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피플]혹시나 '클린스만호 승선'이라는 가능성에 초연한 주민규 "마지막에 보너스"

이성필 기자 2023. 11. 2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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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페널티킥으로 골을 터뜨린 울산 현대 공격수 주민규. ⓒ한국프로축구연맹
▲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페널티킥으로 골을 터뜨린 울산 현대 공격수 주민규. ⓒ한국프로축구연맹
▲ 주민규는 17골로 득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주민규는 17골로 득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주민규는 17골로 득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인천, 이성필 기자] "일단 (A대표팀에) 가고 난 다음에 생각할 문제죠."

2021 K리그1에서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22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오른 주민규(33, 울산 현대)는 지난해 전북 현대 공격수였던 조규성(미트윌란)과 같은 17골을 기록했지만, 출전 경기 수가 6경기 더 많아(주민규 37경기, 조규성 31경기) 2년 연속 득점왕에 오르지 못했다.

다시 올해 득점왕에 도전 중인 주민규다.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A 3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선발로 등장한 주민규는 시종일관 골을 넣으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팀 조직력이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K리그1 우승을 달성에 동기 부여가 쉽지 않았다. 조현우, 김영권, 김태환, 설영우는 A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중국 원정 경기를 치르고 지난 22일 귀국했다. 단 하루 훈련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았고 인천전에 나섰다.

전반을 잘 버텼지만, 후반 체력과 역습 중심의 인천 공격 작업이 울산과 비교해 완성도가 있었다. 결국 3골을 내주며 끌려갔고 44분 박현빈의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선 주민규가 골망을 흔들며 1-3, 영패를 면하는 것에 만족했다.

당장 울산은 25일 태국 방콕으로 향한다. 28일 예정된 빠툼 유나이티드(태국)와의 2023-24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5차전 원정 경기를 갖는다. A대표팀에 합류했다 울산으로 돌아온 선수들에게는 그야말로 정신없는 일정이다.

물론 한 시즌을 길게 치러온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헝가리 국가대표로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본선 진출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귀국한 마틴 아담도 마찬가지다. 도미니크 소보슬라이(리버풀)의 골에 도움을 해내는 등 중앙 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왔지만, 복귀 여독이 있었다.

울산은 I조에서 승점 6점으로 가와사키 프론탈레(12점)에 한참 밀려 2위다. 조 2위 상위 3팀에 주어지는 16강 진출 티켓을 얻기 위해서라도 빠툼전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경기다. 현재 2위 중 J조 우라와 레즈(4점, 일본) 다음으로 F조 전북 현대(6점)와 함께 승점이 적다.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16강에 올라야 한지만, 상당한 난제인 것도 사실이다. 16강에 가면 2월 중순 홈, 원정 경기로 8강 진출 여부를 가려야 한다. 시즌 시작 전 몸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경기를 치러 전체 일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추춘제로 변경된 ACL에 대한 K리그의 고민이 깊음을 울산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주민규는 태극 마크와 인연이 없다. 혹시 반전 가능성은 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
▲ 주민규는 태극 마크와 인연이 없다. 혹시 반전 가능성은 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
▲ 주민규는 태극 마크와 인연이 없다. 혹시 반전 가능성은 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
▲ 주민규는 태극 마크와 인연이 없다. 혹시 반전 가능성은 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

팀이 처한 상황을 뒤로 하고 경기 내내 공중볼 경합 등 역동적으로 움직였던 주민규였다. 그는 경기 후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동료들이 정말 열심히 도와주려고 했던 것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고맙다. 또,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부분이 없었다면 정상적으로 경기를 했지 싶다. 저를 도우려는 부분이 경기를 뛰면서 느껴졌다. 결과를 갖고 왔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좀 아쉬운 경기다"라며 100% 역할을 소화하지 못했던 것에 진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전 "우승팀 선수다운 자세"를 강조하며 집중하는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기를 바랐지만,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프로고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시즌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이라 동기부여를 갖고 하기가 사실 쉽지는 않다"라면서도 "저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집중하는 데 조금 힘들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확실한 목표(득점)가 있었다. 그래서 힘이 좀 들어간 것 같다는 느낌이다. 반성해야 하는 경기다"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리그 최종전은 12월 3일 '현대가 라이벌'인 전북과 홈에서 우승 시상식을 앞두고 열리는 경기다. 잔칫상에 스스로 재를 뿌릴 수는 없는 일이다. 25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를 치르는 대전 하나시티즌의 티아고와는 한 골 차 1위다. 티아고가 몰아치면 2위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

득점왕에 대한 의지는 확실하다. 그는 "일단 빠툼을 이기고 와야 한다. 16강에 올라가는 것이 우선이다. (승리 없이 돌아오면) 사실 리그 마지막 경기는 의미가 없다. 그 두 경기(빠툼, 전북)에 집중하겠다. 아담과 김지현도 있고 그래서 도와서 이기려고 준비해야지 싶다"라고 설명했다.

득점왕을 하면 혹시라도 대표팀 승선이라는 행운도 올 수 있을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조규성, 황의조(노리치시티), 오현규(셀틱) 체제를 굳히는 모양새다. 다만, 황의조는 사생활 유출 파문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도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내세워 황의조를 옹호 중이지만,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이 강력하게 대응 중이고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황의조의 대표팀 자격 박탈을 요구하고 나섰다.

황의조의 상황 전개는 복잡하다. 이는 주민규에게 기회가 올 가능성도 바늘 구멍처럼 좁지만, 열려 있다는 뜻과 같다. 물론 동료의 상황을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부상에 의한 낙마처럼 운동 선수에게 흔히 있는 일이 아니라 대표 선수의 품위를 떨어트리는 개인사에 의한 상황 변화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표팀은 성탄절이 지난 뒤 비교적 날씨가 덜 추운 남부지역에서 국내파 중심으로 모인 뒤 최종 명단을 가릴 예정이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주민규에게 기회가 올 가능성도 있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가능성과 아쉬움의 교차지만, 축구 선수라면 은퇴 전까지 대표팀은 단 1%의 선발 확률이라도 있다면 도전이 필요한 영역이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시절 이미 발탁 가능성에 대한 떨림과 안타까움을 누구보다 진하게 경험해 마음도 더 단단해졌다.

주민규도 "사실 저의 부족함으로 (대표팀 선발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 누가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가 얼마나 대표팀에 가서 경쟁력이 있는지 그걸 판단하시고 뽑지 않을까 싶다. 착실히 준비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냉정함을 유지했다.

미국 자택으로 잠시 휴식을 떠난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후 울산-전북의 최종전 관전을 예고했다. 사실상 마지막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아시안컵은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다. 짧은 기간 대표팀 훈련에 참가도 영광이지만, 혹시라도 최종 명단에 간다면 주민규는 영혼을 불태울 생각이다.

그는 "기회가 온다면 (긴 시즌 소화로 인해 체력적으로) 지쳐 있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가서 얼마나 제가 가진 경쟁력과 능력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지 싶다. 일단 가고 난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라며 웃었다.

그런 점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고마운 주민규다. 부담을 주지 않고 선수들을 조련하는 방식 때문이다. 그는 "전혀 부담 주지 않으신다. 선배로서의 경험이 있으시지 않나. 명확하게 집어준다. 저 역시 흔들림 없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배우고 있고 행복하게 생활 중이다. 원하는 결과를 못 가져오든 안 가져오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훌륭한 동료들과 같이하는 것에 정말 만족감을 느낀다. (대표팀 선발은) 마지막에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급함보다 그냥 즐기려고 한다"라며 초연한 자세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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