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범 컬럼] NBL? G리그? 대학? 달라진 10대 유망주들의 NBA 진출 방법

손대범 2023. 11. 2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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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손대범 편집인] 드와이트 하워드가 지명된 2004년 NBA 드래프트 이후, 미국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NBA)에 가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대학에 가는 것뿐이었다. 고졸 선수들의 다이렉트 입성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프로에 가서 돈을 벌고 싶었던 선수들은 미 대학농구(NCAA)에서 ‘원 앤 던(one and done)’이란 새 트랜드를 만들었다. 일단 입학해서 1학년만 뛰고 프로에 가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실력과 가능성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절차였지만, 이제 NBA 드래프트에서 로터리 지명자 중 대학에서 2년 이상 보낸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최근에는 새로운 방법이 유망주들을 유혹하고 있다. 바로 해외리그 도전이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라멜로 볼이 쏘아올린 공
자이언 윌리엄슨이 1순위로 지명된 2019년 드래프트는 14순위까지 전원이 미국 대학을 다닌 선수들이었다. 자 모란트(2순위, 2학년)와 재럿 컬버(6순위, 2학년), PJ 워싱턴(12순위, 2학년)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가 ‘원&던’의 절차를 밟고 프로에 나섰다. 이 흐름은 2020년에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시작은 라멜로 볼이었다. 라멜로 볼은 론조 볼의 동생으로 201cm의 큰 키에 포인트가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슈팅 능력은 형보다 더 뛰어났다. 그런데 그의 행보는 좀 남달랐다. 애초 예정대로라면 그는 UCLA 진학이 유력했다. 고등학교 진학 당시부터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러나 라멜로 볼은 대학을 건너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018년에 향한 곳이 리투아니아 농구 리그였다. 사실 이곳에서의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평균 출전시간도 12.8분에 불과했다. ‘떠벌이’로 유명한 부친 라바 볼은 “감독이 출전 시간을 안줬다”고 불만을 털어 놨지만 프로 경험, 그것도 해외에서의 생활이 처음인 2001년생 10대 선수에게 중책을 맡길 감독은 많지 않았다. 이어 라멜로 볼이 향한 곳이 바로 호주였다. 호주 NBL의 일라와라 호크스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계약 기간은 2019-2020시즌부터 2시즌이었지만 NBA 도전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OK해준다는 조건이 있었다.

일라와라 호크스에서 볼은 프로로서의 가능성을 공인 인증받았다. 케언스를 상대로 트리플더블(32점 11리바운드 13어시스트)을 기록하며 호주 리그 사상 최연소 트리플더블러가 됐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도 트리플더블을 작성하면서 2경기 연속 기록을 달성한 사상 4번째 선수가 됐다. 기량을 확인한 라멜로 볼은 2020년 NBA 드래프트에 도전했다. 전체 3순위로 샬럿 호네츠에 지명된 그는 2020-2021시즌 신인상을 수상했다.

라멜로 볼의 성공은 호주 리그에 새로운 힌트를 제공했다.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넥스트 스타(Next Star)’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지향점은 명확했다. 라멜로 볼 같은 NBA 드래프티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이미 라멜로 볼이 지명된 해에 RJ 햄튼과 저스티니안 제섭도 24순위, 51순위로 각각 밀워키 벅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지명됐다. 뉴질랜드 브레이커스 소속이었던 햄튼은 올 시즌 마이애미 히트 유니폼을 입고 뛴다. 제섭은 아직 NBA 데뷔까지는 하지 않았다. 지명 당시 일라와라 호크스 소속이었던 그는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뛰다 올 시즌에 다시 호주로 돌아왔다. 해외 선수들의 경우, 지명 후 7~8년 뒤에도 NBA에 도전하는 사례가 있기에 제섭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 지도 기대된다.

라멜로 볼에 이어 ‘넥스트 스타’ 프로그램이 발굴한 스타는 바로 조시 기디(오클라호마시티 썬더)였다. 호주 NBA 글로벌 아카데미 출신인 그는 2020-2021시즌 애들레이드 36ERS에서 데뷔해 기량을 닦은 뒤 NBA 드래프트에 지명됐다. 전체 6순위. 이미 애들레이드에서도 신인상을 수상했던 그는 NBA에서도 만능 선수로 일취월장했다. 2023년 FIBA 농구월드컵에서는 패티 밀스와 함께 팀의 주득점원을 맡을 정도로 단기간에 폭풍 성장을 이루었다. 2022년 우스만 젱(11순위, 뉴욕)과 휴고 베슨(58순위, 인디애나), 2023년 라이얀 루퍼트(43순위, 포틀랜드) 등도 ‘넥스트 스타’ 프로그램의 후속작들이다.

아시아의 NBA로 자리잡은 NBL
지난 9월, NBL이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치른 프리시즌 프로그램에는 무려 NBA 23개팀의 스카우트 및 관계자 40명이 찾았다. ‘넥스트 스타’ 프로그램에 등록된 유망주들을 보기 위해서다. 특히 알렉산더 사르(2005년생, 216cm)은 지난 FIBA U19 농구월드컵에서 프랑스를 결승에 올려놓은 ‘재능 덩어리’다. 현재 퍼스 와일드캐츠에서 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빅터 웸반야마와 함께 프랑스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출 장면들이 더 기대된다. 사르는 다음 드래프트에서 최소 TOP5는 확보된 상태다.

2005년생 트렌틴 플라워스(애들레이드)는 206cm의 장신 가드다. 플라워스는 애초 루이빌 대학에 입학 예정이었지만 포인트가드 포지션을 고집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마침 NBL이 그에게 가드 자리를 약속하자 주저없이 호주로 향했다. 물론 아직 포인트가드를 맡기에는 어리숙한 면이 많다. 구단 역시 프리시즌에 포인트가드로 테스트를 하다가 합의아래 스윙맨을 겸직시키는 쪽으로 조정했다. 206cm이지만 민첩성과 탄력이 어마어마하다. 지난 일라와라 호크스와의 경기에서는 21득점을 터트리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이미 2024년 드래프트에서 로터리 픽도 확정적이다.

그 외에 아리엘 훅포리(멜버른 유나이티드)는 디안드레 에이튼을 연상시키는 213cm의 빅맨인데, 에이튼보다 리바운드 장악 의지가 더 좋은 선수다. NBL 선두팀인 멜버른의 주전으로 자리 잡아 리바운드와 블록 모두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의 경쟁자들이 이미 호주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빅맨들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단지, 극단적인 3점슛을 추구하는 NBA 성향상 정통 빅맨 스타일인 훅포리가 1라운드에 지명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호주 국적의 알렉스 투헤이(2004년생, 203cm), 이현중의 동료인 AJ 존슨(2004년생, 198cm)도 지켜볼 만한 기대주들이다. 이들이 모두 라멜로 볼처럼 엄청난 기록을 쌓지는 못한다. 팀 상황에 따라 출전 시간이 들쑥날쑥한 선수들도 있다. 존슨이 대표적이다. 이현중도 그렇지만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일라와라는 최근 제이콥 재코마스 감독의 ‘이해 불가’ 선수 기용 때문에 난리다. 존슨도 투입 타이밍이나 출전 시간 등이 일정치 않다 보니 조급해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프로에서 빠듯한 일정을 이겨내고, 때로는 10살 넘게 많은 선수들과 부딪치며 경험을 쌓은 만큼 빠르게 빅 리그에 적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리를 잡게끔 도와주는 대학과 달리, 프로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 자칫 실력 향상에 정체가 온다면 이를 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위험성도 있다. 게다가 NBL도 전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어 기량이 빨리 노출되고, 그만큼 빠르게 판단될 수 있다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NBL에는 ‘넥스트 스타’ 프로그램 소속 외에도 여러 유망주들이 기량을 뽐내고 있다. 게다가 스카티 피펜, 라마커스 알드리지, 존 월, 숀 메리언과 같이 시대를 풍미해온 전현직 NBA 스타들도 호주 리그에 투자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다르게 영어를 쓰고 있고 문화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그리고 선수들의 경기력 역시 중국, 필리핀, 인도 등에 비해 훨씬 낫다는 점에 있다. 물론 최근 열린 NBA와 NBL 교류전을 보면 프로팀 간의 수준은 정말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걸 알 수 있다. 워싱턴 위저즈는 케언스에 145-82로 대승을 거두었고, 포틀랜드 블레이저스는 뉴질랜드 브레이커스에 106-66으로 이겼다. 토론토 랩터스도 케언스를 134-93으로 대파했고, 유타 재즈도 뉴질랜드에 114-94로 쉽게 이겼다.

다만 그간 호주가 배출해온 앤드류 보거트, 크리스 앤스티, 매튜 델라베도바, 조 잉글스, 패티 밀스, 조시 기디 등을 본다면, 그리고 최근 호주에서 경험을 쌓고 NBA로 나선 선수들의 면면을 본다면 유럽 못지않게 NBL도 ‘보물’이 많이 숨겨진 리그임을 알 수 있다. NBL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NBA’라 불리기 시작한 이유다. 최근에는 남수단 유망주들도 호주로 향하고 있다. 아마 대학을 꺼리는 유망주들의 모습도 더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 가운데 호주 선수들과 겨루고 있는 이현중 역시 더 많은 활약으로 슈팅 기술을 뽐내 원하는 바를 이루길 기대한다.

G리그 이그나이트
한국시간으로 7월 8일부터 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NBA 서머리그 현장에선 특이한 부스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G리그 이그나이트(Ignite)팀의 홍보 부스였다. 주로 지역 이벤트나 물품 판매를 위한 부스가 주를 이루는 서머리그 현장이기에 눈길을 끌었다. 이그나이트는 NBA가 직영하는 마이너리그 팀이다. G리그에 출전 중인 건 맞지만 소속 선수들의 면면이 남다르다. 주로 2003년, 2004년, 2005년생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그나이트는 대학을 거치지 않고 프로에 가고자 하는 선수들을 주로 선발한다.

올해는 텍사스 출신의 타일러 스미스(2004년생, 208cm), 세네갈 국적의 바바카르 사네(2003년생, 198cm), 마찬가지로 텍사스의 핑크스톤 고교를 나온 2006년생 유망주 딩크 페이트(203cm) 등이 주를 이룬다. 2023년 드래프트 최대어라 불리는 론 홀랜드(2005년생, 203cm)도 소속되어 있다. 이들은 G리그 선배들과 함께 한 시즌을 치르며 기량 향상과 노출을 노린다. 제법 타율이 좋다. G리그 이그나이트가 활동을 시작한 이래 드래프트되지 못한 선수는 단 2명뿐이다. 2021년에는 제일런 그린(2순위), 조나단 쿠밍가(7순위) 등이 배출됐고, 2022년에는 다이슨 대니얼스(8순위), 마숀 뷰쳄프(24순위), 제이든 하디(37순위) 등이 지명됐다.

2023년은 스쿳 핸더슨이 3순위로 포틀랜드에 지명되었는데, 첸시 빌럽스 감독은 ‘웨스트브룩 버전 2.0’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외 레너드 밀러(33순위), 시디 시소코(44순위), 모자브 킹(47순위) 등도 이그나이트가 배출한 드래프티들이다. 이그나이트와 닮은 듯 다른 단체도 있다. 바로 오버타임 엘리트(Overtime Elite)다. 올해로 3년차를 맞는 오버타임 엘리트는 올해 드래프트에서 아멘 탐슨과 아서 탐슨이 나란히 4~5순위에 지명되는 쾌거를 맛봤다. 제일런 마틴과 자지안 고트만은 각각 뉴욕 닉스, 밀워키 벅스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NBA가 ‘밀어주는’ 이그나이트와 달리 오버타임 엘리트는 자체적으로 리그를 치르기에 노출이 덜 하긴 하지만, 탐슨 형제를 배출하면서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농구 유망주들의 프로 직행은 그간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사회적으로 준비가 덜 된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되고 나니 ‘어른들의 무대’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였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는 고졸 선수들이 일으킨 사건 사고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10대 선수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여전히 미국 흑인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생계’를 위해 프로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에게 기회를 빼앗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NBL이나 G리그 등은 ‘사회화’를 위한 좋은 장치가 되고 있다. NBA처럼 거금은 아니지만 돈도 벌고, 경험도 쌓으며 본인을 노출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해당 리그들 역시 유망주들을 포섭해 흥행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자 뒤늦게 NCAA도 대학선수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경제 활동을 어느 정도 보장하기 시작했다. NCAA 여자대학 선수들의 경우, 벌써부터 명품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각 단체들의 프로 진출을 노리는 10대 유망주들을 모셔가기 위한 경쟁도 더 흥미로워질 것이다. 다만, 여기서 발생하는 금품 비리와 같은 악영향도 있을 수 있기에 늘 주시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 사진_NBA 미디어센트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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