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화 시대, 기득권 인식이 기술 못 따라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 AI 혁명이 세상 바꿀 것”

오세현 2023. 11.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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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빅데이터·AI분야 석학을 만나다
[창간인터뷰①] 조성준 서울대교수
무조건적 규제 수많은 기회비용 잃게 해
빅데이터로 범죄·고독사 사회문제 해결
AI 기술 적재적소 사용 사회 안전망 구축
직업 사라진단 걱정보다 활용방법 고민을
예산 절약해 사회적 효과 큰 곳 투자 가능
‘데맹’ 탈출해 또 다른 미래 비전 그려야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축복인가’ 게오르그 루카치의 말처럼 하늘에 별만 있어도 방향을 알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좌표로의 별은 하늘에 없다. 그 자리는 인공지능(AI)이 혹은 디지털이 아니면 포털이, 또는 아무 것도 아닌 무의미가 대체할 수도 있다. 강원도민일보는 창간 31주년을 맞아 이 시대를 대표하는 사회학자와 AI전문 과학자를 초청, 전환기적 시대의 의미를 물었다. 이들을 통해 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AI 혁명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사람들을 이끌고 있다. 사람이 기술을 지배할 지, 기술이 사람을 지배할 지에 대한 논란은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제기됐다. 우리나라 빅데이터·AI분야 석학 중 한 명인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부 교수는 AI 혁명에 대해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했다. “결국에는 이 기술 위에 올라타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세상”이라며 “보편화 된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꿀 것”이라고 했다. 조성준 교수를 서울대학교에서 만났다.


- 인터뷰 전 챗GPT에 조성준 교수에게 무엇을 질문해야 할 지 물었다. 챗GPT가 ‘빅데이터의 출현이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지’를 물으라고 하더라.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

“가능하다. 불법주차, 고독사, 범죄를 해결할 수 있다. 불법주차의 경우 CCTV로 차 번호를 인식하고 차주에 연락하면 된다. 기술은 이미 있지만 아마 적용을 하지 않을거다. 기술이 생기기 이전의 운영방식을 기술이 생긴 이후에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변화가 쉽지 않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비용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민원이 우려될 수도 있다.”


- 챗GPT부터 빅데이터, AI까지 몇 년 사이에 기술 혁명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로 진입했다고 보는가.

“정보화에서 지능화로 가는 단계다. 더 주목할 점은 이 기술이 보편화됐다는 점이다. 챗GPT는 초등학생부터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다. 못할 것 같았는데 컴퓨터가 글을 쓰고 심지어 나랑 대화도 한다. 사실 그 전부터 이렇게 똑똑한 애들은 많았다. 알파고도 있고 자율주행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술들은 보편화 되지 않았다.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세상이 좀 더 빠르게 바뀌고 있다.”


- 이 보편화된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까.

“첫 번째는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안 되던 것이 되니까. 다음에는 두려워 한다. 결국에는 규제가 시작되는거다. 무지에서 오는 막연한 공포가 시작됐다. 국가에서는 AI 기본법을 만들려고 한다. ‘기술이 있으면 한 번 해봐라.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곧바로 규제하겠다’는 식이다. 추상적인 얘기다. 무엇이 잘못되느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을 못 한다. 무작정 우려하는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자동차는 어떻게 타는지 모르겠다. 매일 누군가는 차 사고로 죽고 다치는데. 이런 스탠스가 국민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어찌 들으면 그럴 듯 하지만 그걸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리는 기회 비용은 굉장히 크다고 본다.”


- AI는 기존 기술과 다르게 임기응변이 가능하다는 게 차이점 아닐까.

“맞다. AI의 임기응변은 그동안의 기술, 그동안 인간이 봐 왔던 로봇과 다른 점이다. 가전제품을 조립하는 공장을 가면 공정 대부분을 로봇이 한다. 사람은 들기 어려운 무게도 번쩍번쩍 들어 정해진 위치에 정확하게 갖다 놓는다. 반면 사람은 로봇에 비해 힘은 좀 없지만 임기응변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상황이 바뀌면 바뀌는 대로 거기에 맞출 수가 있지만 그동안의 로봇은 짜인 프로그램대로 움직였다. 우리가 꿈꾸던 ‘지능화 된 로봇’이 우리 앞에 다가온 셈이다.”

- 기술개발과 보안의 문제는 늘 대립인데.

“AI와 빅데이터가 등장하자 초상권 문제가 불거졌다. 내부의 정보가 AI 회사에 쌓이게 되는 점을 우려한다. 아티스트들의 저작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보니 ‘쓰지 말자’는 주장도 있는데 지금 흐름은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보급형 GPT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해 9월까지 따라가다가 포기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개발되고 있다. 이렇게 보급형 GPT가 만들어지면 내부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서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방식이 정착된다. 이렇게 되면 보안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이미 그런 흐름으로 가고 있다.”


- 산업화와 정보화의 결과는 결국 양극화였다. 수도권 집중은 더 고착화됐다. 지역은 존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능화 이전, 정보화 단계에서 우리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대면이 자리를 잡았다. 통신이 더 많이 발전하면 교통문제도 어느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미국은 굉장히 많은 회사가 이미 100% 재택이다.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인드의 문제다. ‘난 너희가 일하는걸 내 눈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시대는 정보화를 넘어 지능화로 진입했는데 아직도 생각은 농업화, 산업화에 머물러 있다. ‘농장이, 공장이 여기에 있는데 어디에 가서 일한다는거냐’는 마인드가 아직도 있는거다. 그리고 ‘눈 앞에서 일하지 않는 모습’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다.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아직도 저마다 생각이 다 다르다. 이런 점이 맞물리면서 수도권 집중을 야기했다고 본다.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 최근 진행하는 AI 연구가 있다면.

“독거노인 문제다. 지금도 많지만 10년, 20년 후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나이가 들면 자꾸 잊어버리고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으니 약도 잘 먹어야 하고 밥도 많이, 잘 먹어야 하고 물도 많이 마셔야 하고 잠도 잘 자야 하는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병원에 갈 정도가 아닌 이들에게 AI로 전화를 거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어제 나눈 대화, 일주일 전에 나눈 대화들을 AI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전화거는 기능, 말하는 기능, 듣는 기능이 추가돼야 한다. 다른 한 가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부동산 데이터다. 비싸고 비싸지 않은 지역의 본질을 파악하려 한다. 금리와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AI로 이해하고 예측하는 방법이다.”


- 직업이 사라진다는 걱정도 있다.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거부하는 순간 꼴찌로 뒤처진다. 우리가 어떻게 잘 활용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AI가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하는데 이는 연봉이 아주 높은 극소수에 해당한다. 의사, 변호사, 펀드매니저 같은 이들이다.”


- 직업의 변화는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까.

“결과적으로 사회의 안전망을 확충할 수 있다고 본다. 고액 연봉을 받는 변호사가 100명이 있다고 가정하면 AI기술 도입으로 이 중 변호사 10명만 줄여도 전체적으로는 수십억원을 줄일 수 있다. 그 예산으로 뭔가 새로운 기술에 투자할 수 있고 그 투자처는 사회적 효과가 큰 곳으로 향할 것이다. 결국 우리의 안전과 안심, 국민을 위해 예산과 기회가 사용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 상당 부분 인간의 영역을 대체 하는것 아닌가.

“챗GPT가 소설을 쓴다고 우려하는데 그 소설을 보고 독자들이 과연 감동을 받을지 궁금하다. AI는 훈련한 대로 움직인다. 피카소의 그림이 나오기 이전에 챗GPT가 나왔다고 가정한다면 챗GPT는 절대로 입체파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인상파, 후기인상파까지의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소설과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는거다. 결국엔 이용해야 한다. 신석기인이 청동기인을 보고 얼마나 놀랐을까. 그렇다고 해서 신석기인들이 ‘청동을 쓰지 말자’라고 하면 지금 시각에서 봤을 때 ‘그들은 이래서 망했구나’ 싶은거랑 똑같다. 신석기만 고집하면 안된다. 무조건 (기술에)올라타야 한다.”


-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늘 있어 왔다.

“그래서 배워야 한다. 교양으로 AI와 빅데이터를 다 배워야 한다. 예전에 농사짓던 사람들이 글을 배우겠다고 하면 ‘과거 볼 것도 아닌데 뭐하러 배우냐’고 했다. 1980년대, 90년대에는 ‘나 문과인데 내가 왜 컴퓨터를 배워야 하나’고 했다. 그 이전에 문맹이 있었고 컴맹이 있었다. 요즘 ‘데맹’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 데이터가 우리가 눈을 뜰 때가 됐다.”


- ‘데맹’에서 탈출하면?

“또 다른 미래 비전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 새로운 사고와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회사에 나온다고 해도 누구나 ‘멍’ 때릴 수 있다. 하지만 회사는 ‘9시간 앉아 있었으니 일을 했겠지’ 생각한다. 지인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컨설팅 회사를 다니는데 팀원 10명 중 소위 출근거리에 사는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비행기로 5시간이 걸리는 곳에서 사는 직원도 있다.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한다. 최소한 우리나라 화이트칼라의 90%는 회사에 나올 필요가 없다. 춘천에서 재택할 수도 있고 제주도에서도 가능하다. 안하는거다. 모든 기술은 다 마련돼 있다. 아저씨(기득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미래는 어둡다.”

정리/오세현


■ 조성준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에서 경영과학, 인간공학 등을 공부했고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컴퓨터사이언스 학과에서 기계학습, 브레인 모델링, 학습기반 자동진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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