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로 가자, 차에서 해맞이 하러 [ESC]

한겨레 2023. 11. 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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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캠핑의 정석]캠핑의 정석 동해 차박
난류에 태백산맥이 바람 막아
한겨울에도 덜 추운 동해안
강릉 솔향기캠핑장 등 인기
지난해 12월 강원도 강릉시 연곡해변 솔향기캠핑장에서 차박을 했을 때의 모습.

별이 보고 싶어 처음 캠핑을 가 본 게 벌써 5년 전이다. 거기에서 밤하늘의 별들을 이불 삼아 잠이 들었는데 이른 아침 여명에 눈이 절로 떠졌다. 밤사이 은하수 머물던 하늘에서 붉은 태양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이토록 찬란한 아침이라니. 그날 이후 나는 캠핑 예찬론자가 되었다. 벌써 겨울, 첫눈을 소복이 맞은 곳도 있다. 동해로 떠나야 할 때다. 겨울이면 어쩐지 바다가 보고 싶어지니까.

연말연시 동해의 일출

추운 겨울이 돌아왔지만, 캠핑에 진심인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틈만 나면 캠핑할 궁리로 시간을 보내고, 캠핑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주말 반납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즌 온! 이들에게 겨울은 ‘캠핑의 꽃’이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불멍’을 즐기기에 이만한 계절이 또 없다. 타고 남은 잿더미 속에 던져 놓은 고구마를 꺼내어 호호 불어먹거나,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직접 내려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잔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 덕분에 누구보다 추위를 싫어하던 나는 오히려 겨울이 좋아졌다. 일기예보에 눈 소식이 있으면 그 길로 캠핑 장비를 주섬주섬 챙겨 눈을 찾아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추위가 복병이다. 그럴 땐 동해가 제격이라지. 동해에는 따스한 난류가 흐르고, 웅장한 태백산맥이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 준다. 동해안 지역은 혹한을 피해 캠핑을 즐기기에 꽤나 훌륭한 선택지인 것. 겨울 캠핑으로 동해가 좋은 이유는 또 있다. 진부하고 뻔한 느낌은 있지만 나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가는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곤 했다. 캠핑을 시작하고부터는 해맞이 캠핑을 떠난다. 여행에서 얻은 즐거움도 좋았지만, 캠핑을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만족감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고요하고 느긋한, 나만의 감성과 취향으로 만나는 특별한 해맞이랄까. 올해는 어디로 가볼까. 계절을 앞서가며 누리는 행복한 상상의 시간마저도 추억으로 남겨질 2023년 나의 겨울 캠핑 이야기를 꿈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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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바다 전망 캠핑과 오죽헌

강원도 강릉시 연곡해변에 자리한 솔향기캠핑장은 이름처럼 울창한 해송 숲이 매력적이다. 규모가 큰 캠핑장으로 무엇보다 전용 해변을 방불케 하는 연곡해변을 조망하며 캠핑이 가능해 캠퍼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비수기 평일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주말에는 성수기, 비수기 할 것 없이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고. 소나무 숲에 일반 사이트가 마련돼 있지만, 바다를 바로 코앞에서 즐기고 싶다면 오토 캠핑 사이트를 선택해야 한다. 날이 추울 땐, 아무래도 차박이 유리하다. 텐트에 비해 견고하고 따뜻한 데다 추운 날씨에 설치와 철수의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해 12월 이곳을 방문했다. 겨울에는 비교적 해가 늦게 뜬다. 아직 밖은 깜깜한 이른 새벽, 해돋이를 기다리며 물을 끓이고 핸드밀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만들었다. 좋아하는 커피가게에서 구입해 둔 신선한 커피콩이었다. 향긋한 커피 향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 사이 태양이 서서히 얼굴을 드러내더니 이내 동그랗게 구름 위로 떠 올랐다. 치즈케이크와 커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느슨하게 파도 소리 들으며 ‘불멍’ 대신 ‘물멍’을 즐겼다.(솔향기캠핑장에서는 소나무 숲을 보호하기 위해 불을 피우는 게 금지다) 이른 아침 해돋이를 감상한 후 해송 숲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도 운치가 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캠퍼라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역사적 명소 여행을 추천한다. 강릉시 율곡로에 있는 오죽헌은 5천원 화폐 속 인물인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이이가 태어난 곳으로 조선 초기에 지어진 건물이다. 우리나라 주택 건물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됐으며, 집 주변에 검은 대나무가 많아 ‘오죽헌’이 되었다. 오죽헌 입구에 있는 ‘세계 최초 모자 화폐 인물 탄생지’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보아도 좋겠다. 오죽헌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도 둘러보기 좋다. 경내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과 그의 누이이자 시인인 허난설헌의 생가터와 기념관이 있고 야외 산책로가 조성돼있다.

알아두면 좋아요

1. 캠핑 난방 시, 일산화탄소 중독을 주의해야 한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고 충분한 환기구를 확보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 자주 환기를 해 주는 게 좋다.

2. 겨울철에 결코 놓칠 수 없는 장비로 전기매트 또는 전기담요를 추천한다. 필자는 가성비 좋은 차량용 전기매트(시거잭 12V) 2인용을 사용한다. 바닥에 깔고 원하는 온도에 맞춰 놓으면 영하의 날씨에도 구들장처럼 뜨끈한 바닥을 경험할 수 있다.

3.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캠핑장을 이용하거나 별도의 휴대용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하다. 유에스비(USB) 전기매트(5V)는 파워뱅크 없이 스마트폰 충전용 보조배터리로 이용할 수 있으나 한겨울에는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다.

4. 전기매트나 난로를 이용할 때는 정격용량이 600W 미만인 제품을 사용한다.

5. 가정용 전기장판 사용은 피해야 한다. 정격용량 초과로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6. 전기 릴선(감을 수 있는 전선 꾸러미)은 눈·비 등 물에 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7. ‘불멍’을 위해 모닥불을 피울 때는 텐트나 차량에서 충분히 거리를 둬야 한다. 나무 불티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8. 모닥불 뒤처리는 철저히. 모래나 물을 부어 확실하게 꺼 주는 게 좋다.

9. 캠핑 시 휴대용 소화기는 필수. 캠핑장 인근의 병원과 약국의 위치도 알아두면 좋다.

글·사진 홍유진 여행작가

여행작가. 1년의 절반은 타지에 살며 그곳에서의 삶을 기록한다. ‘오늘부터 차박캠핑’, ‘보통날의 여행’,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시크릿 후쿠오카’, ‘무작정 따라하기 오사카. 교토’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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