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볼!] 한국계 따지는 거 촌스럽다고? 그들에게 태극기는 자부심이다

장민석 기자 2023. 11.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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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에 성조기와 함께 태극기를 붙인 카일러 머리와 카일 해밀턴.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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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륙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최고 인기 스포츠 NFL(미풋볼리그)이 시즌 중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11주차 경기가 끝난 22일 현재 최다 승은 9승입니다.

지난 슈퍼볼에서 캔자스시티 치프스에 고배를 마신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이번 시즌 9승1패로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뒤를 볼티모어 레이븐스(8승3패)와 디트로이트 라이언스(8승2패), 마이애미 돌핀스, 잭슨빌 재규어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치프스(이상 7승3패)가 따르고 있죠.

NFL은 전 세계에서 가장 격렬한 리그 중 하나입니다. 100kg가 넘는 거구들이 전속력으로 충돌하는 곳이죠. 그 거친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스타들이 제법 많습니다.

스포츠에서 혈통을 따지는 게 촌스럽다고 말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핏줄에 집착하는 건 우스울 수 있죠.

그런데 이 글에서 소개할 한국계 스타들은 자신의 뿌리를 소중히 여기고, 헬멧에 부착한 태극기를 자랑스러워하는 선수들입니다. 비록 NFL이 한국에선 큰 인기가 없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들은 올 시즌 저마다 수준 높은 기량으로 NFL 무대를 누비고 있습니다.

그에 앞서 NFL에 한국의 존재를 알린 선구자들부터 살펴볼까요?

한국계로 가장 먼저 NFL 무대를 밟은 선수는 재미교포 키커 존 리(59·한국명 이민종)입니다.

UCLA를 졸업하고 198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한 존 리는 그해 11경기에서 13개의 필드골을 시도해 8개를 성공했습니다. 아쉽게도 더는 그에게 기회가 주어지진 않았죠.

하인스 워드는 가장 성공한 한국계 NFL 스타다. / 조선일보DB

NFL의 한국계 스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레전드 와이드리시버 하인스 워드(47)입니다.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김영희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쿼터백의 패스를 받는 와이드리시버 포지션인 그는 피츠버그 스틸러스에서만 14시즌을 뛴 ‘원 클럽 맨’으로 유명하죠.

선수 시절 85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포함해 1000개의 패스를 받아냈습니다. 리시빙 패스 1000개는 역대 10위의 기록. 전체 리시빙야드는 1만2083야드입니다.

2006년 슈퍼볼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든 하인스 워드. / 조선일보DB

워드는 스틸러스에서 두 차례 슈퍼볼 우승을 맛봤습니다. 특히 시애틀 시호크스와 맞붙은 2006년 슈퍼볼(21대 10승)에선 쐐기 터치다운 득점을 올리며 MVP의 영광을 차지했죠. 슈퍼볼 이후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 환영 분위기로 매우 떠들썩했던 기억이 납니다.

NFL에서 영광의 커리어를 쌓았던 워드는 2011시즌을 마치고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현재는 또 다른 풋볼 리그인 XFL 샌안토니오 브라마스의 감독 겸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NFL에서 세이프티(최후방을 책임지는 수비 포지션)로 7시즌을 뛴 윌 뎀프스도 대표적인 한국계 선수였습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 출신의 그는 2002시즌 볼티모어 레이븐스 유니폼을 입고 NFL 무대에 데뷔해 4시즌간 활약했고, 2006시즌은 뉴욕 자이언츠, 2007~2008시즌은 휴스턴 텍슨스에서 뛰었습니다. 통산 97경기에 나서 6개의 인터셉트를 기록했죠.

뎀프스는 20년 동안 미 공군에 근무했던 흑인 아버지 윌리엄 뎀프스와 한국인 어머니 박계옥(미국명 계 뎀프스)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동생인 마커스 뎀프스도 2006년 디트로이트 라이언스와 계약하며 한국계 형제 선수가 최초로 NFL에 입성했지만, 마커스는 부상 등의 이유로 NFL 무대에서 뛰지는 못했습니다.

2006년 한국을 방문한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 김영희씨. / 조선일보DB

NFL는 작년부터 2주 동안 자신의 국적이나 혈통, 출신을 상징하는 국가 국기를 헬멧에 부착하게 하는 ‘헤리티지 프로그램(Heritage Program)’을 마련했습니다.

선수들은 자신의 뿌리를 헬멧에 붙이고 뛰는 거죠. 그들은 부모나 조부모가 살았던 나라나 자신이 2년 이상 거주했던 국가의 국기를 헬멧에 부착했습니다.

올 시즌에도 이 프로그램은 7~8주차에 진행됐습니다. 330명이 넘는 선수와 코치진이 70여 국가의 헬멧(선수)과 재킷(코치진)에 국기를 달았습니다.

헬멧에 사모아 국기를 단 LA 램스의 와이드리시버 나쿠아는 “사모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할머니가 2021년에 돌아가셨다”며 “사모아 국기를 헬멧에 달고 뛰니 할머니가 나와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모아 팬들을 위해 뛸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 미래의 사모아 선수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NFL이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올 시즌 태극기를 달고 뛰었던 NFL의 한국계 선수는 모두 6명입니다. 워드가 뛰던 시절과 비교하면 꽤 많이 늘었죠. 그 중엔 최근 선발로 나서는 쿼터백이 두 명이나 있습니다.

워싱턴 커맨더스의 한국계 쿼터백 샘 하월. / 인스타그램

◇ 샘 하월

워싱턴 커맨더스의 주전 쿼터백 샘 하월(23)은 친할머니가 한국인인 ‘쿼터 코리안’입니다. ‘한(Han)’이라 불린 하월의 할머니는 1960년 주한미군이었던 브루스 하월을 만나 결혼했고, 둘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정착했습니다. 남편 브루스는 일찍 세상을 떴고, 하월의 할머니가 세탁소와 식당, 소매점 등을 하며 하월 집안을 일궜죠.

샘 하월은 “할머니는 내가 고등학교에서 뛰던 시절 모든 경기를 다 보러오셨다”며 “내 인생에 할머니가 계셔서 정말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샘이 고등학생일 때 아버지 듀크 하월이 공격 코치 역할을 했는데 10분 거리에 살던 할머니는 손자의 경기를 늘 관람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샘의 할머니는 작년 11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지난 1월 댈러스 카우보이스와 경기에 첫 선발 쿼터백으로 나섰는데 그 장면을 할머니가 보셨으면 참 좋아하셨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할머니는 자신과 한국을 연결하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하월의 아버지와 할머니. 할머니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 인스타그램

하월은 “나와 할머니의 관계는 특별했다. 나에겐 이 세상과도 같은 분”이라며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 한국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언젠가 한국에서 NFL 경기가 열린다면 꼭 참가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을 졸업한 하월은 2022년 NFL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144번으로 커맨더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루키 시즌엔 마지막 17주차 댈러스 카우보이스와 경기에 처음 선발로 나와 169야드를 던지며 26대6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2022시즌 칼슨 웬츠와 테일러 하이니키를 쿼터백으로 기용했지만 8승8무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커맨더스는 2023시즌 하월을 선발 쿼터백으로 내세웁니다.

커맨더스는 시즌 시작과 함께 2연승을 달리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11주차를 지난 현재 성적은 4승7패로 부진합니다.

하월은 20일 2승8패를 기록 중이던 뉴욕 자이언츠를 상대로 인터셉트를 3개나 당하며 19대31 패배를 헌납합니다. 주전 쿼터백을 수성하기 위해선 남은 시즌 성적이 중요한 하월입니다. 올 시즌 NFL 쿼터백 중 패싱야드 1위(3038야드)를 달리고 있는 하월은 리그 최다인 12개의 인터셉트를 당했습니다.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세이프티 해밀턴. / 인스타그램

◇ 카일 해밀턴

카일 해밀턴(22)은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세이프티입니다.

노터데임대 출신의 그는 2022년 NFL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4번이라는 높은 순위에 지명됐습니다. 해밀턴은 올 시즌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인터셉트 2개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3일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전에선 1쿼터 시작과 함께 상대 쿼터백의 패스를 가로채 터치다운으로 연결했죠.

해밀턴은 어머니가 한국인입니다. 재키라는 이름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남성 데릭 해밀턴과 결혼한 그는 화가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사 관리자와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한 적도 있고요. 어머니 재키는 카일이 여러 가지 스포츠에 소질을 보이자 한 가지 종목에 집중하라고 조언했고, 카일의 선택은 풋볼이었습니다.

카일 해밀턴과 그의 어머니 재키. / 인스타그램

해밀턴은 “조지아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가까운 조지아 대학의 하인스 워드를 존경했다”고 했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 한국계 스타로 가장 큰 성취를 이룬 워드는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시절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과 관련한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임명되기도 했죠. 그는 ‘하인스 워드 헬핑 핸즈(Helping Hands) 재단’을 설립해 한국 내 다문화 및 다인종 문제 해결에 앞장섰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이 그런 일을 하는 게 정말 멋져 보였다”고 밝힌 해밀턴 역시 워드의 길을 따르고 있습니다.

해밀턴은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자신의 이름 약자인 ‘KH’와 태극기를 활용해 만든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를 제작해 판매했고, 수익금은 미국 내 아시아 혐오 방지 캠페인에 기부했습니다.

카일 해밀턴은 자신의 이름 약자인 ‘KH’와 태극기를 활용해 만든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를 팔아 미국 내 아시아 혐오 방지 캠페인에 기부했다.

레이븐스는 현재 8승3패로 AFC 북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레이븐스가 플레이오프에 올라 승승장구해 슈퍼볼까지 오른다면, ‘제2의 워드’ 탄생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휴스턴 텍슨스의 타이트 엔드 브레빈 조던. / 인스타그램

◇ 브레빈 조던

또 다른 한국계 선수인 브레빈 조던(23)은 휴스턴 텍슨스의 타이트 엔드입니다.

패스를 던지는 쿼터백, 공을 들고 달리는 러닝백, 패스를 받는 와이드 리시버 등 대부분 포지션이 명확한 역할을 가지는 풋볼에서 타이트 엔드는 작전에 따라 러싱과 패스 캐치, 블록 등을 두루 소화하는 만능 포지션입니다. 보통 장신 선수가 소화하는 포지션으로 조던도 191cm로 키가 큰 편입니다.

마이애미 대학 출신의 조던은 2021년 NFL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147번에 텍슨스에 지명됐습니다. 그는 아직 주전급 선수로 올라서진 못했습니다.

2021시즌에 9경기(선발 2경기)에 나와 터치다운 3개를 찍은 그는 2022시즌에는 11경기(선발 3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올 시즌에도 6경기에 나와 터치다운 1개를 기록했습니다. 최근엔 부상으로 3경기에 결장했고요.

조던의 아버지는 데럴 조던. 노던 애리조나 대학 출신의 데럴은 1990년 NFL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에 지명을 받아 애틀랜타 팰컨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프리시즌 경기에 어깨 회전근이 파열됐고, 결국 NFL 무대를 밟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의 한을 풀어준 셈입니다.

브레빈 조던과 그의 어머니 베벌리. / 인스타그램

브레빈 조던은 외가가 한국과 관련이 깊습니다. 그의 외할머니가 한국인이죠. 조던은 한국계인 어머니 베벌리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브레빈의 어머니 베벌리는 브레빈이 4살이었을 때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으나 오랜 투병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라스베이거스에서 부동산 관련 사업으로 성공하며 브레빈을 포함한 3형제를 사립학교에 진학시켰죠. 브레빈은 “어머니의 미소와 겸손함, 열정은 매일 내 안에 살아 숨 쉰다”며 “내가 하는 풋볼은 어머니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레빈 조던의 인스타그램 소개란엔 한글로 ‘은혜’란 말이 있습니다. 그 옆엔 작은 태극기를 올려놓았습니다.

덴버 브롱코스의 오펜시브 라인맨 루크 와텐버그. / 구단 홈페이지

◇ 루크 와텐버그

루크 와텐버그(26)는 덴버 브롱코스의 오펜시브 라인맨입니다. 이 포지션은 1선에 서서 상대 수비수들로부터 팀의 야전 사령관인 쿼터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죠. 그 중 가드는 5명의 오펜시브 라인맨 중 맨 가장자리에 서는 포지션입니다.

워싱턴 대학 출신의 와텐버그는 하월, 해밀턴과 함께 2022년 드래프트 출신(5라운드 171번)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해에 한국계 선수들이 대거 NFL에 입성했네요. 올 시즌엔 주전은 아니지만, 대부분 경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와텐버그는 아시아 혈통 선수로는 처음으로 NFL 무대를 밟은 오펜시브 라인맨입니다.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는 노르웨이 혈통이라고 하네요. 육중한 몸으로 상대 수비를 막아내야 하는 오펜시브 라인맨치고는 운동 능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드래프트 때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12일 애틀랜타 팰컨스전에서 공을 들고 달리는 머리. / USA투데이 연합뉴스

◇ 카일러 머리

카일러 머리(26)는 앞에 소개한 4명에 비해 많이 알려진 선수입니다. 무려 한 해 최고의 대학 선수에게 수여되는 하인스만 트로피 수상자죠.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머리는 경기장에 한국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고, 1988 서울올림픽 티셔츠 차림으로 훈련을 하는 등 수시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그는 인스타그램 자기 소개란에 ‘Green Light’란 글과 함께 한글로 ‘초록불’이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결혼 전까지 ‘미선’이란 한국식 이름을 쓴 머리의 어머니 미시는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의 전략 담당 부사장을 지낸 뒤 지금은 아들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죠.

흑인 아버지 케빈은 야구와 풋볼을 아우른 다재다능한 선수였습니다. 1982년 드래프트에서 MLB(미 프로야구) 밀워키 브루어스에 11라운드에 지명된 그는 쿼터백으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실전에서 뛰진 못했습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난 머리. / 인스타그램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머리는 2019년 NFL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애리조나 카디널스에 지명되며 미국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프로야구와 프로풋볼에서 모두 1라운드에 뽑힌 선수가 됐습니다.

오클라호마 대학 시절 그는 풋볼과 야구 두 종목에 모두 재능을 드러냈죠. 2018년 6월 MLB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지명될 때만 해도 그의 행선지는 메이저리그가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머리는 그해 가을에 맹활약을 펼치며 한 해 대학풋볼 최고 선수에게 수여되는 하이즈먼 트로피를 받은 뒤 풋볼로 진로를 틀었습니다.

당초 NFL에서 활약하기엔 체격(178㎝, 94㎏)이 작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애틀 시호크스에서 슈퍼볼 정상에 올랐고, 현재는 덴버 브롱코스에서 뛰는 스타 쿼터백 러셀 윌슨(180㎝, 98㎏)의 존재가 머리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죠. 머리는 2019시즌 신인왕을 받으며 자신에게 붙은 의문 부호를 떼어버렸습니다.

머리는 2021시즌 팀을 9승5패로 이끌며 MVP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그해 패스 시도와 성공 횟수, 터치다운 기록, 인터셉트를 당한 횟수 등 쿼터백의 종합적인 능력을 집계한 수치인 ‘패서 레이팅(passer rating)’에서 정상급 쿼터백 기준인 100점(100.6)을 넘기며 카디널스 공격을 이끌었죠.

그는 지난 시즌 막판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부지런히 재활에 매달린 결과 지난 12일 애틀랜타 팰컨스전에 복귀했죠. 카디널스가 1승8패로 처진 상황에서 돌아온 머리는 249야드를 던지며 25대23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날 머리는 경기가 끝나자 같은 한국계인 구영회와 포옹을 나눴습니다.

다음 경기인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전에선 패배했지만, 머리가 복귀하자 카디널스는 다시 활기를 찾은 모습입니다.

1988 서울올림픽 티셔츠를 입고 훈련 중인 머리. / 인스타그램

수시로 한국계 선수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머리는 지난 5월 뜻깊은 일을 했습니다. 텍사스주 앨런의 한 쇼핑몰에서 총격 사건이 터져 재미교포 4인 가족 중 장남 윌리엄 조를 빼고 모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머리는 유일한 생존자인 윌리엄에게 1만5000달러를 기부했습니다.

머리는 “태극기를 헬멧에 붙이고 뛰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이는 어머니와 나의 문화적 유산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NFL을 구성하는 다양한 배경을 강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애틀랜타 팰컨스의 구영회는 NFL 정상급 키커로 평가받고 있다. / 인스타그램

◇ 구영회

애틀랜타 팰컨스의 키커 구영회(29)는 이 글에 소개한 6명의 한국계 NFL 선수 중 유일하게 혼혈이 아닌 선수입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12세 때 어머니가 미국에 직장을 구하면서 뉴저지로 넘어간 재미교포 선수입니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축구를 즐겨 했던 그는 공을 멀리 정확히 차는 재능이 눈에 띄어 풋볼 키커의 길로 들어섰죠.

조지아 서던 대학교에 진학해 대학 정상급 키커로 활약했습니다. 대학 최고의 키커에게 수여하는 ‘루 그로자 어워드’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구영회는 2017년 LA 차저스에 입단하며 꿈의 NFL 무대에 입성했지만, 4경기에서 필드골 6개 중 3개를 놓치며 곧바로 팀을 떠나야 했습니다. 2019년에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연습생 계약을 했지만, 곧 방출당했죠.

절치부심한 그는 2019시즌 팰컨스 유니폼을 입고 NFL 무대를 다시 밟은 뒤 두 시즌 만에 리그 최정상급 키커로 올라섰습니다. 2020시즌엔 필드골 성공률 94.9%로 프로볼(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구단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필드골 기록도 세웠죠. 그 시즌 구영회가 발로 올린 득점만 144점에 달했습니다.

구영회는 지난해 300억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 / 조선일보DB

구영회는 2021년에도 필드골 성공률 93.1%의 정교한 킥을 자랑했습니다. 그러자 팰컨스는 구영회에게 재계약을 제안했죠.

구영회는 2022년 3월 팰컨스와 5년 2425만달러(약 313억원)에 사인했죠. 올 시즌 기준으로 NFL 키커로 7번째로 많은 액수입니다. 당시 머리가 구영회의 계약을 축하해 주기도 했습니다.

구영회는 2022시즌엔 필드골 성공률이 86.5%로 떨어졌지만, 올 시즌 다시 95.5%로 올라갔습니다. 50야드가 넘는 장거리 필드골도 3번 시도해 모두 성공했습니다. 지난달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전에서 종료 직전 51야드 필드골을 성공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죠.

구영회는 LA 차저스 시절까지만 해도 한국 국적을 보유했지만, 현재는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이름은 영어 이름을 따로 쓰지 않고, 한글 이름의 영문 표기인 ‘YOUNGHOE KOO’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그 발음이 어려워 ‘YOUNGHOE’를 ‘YOUNG-WAY(영웨이)’라 발음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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