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은퇴 후에는 '쓸데없는' 공부를 해보자

2023. 11. 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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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구건서

무언가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공부한다는 것은 나이 든 사람에게 엄청난 축복이다. 마음이 젊어지고 시간도 잘 가고 삶이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독약이 준비되고 있는 동안 피리로 음악 한 소절을 연습하고 있었다. 누군가 "대체 지금 그게 무슨 소용이요?"라고 묻자, "그래도 죽기 전에 음악 한 소절은 배우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무엇을 배울지 결정할 때는 자신이 좋아하고 해보고 싶었던 분야가 좋겠다. 학생때와 달리 은퇴 후에는 그냥 ‘아무거나’ 새로운 분야를 접해보는 것도 좋다. 아무거나 이것저것 배우다보면 자신이 잘하거나 신나는 무엇인가가 손에 잡힐 수 있다. 배워서 교수를 할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폼 잡을 것도 아니라면 세상 사람들이 ‘쓸데없는 짓’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좋다면 좋은 것이다. 남는 것이 시간이니 천천히 배워도 된다. 급할 게 없으니 여유가 있어서 좋다.

쓸데없는 짓이라도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나중에는 그 쓸데없는 짓이 노후의 좋은 취미가 되기도 한다. 무언가 시도하다보면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젊은 시절의 공부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도구였다면, 나이 들어서의 공부는 즐기면서 무언가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므로 급할 것이 없다. 천천히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하더라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필자의 지인은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스포츠댄스를 배워 신나게 즐기면서도 운동량이 많아 몸매 관리가 된다고 자랑한다. 나도 한번 배워보고 싶은데 시골 동네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쉽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노욕(老慾)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떤가. 내가 좋아서 배우는 것이니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없고, 더 나아가 실력이 출중해지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도 있으니 배워서 남 주는 생활도 가능하다. 필자의 어머니는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노인복지관을 열심히 다니시면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중학교 과정에 입학하셨다. 매일 받아쓰기를 하고, 초등학교 1학년 책을 공책에 필사하는 즐거움과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기쁨이 겹쳐 소녀 같은 함박웃음을 지으신다.

사진=구건서

배우고 공부하는 방법이 다양해져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무엇이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평생학습 시스템과 사이버대학을 활용하면 전문분야를 배울 수도 있고, 유튜브에 다양한 주제의 동영상이 있으니 관심분야만 정하면 독학도 가능하다. 영어를 비롯한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공부를 비롯해 경제공부, 투자공부 등 거의 전 분야가 망라돼 있다. 전문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려면 아무래도 사이버대학에 등록하면 된다. 사이버 강의가 좋은 점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자발적으로 가장 편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부담이 적다. 학창시절의 공부는 성적 부담도 있고 경쟁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하다. 하지만 사이버 강의는 점수가 중요하지 않으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냥 노는 것 같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

인간은 살아있는 한 몸을 움직이고 두뇌를 사용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몸은 늙어가도 두뇌는 쓸수록 녹슬지 않는다. 체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생각을 발전시켜야 한다. 필자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k-mooc를 추천하고 싶다. 무크란 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줄임말로 오픈형 온라인 학습 과정을 뜻한다. 현재 3324강좌로 모든 학문분야를 총망라하고 있어서 인문, 사회, 자연, 예체능, 의약, 공학은 물론 융복합 학문까지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다. 모든 과정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서 비용부담이 없으며, 언제든 어디서든 디지털기기만 있으면 공부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TED 강좌는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지만, 한국어 번역이 되어 있어서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영어공부도 할 겸 TED 강좌를 매일 1편 정도 보고 듣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오늘부터 신입생이 되어 신나게 공부해보자.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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