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던 아들, 하루아침에 사지마비 …尹 ‘1호 공약’ 왜 안 지켜지나 [저격]

권선미 기자(arma@mk.co.kr) 2023. 11. 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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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3] 우리 국민은 코로나19의 상흔과 함께 백신이 남긴 부작용의 피해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바이러스가 퍼져나갔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와의 공존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고 이는 국민의 높은 비율의 자발적 백신 접종으로 가능해졌습니다.

새롭게 업데이트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국내 첫 접종 시작 [자료=연합뉴스]
그런데 이 통계 이면에는 백신 부작용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과 그들을 평생 돌봐야 하는 가족,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자, 유족 등이 남겨졌습니다. 이들은 아직까지도 정부가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소극적으로 인정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일부 있다”면서 “아주 가벼운 통증으로 그치는 경우부터 시작해서 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 우리 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부작용에 대해서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않고 개인이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게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이런 염려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신년 기자회견 질문에 답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자료=연합뉴스]
하지만 실제로는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된다’는 주치의의 서류를 제출해도, 지자체 역학조사관이 조사를 통해 인과성을 인정해도 정작 질병관리청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중증환자가 되면 병원비가 하루에도 수십만 원씩 나와 3년이 지난 현재, 백신 부작용으로 중증환자가 된 가족을 돌보는 이들은 끝도 없이 쌓이는 병원비 때문에 파산에 이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김두경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하루에도 저에게 ‘내가 죽어서라도 우리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당장 죽고 싶다’거나,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는 분들이 많다”며 “낭떠러지 끝까지 밀려난 이 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까봐 하루하루 두려운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왜 이런 상황에까지 놓이게 된 것일까요?

尹 1호 공약 ‘백신부작용 지원법’ 감감무소식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가 되자마자 코로나19 백신 사망자 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의 손을 잡으며 ‘백신부작용 국가책임제’를 약속했습니다. 이 내용은 공약집에도 실렸습니다.

윤 대통령이 2022년 3월 대통령에 당선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1호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백신 피해자 가족들과 친인척들은 윤 대통령을 믿고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한 표를 던졌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25만표차로 승리했지요.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에 따르면, 표를 행사할 수 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약 50만명에 이릅니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코로나 백신접종 사망자 분향소 조문 [자료=연합뉴스]
정부가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 9월 정부·여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사망한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위로금 액수를 올리고 지급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날 여당은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가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공약임을 강조하며 “국민이 국가를 믿고 따른 만큼 (중략) 접종 피해자와 가족이 충분히 보상받고 지원받았다고 체감할 수 있어야 국가가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질병청은 백신 접종과 이후 발생한 이상 반응의 인과성을 따진 뒤, 명확하게 백신으로 인한 것이라고 밝혀진 경우에만 부작용으로 인정하고 보상해왔습니다. 문제는 심근염이나 뇌혈전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사망하거나 중증환자가 되는 경우, 원인이 백신 때문인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질병청은 백신 이상 반응을 인과성이 있는 경우(범주 1~3), 불분명한 경우(범주 4), 없는 경우(범주 5)로 구분합니다. 질병청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망자 986명을 대상으로 인과성을 판단한 결과를 보면, 인과성이 불분명한 경우가 78%였고, 명확한 경우는 22%에 불과했습니다다. 그중 인과성 있는 경우가 2%, 인과성 없는 경우가 20%였습니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자료=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은 부작용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선진국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증상이라고 추론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으면 대부분 인정하고 보상합니다. 이처럼 백신 부작용을 폭넓게 인정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번 정부에서도 그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백신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받은 사망자의 보상금은 4억8000만원이지만,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 사망위로금은 1000만~3000만원입니다. 질병청이 백신 이상 반응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만든 새로운 범주인 ‘자료가 부족해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범주 4-1)에 해당하면 위로금 1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병청이 인과성을 평가한 코로나19 사망자 986명 가운데 4-1로 인정받은 경우는 5명뿐입니다.

국가에 버림 받은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의 절규
“나이가 많으신 부모님이라면 제가 벌어서 돌아가실 때까지 치료하며 살겠습니다. 배우자가 피해자라면 제가 몸이 부서지라 일하며 치료하는 데까지 하다가 한날 같이 죽겠습니다. 저놈은 아직 28살. 나이가 어리고 형제도 없어서 부모가 먼저 죽으면 혼자 이 세상을 장애를 가지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아들의 통증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울증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까 늘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2021년 2월 재활병원 작업치료사로 취직한 김지용 씨(28)는 의료기관 종사자로 우선 접종대상이었습니다. 3월 아스트라제네카 1차 백신을 맞은 뒤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과 고열, 구토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간신히 도착한 병원 응급실에서는 김 씨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며 해열제와 수액을 처방하고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코로나 펜데믹 당시 인도혈청연구소(SII)가 위탁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김 씨는 다음날부터 현재까지 사지마비 증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병원 의료진은 김 씨의 아버지 김두경 씨에게 “아드님의 팔다리 70~80% 이상 굳어 제 기능을 못 하고, 뇌가 손상돼 두통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청년이었는데 백신을 맞은 뒤 이런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백신과의 연관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주치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소견서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질병청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백신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근거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였습니다.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가 윤석열 대통령 공약 1호가 된 뒤, 정치권에서 백신 피해자 구제를 위한 비슷한 취지의 법안 20여 개가 쏟아졌지만 현재까지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습니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질병관리청 국정감사 현장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온 김두경 씨는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여야 간사들도 국감이 끝나면 공청회를 열어 이미 제출된 20개 법안을 비교·검토해 대안법안 마련에 착수할 것을 약속해달라”고 했습니다.

김 씨는 2021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문제가 불거진 후 3차례 국감에 출석했습니다. 그는 “이번에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국감장을 찾았다”며 백신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여야 합의→파행 위기…“예산 때문에”
이날 국감 현장에서는 여야간 이견 없는 동의가 이뤄졌습니다. 합의안 마련 시 질병청도 따르라는 국회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먼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에게 백신 피해자를 위한 절차의 신속한 추진을 촉구했습니다. 정 의원은 “이제 기다릴 시간이 없다. 더는 정부에만 기댈 수는 없다. 벌서 3년의 시간이 지났다. (법안 추진은) 21대 국회에서 시작된 일이다. 22대 국회에서 시작한다고 해서 지금 같은 이해와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서 “이번 국정감사가 끝나면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협의해 각 법안을 정리한 뒤 공청회 열어 최종 법안을 마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신 위원장은 “양당 간사와 협의해서 공청회 개최와 법안 심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하겠다. 빠른 시간 안에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김두경 씨
국회의 질병청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습니다. 그간 피해자의 요구안을 수렴해 마련된 국회의 특별법안에 대해 그간 질병청과 기획재정부 등 정부 기관이 예산 부족, 행정 일관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정 의원은 “질병청장도 국회 안이 정리되는 대로 따라 달라”고 당부했고,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우리도 법안 마련에 최대한 같이 가겠다”고 답했습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백신 피해자들에게 모든 것을 다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여야 의원들 모두 고민하고 있다. 선거 앞두고 법안을 발의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질병청과 머리 맞대고 모든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과 고민하고 있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3년만에 해결될 것 같아 보였던 백신 부작용 피해자 보상 문제. 그런데 이후 반전이 있었습니다.

야당 측에서 20일 해당 안건에 대해 공청회를 열자고 여당에 제안했으나, 여당이 입장을 바꿔 “입증 책임 전환(국가 책임)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청회를 미루려고 했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러 의원들의 설득 끝에 가까스로 21일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다루게 되었다고 합니다.

백신 부작용으로 더 이상 삶이 파탄나는 국민이 없도록, 이제는 ‘대통령 1호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키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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