인간과 기계가 소통하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최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 진행은 전홍기혜 프레시안 이사장이 했다.

▲ <재야의 고수들> 저자 최규문 소셜네트웍코리아 대표. ⓒ이코노믹북스

'긱 이코노미', 바뀐 노동 시장을 대변하는 '크몽'

등록된 서비스 개수만 38만 개, 누적 거래 완료 건수 280만 건, 누적 회원 수 200만 명 이상(2022년 4월 기준)으로 성장한 크몽의 현 슬로건은 '전문가가 필요한 순간'이다. 디자인·IT·마케팅·영상·사진·통번역·비즈니스 컨설팅 등 700개 이상의 분야 전문가가 '전문성'이라는 무형의 서비스를 제품화하고 있다. 크몽 자체가 고용 및 노동 시장이 이미 변화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크몽과 같은 플랫폼 노동 시장에서 고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상위 0.2% 정도다. 크몽에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가입한 회원 수는 현재까지 약 250만 명이고, 프리랜서 '전문가'로 등록한 사람은 약 20여 만 명. 이 중에서 서비스 판매를 통해 실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약 3만 명 정도다.

평소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작심하고 몰입하는 사람들을 보면, 1년 반에서 2년 정도면 월 1000만 원까지도 수입을 올린다. 상시적으로 유지되는 수입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면 한 달 평균 수입이 300~700만 원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이 또한 전업 삼아 밤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최선을 다할 때 이야기지 서비스만 등록해 놓는다고 저절로 생기는 수입은 절대 아니다. 그나마 어렵사리 성공한 케이스도 크몽 시작하고 처음 몇 달간은 한 푼도 못 벌고 손가락만 빨아야 했다는 게 거의 공통적인 고백이다."

1인이나 소규모 그룹 형태의 구성원이 대부분인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개인의 여가시간도 없이 일에만 매달리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최 대표는 "사실 출퇴근에도 구애받지 않고 번-아웃도 없이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서 크몽을 선택한 경우가 많은데, 생존하려다 보니 여기에서도 번-아웃에 가까운 작업 강도가 요구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젊었고, 돈 욕심도 많았던 탓에 들어오는 의뢰를 몽땅 수락했다. 2~3일이면 소화할 수 있는 일은 당연하고, 1달 이상 소요되는 작업까지 모두 끌어안았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철야 작업이 늘어난 것은 당연했다. 이틀 동안 고작 3시간 눈 붙이고 일어나서 다시 밤을 새워 작업하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번-아웃(Burn-out)이 왔다. 몸은 지치고 멘탈도 무너졌다. 욕심이 화를 불렀다. 영상의 퀄리티가 떨어진 게 무엇보다 큰 문제였다."(<재야의 고수들> 17~18쪽)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플랫폼에 등록한 뒤 수익을 내기까지, 최 대표가 성공 사례의 주인공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뽑은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홀로서기 할 수 있는 자기 실력이 있어야 한다. 전 직장의 직업적인 배경이든 취미가 됐든 한 분야에 정말 닳고 닳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파워포인트 기획으로 성공한 사람은 전 직장에서 10년 이상을 파워포인트만 다룬 사람이다. 또 홈페이지나 쇼핑몰 제작으로 성공한 사람은 사이트 구축이 너무 재미있어서 대학생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고 했던, 기술 자체가 자기 몸에 체화된 실력자다.

두 번째는, 초기에는 자신의 기술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더라도 어떤 시점이 되면 가격을 올리는 게 필요한데 적절한 시점과 가격 선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 가격을 올려도 구매자가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다음으로, 어쨌든 서비스 분야니까 업종과 카테고리를 떠나서 친절해야 한다. 인터뷰한 18명 모두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모든 게 소통이니까. 구매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상품을 만들어줘야 한다. 본인은 열심히 했어도 구매자가 원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 다시 해줘야 한다. 아예 '필요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리뷰에서 좋은 평판을 얻는 것, 재구매로 이어지는 것 등 모든 것이 소통에 달려 있다."

문제는, 돈을 많이 버는 만큼 몸도 바빠진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와 국내 대표 배달 서비스인 '쿠팡'과 같은 대기업의 플랫폼 노동은 '노동착취'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크몽과 같은 1인 기업(팀워크도 통칭)도 예외는 아니다. 최 대표는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해 "플랫폼 노동은 양면성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오늘 밤 쿠팡에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그것도 새벽에 받을 수 있다. 본인이 구매한 물건을 하루빨리 받아보고 싶은 건 기본 생리 아닌가. 이처럼 심리적 만족감과 물리적 편의성이 증진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노동자나 자영업자가 발생한다. 무한경쟁에 따른 피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노동 환경 등."

무엇보다 최 대표는 "쿠팡처럼 플랫폼 자체가 한 분야의 시장을 독점해버리면, 운영 정책에 대한 결정권 자체가 독점이 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든, 입점 가게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업자라고 해도 플랫폼에 속한 이상 대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플랫폼 시장에 정책적으로 개입하거나 플랫폼에 속한 자영업자를 위한 보완책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최 대표는 "앞으로는 플랫폼만 살아남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에 맞춰 개인은 "어느 상황에도 독립해서 홀로서기 할 수 있을 만한 필살기(必殺技)를 키워야 한다"며 "자신만의 고유한 주특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화된 노동 시장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 있는 2030세대,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를 지향하는 사람들, 유튜브 등 콘텐츠에 승부를 건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재야의 고수들> 일독을 권했다.

▲ <재야의 고수들>(이창근·최규문 지음, 이코노믹북스 펴냄). 책은 '와디즈 펀딩'에서 선구매 가능. ⓒ이코노믹북스

"수십 년간 인류의 공동 투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AI는 없다"

책에는 AI의 등장으로 가장 먼저 위협받는 일자리 중 하나인 번역가 인터뷰가 나온다. 통번역대학원 입시생이나 통번역을 업으로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20년 넘게 가르치던 전문 통번역사 신동표 씨, 그도 챗GPT를 써보고는 "이제 사람 번역가들의 시대에 종말이 다가온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신 씨는 오히려 챗GPT를 열심히 연구하며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그는 번역 의뢰자에게 자신이 직접 번역한 원문과 함께 챗GPT가 번역한 버전을 추가로 제공해 의뢰자의 선택의 폭을 늘리는 방식으로 챗GPT를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선택지에, 의뢰자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초급이나 중급 단계 번역사들의 위기라고 봐요. '챗GPT의 역설'이라 할 게 뭐냐면 전문가는 오히려 더 높은 전문 지식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거예요. 비유하자면 롱테일 이론에서 꼬리 부분이 이제 챗GPT가 담당하는 영역이 되는 거고, 훈련이 잘된 사람은 챗GPT를 자기 안에, 옆에다 두고 생산성이나 퀄리티를 굉장히 높이는 도구로 쓸 수 있게 된 셈이죠."(<재야의 고수들> 194~195쪽)

최 대표 또한 AI의 등장에 대해 "당장 위협으로 느껴진다고 해서 AI에 선기능이 없는가 하면, 아니다"라면서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인류의 공동 투자" 덕분이라고 말했다.

"AI가 예상보다 빨리 일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지난 20~30년 동안 꾸준히 대중화된 인터넷 덕분이기도 하다. 챗GPT는 웹에 공개된 문서 2조 개와 연구자료 및 기업·관청 데이터 등 3조 개, 총 5조 개의 문서를 읽었다고 한다. 이 데이터가 사람 손에 의해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았다면, 과연 AI를 학습시킬 수 있었을까? 지난 수십 년간 인류의 공동 투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AI는 없다."

▲ AI가 대중화되면서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디자인 분야 관련 업종이 위협받고 있다. 해당 그림은 최규문 대표가 인터뷰 도중 '달리3(DALL·E3)'에 '코스모스가 활짝 핀 가을 풍경을 그려 달라'고 요청해 얻은 결과물이다. 달리3 프롬프트에 일부러 오탈자를 섞어 요청했으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규문/달리3

AI인 챗GPT가 대중에게 공개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AI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로 인해 주식 애널리스트 또한 사라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7년에 애널리스트 15명이 4주에 걸쳐 하던 데이터 수집·분석, 미래 시장 예측 등의 작업을 5분 만에 처리할 AI 투자분석시스템 '워런(Warren)'를 도입하고, 이후 주식 트레이더 600명을 해고했다.

최 대표는 "당장 내년 채용시장에서는 이력서에 챗GPT를 다루는 실력을 '상-중-하'로 표시하고 'AI 프롬프트 엔지니어' 자격증이 취업의 필수 조건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AI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경쟁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시기가 온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11월 1일부터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AI를 장착한 'Microsoft 365 코파일럿(Copilot)'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젠 엑셀 함수를 몰라도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를 구현할 수 있고, 텍스트 명령만으로도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달리3(DALL·E3)'가 적용되어 이미지 생성 및 삽입이 쉽고 간편해진 덕분이다.

지금까지는 '부장님, 엑셀 함수를 몰라서 못 했어요' 같은 변명이 통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안 통한다. '무료 이미지 찾느라고 오래 걸렸어요'처럼 자료를 검색하고 다운로드받는 데 시간을 쓸데없이 흘려버리는 일도 없어진다."

최 대표는 AI를 다룰 수 있는 사람과 다루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할 디지털 정보 격차를 우려했다. 그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AI 교육이 필요하다"며 "1990년대 벤처 사업이 활성화됐을 때, 초등학생이든 주부든 할 것 없이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컴맹 탈출' 교육이 이뤄졌다. 그때처럼 전 국민 대상의 AI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AI로 촉발된 정보와 기술의 격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면 안 된다"며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AI 교육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명선 기자(=정리)(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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