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플라이, 그렇게 청춘이 있었네

이재훈 기자 2023. 11. 24. 03:5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청춘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감성 듀오 '노리플라이(no reply)'는 청춘에 대한 서술의 권한을 뮤지션이 아니라 듣는 이들에게 준다.

그렇게 노리플라이는 팀명의 뜻과 다르게 항상 청춘들에게 응답을 해왔다.

노리플라이는 불안정한 청춘이지만 그 안에 뭉근한 희망의 감성이 있죠.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년 만에 새 EP '사랑이 있었네' 발매
25~26일 신한pLay 스퀘어 라이브홀서 단독 공연
[서울=뉴시스] 노리플라이. (사진 = 엠피엠지 뮤직 제공) 2023.11.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청춘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감성 듀오 '노리플라이(no reply)'는 청춘에 대한 서술의 권한을 뮤지션이 아니라 듣는 이들에게 준다. 청춘을 체험한 이들이 다시 스스로 청춘을 복기하거나 환기할 수 있게 만드는 벅차면서도 아련한 음악들. 6년 만인 최근에 발매한 새 EP '사랑이 있었네'가 그걸 증명한다.

타이틀곡 '사랑이 있었네', 노리플라이의 인장과도 같은 사운드와 정서가 담긴 '반짝이고 있어' 그리고 지난 4월과 7월 발매한 선공개 싱글 '랑데뷰(Rendezvous)'와 '곁에 있을게(Feat. 예빛)'를 포함해 총 5곡이 실렸다.

이번 EP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은 여전히 존재하며 결국 사랑만이 우리의 길을 비춰 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문장에서 사랑은 청춘으로 대체할 수 있다. 청춘의 때를 지난 뒤에도 청춘처럼 길을 헤매고 있어도 괜찮다는 전언. 그렇게 노리플라이는 팀명의 뜻과 다르게 항상 청춘들에게 응답을 해왔다. 다음은 최근 소속사 엠피엠지 뮤직에서 두 멤버와 만나 나눈 일문일답.

-이번 앨범에 대해 201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듯해 본인들의 청춘이 떠올랐다고 반응하는 팬들이 많았습니다.

"저희가 앨범을 낸 게 6년 만인데 그간 팬분들의 삶에도 변화가 많았을 거예요. 가정을 이루시거나 아이를 키우시는 분도 많이 생긴 것 같고요. 저희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고요. 그런 변화 속에서도 어떤 잃지 않은 마음들이 있었던 걸 저희도 느꼈어요.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기뻤고요. 이번에 연 사진전에도 10년 전 저의 모습이 소환됐어요. 서로에게 좀 잊혀지는 시간을 갖다가 '노래로 하나가 됐다'는 걸 느꼈죠."(권순관)

"'초창기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되게 고마웠다'라는 말씀이 굉장히 저희한테도 고마웠습니다."(정욱재)

-예전 사운드의 질감이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무엇보다 더 놀랐던 건 이런 특징이 전혀 낡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당히 세련되고 앞서가는 사운드와 감성이라고 할까요?

"'이제 우리는 변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쭉 변해왔었거든요. 근데 예전 음악들을 다시 들으면서 여전히 남아 있는 제 안에 외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단 사운드 쪽으로만 봤을 때 예전에 같이 작업을 했던 구종필 기사님한테 돌아갔어요. 사운드적으로 저희가 목말라 했던 부분들을 채워주셨죠. '노플라이만이 가질 수 있는 아이덴티티'가 무엇일까 굉장히 고민을 했는데 그게 사실은 '청춘에 관한 음악'이더라고요. 계속 끊임없이 어디론가 나아가고 헤매고 불안해하는 그런 모습들을 그려냈는데 약간은 변했지만 그런 부분이 계속 남아 있더라고요. 그런 모습은 누구에게나 다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것들을 공감해 주리라고 생각을 했어요."(권순관)

-맞아요. 노리플라이는 불안정한 청춘이지만 그 안에 뭉근한 희망의 감성이 있죠. 그럼 구종필 기사님과 믹싱(여러 채널의 음원들을 편집하는 과정) 작업을 하시면서 가장 신경 쓴 지점은 무엇인가요?

[서울=뉴시스] 노리플라이. (사진 = 엠피엠지 뮤직 제공) 2023.11.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진행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희가 중요하게 여기는 그 진행감을 구종필 기사님이 정말 탁월하게 잘 잡아내세요. 이를테면 그루브가 될 수도 있는데,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잘 포착하세요."(권순관)

-아 맞아요. 노리플라이의 노래엔 '약간 벅찬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 느낌을 사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사운드적으로 잘 배치를 하시거든요. 또 구 기사님이 지금은 K팝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하시는데 저희는 인디적인 색깔이 강하잖아요. 그 중간의 접점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시원하게 들리되 따뜻함을 잃지 않도록요. K팝 같은 경우는 공격적이거나 바로 앞에서 들리는 것들이 중요하잖아요. 저희는 그 안에서 '우리만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권순관)

-첫 트랙 '반짝이고 있어'는 어떻게 나오게 된 곡입니까?

"노리플라이를 작업하자고 욱재랑 얘기하고 그리웠던 시절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방법을 고민하다가 영화를 봤어요. '작은 아씨들' 같은 내용이었는데, 서로 놀고 있는 '청춘의 장면'이 나왔어요. 볼륨은 켜놓은 상태가 아니었고 피아노로 인트로를 치다가 멜로디가 나왔어요. 이후 버스에 프리코러스까지 만들어 놨는데 전개를 이렇게 저렇게 하다가 세네 번은 엎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소년에서 어른으로 / 끝없이 변해가는데'라는 부분에서 반음식 위로 전개되는 코드 진행이 나오거든요. 점점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데 나는 아직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느낌. 그런 것들을 음악에서 풀어내려고 노력했어요."(권순관)

"노래의 활기 같은 건 기타의 표현법들도 드러내려고 했어요. 피드백을 많이 쓴다거나 반짝거리는 벨톤 연주를 했죠."(정욱재)

-그런데 코드로 곡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전하는 건 이성과 감성이 잘 맞물려야 가능한 작업이 아닙니까?

"코드 진행에서 반음이 상승하게 되면 긴장감을 주게 됩니다. 나아가는 듯하면서 약간은 머물고 있는 듯한 괴리감 같은 걸 주거든요. 소년에서 어른으로 가는 과정을 표현하는 거죠."(정욱재)

-또 다른 시도가 있었나요?

[서울=뉴시스] 노리플라이. (사진 = 엠피엠지 뮤직 제공) 2023.11.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피아노 소리는 제가 작업실에서 작업한 업라이트 피아노 녹음을 사용했어요. 본래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는 그랜드 피아노 소리가 굉장히 익숙하거든요. 저도 그렇게 많이 해왔어요. 그런데 제 피아노가 7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낡은 소리가 나요. 딱 부딪히는 소리라든가 삐걱거리는 소리라든가 그런 게 다 들어가 있거든요. 녹음을 하면서 근데 그런 날 것 같은 소리를 담고 싶었어요."(권순관)

-다음 트랙 '사랑이 있었네'는 어떻게 나온 곡인가요?

"2011년인가 2012년인가 노리플라이 EP 작업을 끝내고 다음 계획을 그릴 때 나왔던 멜로디였어요. '이거는 무조건 노리플라이 노래로 해야겠다'라고 결심하고서 놔뒀던 거예요. 그런데 후렴이 안 나왔어요. 후렴 전이 너무 좋은데 몇 년 동안 계속 고민을 해도 후렴이 안 나오니까, 그냥 잊고 있었죠. 그런데 몇 년 전 갑자기 생각이 났고 후렴이 순식간에 써지게 됐고 가사도 붙이게 됐죠. 스태프들이랑 같이 들으면서 '맞아 이 노래 좋았었지'라고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사실 타이틀곡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런데 괜찮은 거 같아요. '모든 시간 속에 사랑이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노래거든요. 어떤 사랑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은 각박한 세상에서 용기를 내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권순관)

-'사랑이 있었네' 뮤직비디오는 배우 이설 씨 주연의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감독 곽은미)과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길을 헤매고 있는 청춘을 주제로 동일한 정서를 공유한다고요.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어떤 깊이에 대해서 좀 많이 놀랐어요. 탈북민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통해서 소외당한 청춘에 대한 얘기를 그리고 있거든요.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을 그려내는데, 탈북민이라는 캐릭터만 있을 뿐 거의 우리의 이야기와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권순관)

-예빛 씨랑 작업한 '곁에 있을게'는 어떠셨어요?

"코로나 때 '권순관의 스몰룸'이라는 콘텐츠를 진행했는데 그 때 초대를 해서 무대를 봤는데, 목소리와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정말 '매력 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냥 지나가는 말로 '나중에 같이 작업 한번 해요'라고 했는데 그게 올해 성사가 된 거예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죠."(권순관)

-'폴라 나이트(Polar night)'는 욱재 씨가 쓰신 곡입니다.

"코로나가 막 시작할 때 조금 썼던 건데요. 아이슬란드에 갔을 때 백야를 봤는데 노을이 지다가 해가 다시 떠오르거든요. 극지의 그런 밤이 굉장히 묘하고 색감도 신기했어요. 근데 그걸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아침이 올 것 같다가 다시 사라질 거거든요. 그게 '우리의 지금 상황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희망의 상징은 뭘까' '안식의 상징은 뭘까'라는 생각까지 더해졌고, 어렸을 때 거실에서 집안일을 하시면서 찬송가를 흥얼거리시던 할머니, 어머니의 멜로디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때 정말 '내가 편안하다'라는 생각을 했던 순간이거든요. 그래서 그걸 테마에 넣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좋은 꿈 꾸기'라는 메시지를 넣었죠."(정욱재)

[서울=뉴시스] 노리플라이. (사진 = 엠피엠지 뮤직 제공) 2023.11.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벌써 데뷔한 지 15주년이 되셨어요. 6년 만에 낸 앨범이 묘하게 딱 팀의 15주년과 겹쳐지는데요. 그 사이 인디 신(scene)도 많이 변했습니다.

"예전엔 딱 정해진 채널이 있어서 거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주목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었잖아요. 채널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죠. 근데 지금은 정말 수많은 플랫폼이 생기고 춘추전국 시대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한 팀이 주목을 받아서 올라가기는 되게 어려운 시스템인 것 같아요. 각자 도생하는 느낌이죠. 리스너들의 취향들도 많이 갈리죠. 예전엔 플랫폼 위주로 뮤지션을 찾았다면, 지금은 자기들의 취향이 담긴 플레이리스트에 빠져 듣는 거죠. 그렇게 취향이 세분화되고 있는 과정이라서 뮤지션들이 더 힘들 수 있어요. 경쟁자들이 엄청 많아지고 있다는 거니까요."(권순관)

"비전공자도 쉽게 음악을 할 수 있는 시대죠. 다양성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방향이에요. 또 다양한 취향을 대변하기 위해 많은 아티스트들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다만 형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주목을 동시에 받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 것 같아 그게 좀 아쉽더라고요. 완전히 슈퍼스타가 되지 않은 경우, 굉장히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뮤지션들도 많거든요. 그럼 제작비도 굉장히 쪼그라들어서 가벼운 형태로 콘텐츠를 빨리빨리 생산하게 된 거죠. 하지만 최근 김동률 선배님처럼 팬층이 계속 견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보면서 그런 음악을 또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분명 존재하신다는 것도 알게 됐죠."(정욱재)

-25~26일 신한pLay 스퀘어 라이브홀에서 단독 공연도 여십니다. 4년 만이라고요.

"곡수가 늘어난 만큼 좀 더 다채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팬분들, 저희 모두 성취에 대한 보람을 느꼈으면 해요."(권순관)

-두 분이 각자 활동을 열심히 하시다가 다시 뭉쳐서 활동하시면 어떤 시너지가 있나요?(권순관은 솔로 활동과 함께 성시경, 정승환, 크러쉬 등과 작업했다. 정욱재는 솔로 아티스트 '튠(TUNE)' 활동과 사진, 글, 강연 등을 통해 환경 운동과 사회 문제에 메시지를 던지는 중이다.)

"솔로 작업에선 혼자 몰입하면 되는데 욱재랑 작업할 때는 새로운 시선 덕분에 제가 못 보던 것을 보게 돼요. 음악에 대해서 또 우리 팀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되는 거죠. 또 각자 본인만의 사운드가 있는데 욱재가 가진 사운드를 들으면 우리가 함께 해 좋았던 기억들이 떠올라요. 특히 '반짝이고 있어'는 우리의 캐리커처 같은 음악이죠. 저 혼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에너지가 나왔어요. 서로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다른 길로 가다가 뭉쳐서 합을 맞추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서로 의견 충돌도 생기지만 '그게 팀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우리 팀이 있어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찾았죠."(권순관)

"함께 하다 보면 같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의 세계관 같은 걸 들여다볼 수 있어요. 그게 굉장히 좋은 경험이에요. 특히 이번엔 저희 앨범에 계속 참여하신 분들 뿐만 아니라 굉장히 오랜만에 본 분들도 계셔서 너무 반가웠어요. 아직도 이렇게 훌륭한 연주를 하고 멋진 음악을 하면서 살아가고 계시는구나를 느꼈죠. 우리가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었구나'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정욱재)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